[르포] 아시아개발포럼서 찾은 '지속성장 답안'
하노이(베트남)=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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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인프라개발금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이 인프라개발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공적개발원조(ODA)가 징검다리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나기환 한국수출입은행 경협기획실장이 지난 9월1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투리엠(Tu Liem) 구역에 위치한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5차 아시아개발포럼(ADF)에 참석해 강조한 말이다.
나 실장은 "경제성장의 밑거름인 인프라에 대한 아시아의 연간수요가 8000억달러에 이르지만 ODA 등 아시아에 대한 공적개발자금은 인프라 수요의 10%도 충족하지 못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시아개발포럼은 지난 2010년 우리나라 주도로 시작됐다. 지금은 아시아지역 개발원조 이슈를 다루는 대표적 협의체로 발돋움하면서 국제원조사회에 아시아 차원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1차)을 시작으로 일본(2차), 태국(3차), 인도네시아(4차)에서 열렸고 올해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언론사 가운데 <머니위크>가 단독으로 초청됐다. ODA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포럼 분위기는 엄숙하면서도 진지했다.
현지 참석자들은 100여명에 달했다. 다케히코 나카오(Takehiko Nakao)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비롯해 심섭 수출입은행 선임부행장,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여기에 한국·일본·태국·캄보디아 등 10여개 주요 아시아 국가의 개발관련 정부인사들과 경제협력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고위 관계자들도 포럼 현장을 찾았다.
베트남 기획투자부가 주최한 이날 포럼은 '아시아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도전과제와 전략'이라는 주제로 본격적인 토론을 펼쳤다. 한국과 일본 등이 개도국에 지원하는 개발원조를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아시아의 지속성장이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 주된 화두다.
세부적으로는 ▲중진국 함정 극복방안 ▲지속성장을 위한 개발재원 동원 ▲지식공유 및 상호학습 등 3가지로 나눠 각국의 전문가들이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는 당초 예정시간보다 1시간 이상 지연될 만큼 참가자들의 열띤 논쟁이 오갔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나는 일정이었지만 오후 6시가 훌쩍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아시아 각국에서 온 주요언론사들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베트남은 물론 일본, 태국 등에서도 기자들이 찾아와 영상을 찍고 포럼현장을 스케치했다. 특히 베트남 언론의 열기가 뜨거웠다. 베트남의 한 방송기자는 우리 측에 다가와 "윤태용 기획재정부 국장이 (이번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유가 무엇이냐"며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김설희 수출입은행 홍보팀 대리는 "윤 국장 대신 이호근 기획재정부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팀장이 참석해 이번 토론회를 빛냈다"고 안내했다. 현지기자는 방긋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토론 참석자들도 진지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참석자들은 수첩과 펜, 노트북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발표자들의 말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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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호근 기재부 국제개발정책팀장, 구옌치쭝 베트남 기획투자부(MPI) 부국장, 심섭 선임부행장, 키요시 코데라 JICA 부총재, 차관부이꽝빈 베트남 기획투자부(MPI) 장관 , 타케히코 나카오 ADB 총재, 타케시 오수가 일본 외교부 부국장, 클레어 아일랜드 주베트남 호주대사, 마사노리 요시다 일본 재무성 부국장. |
◆빈곤의 근본적 해소 기여…기술혁신 집중
"아시아가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개발'과 '인력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토론 발표자들은 '중진국 함정의 극복방안을 위한 해법'이라는 세션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인프라개발이 빈곤의 근본적 해소에 기여할 수 있고 원조기관은 이러한 인프라 개발재원 동원과 인프라 활용도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한 산업협력, 고등교육, 지역 내 인적자원 교환 등을 통해 기술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문제는 방법이다. 국가원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개도국 인프라 개발과 인력개발에 매진할 수 있을까.
