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과 난방비'로 본 아파트 관리비 '구멍'
김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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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와 SH, 그리고 건설사에 우리 아파트를 맡긴다고요? 차라리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죠. 앞으로 그들이 아파트 관리를 하게 된다면 저는 더 이상 아파트에 살지 않을 계획입니다.” -분당 A아파트에 살고 있는 박모씨(39).
최근 영화배우 김부선씨