이날 발표에 나선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저소득국의 개발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이 필수적 요소이며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국가소득그룹별로 특성화된 부문과 기술개발을 통해 아시아 각 국가 특성에 맞는 산업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발표한 나성섭 ADB 과장은 "인적자원 공급을 결정짓는 요소로는 기술수준별 인력분포 현황과 산업기술 변화, 교육접근성 증대, 지역적 차원의 인적기술개발시스템을 들 수 있다"며 지역 내 인적자원개발 활성화 방안으로 ▲기술개발과 경제산업전략 간 통합 ▲민간협력 ▲산업 간 연계성 강화 ▲산업구조 변화에 대비한 기술역량 구축 ▲개방형 기술공유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마사노리 요시다(Masanori Yosida) 일본 재무성 부국장은 발표를 통해 "민간부문의 인프라프로젝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안정화된 시장이 구축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안정화된 거시경제 환경과 공공투자규제 마련, 대규모 재원마련을 위한 법적·재정적 구조형성, 금융안정성 구축을 통해 민간 인프라투자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발표자 아자이 샨카르(Ajay Shankar) 인도 제조업경쟁력위원회 국장은 "인적자원개발은 생산성과 혁신 증대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구조를 전환시켜 일자리 창출과 빈곤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인도는 최근 제조업 분야의 인력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와 함께 차세대 제조업 인력육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ODA 지속성장 위해 민간협력 구성 필요
개발 원조를 통해 지속성장이 가능토록 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민간투자 확대가 대안으로 꼽혔다. 또한 개발재원의 새로운 흐름에 대비한 협력체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두번째 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토마스 벨로에(Thomas Beloe) 유엔개발계획(UNDP) 아태지역사무소 자문관은 "아태지역에 유입되는 개발재원량이 1조달러를 돌파했고 ODA의 다양한 재원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며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개발재원의 흐름을 이해하는 제도적 역량을 구축하고 더 나아가 아태지역 차원에서 개발재원의 새로운 흐름에 대비한 협력체계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서 나기환 수은 경협기획실장은 "포스트(Post)2015 어젠다의 도래로 경제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경제개발의 근간을 이루는 인프라개발의 수요충족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재원마련이 요구되고 있다"며 "ODA는 친투자환경 조성, 자금시장을 활용한 개발재원확대,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촉매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식공유와 ODA 차관, 혁신적 개발금융 간 시너지를 통해 민간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개발재원을 보완해야 한다"고 전한 뒤 "사회경제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케시 오수가(Takeshi Osuga) 일본 외교부 부국장 역시 발표를 통해 "ODA는 인프라개발, 인적역량 구축,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협력사업(PPP) 프로젝트 증진 등 민간투자 유도를 위한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며 "국내재원 동원, 재원측정방식 개선을 위한 협력 등 개발재원확충을 위해 다양한 차원의 노력이 전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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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ADF포럼 발표자의 말을 듣고 있다. |
◆지식공유 인센티브 인식… 활발한 지식공유 필요
마지막 세션인 '지식공유 및 상호학습' 토론회에서는 어떤 대안이 나왔을까. 아시아지역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공여국과 수원국, 원조기관, 금융기관, 의회, 민간기업 등 다양한 개발주체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를 통해 ADF가 아시아지역의 개발경험을 공유하는 효과적인 지식공유의 장으로서 국제개발사회에 새로운 개발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마미 사쿠라이(Mami Sakurai) UN 남남협력사무소 차장은 ▲최빈국을 위한 남남협력 ▲기술협력 프로젝트 지원 ▲다자 차원의 남남협력 ▲기술협력에 대한 투자확대 등 4가지 안을 제안했다. 그는 "개발에서의 남남협력 주류화를 통해 지역적 차원에서 지식·전문기술을 공유하고 양자·다자 관계에서의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를 통해 원조개발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호근 KSP 팀장은 "KSP는 한국의 지식공유프로그램으로 양자·합동 컨설팅, 모듈화 등을 통해 참여국 간 상호학습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개발효과성 증진에 기여해왔다"며 "향후 지식공유 활성화를 위해 국제기구는 지식플랫폼 강화, 지식공유 관련 역량구축과 재정지원 확대, 부문별 지식공유 확대에 주력하고 우수컨설턴트 기용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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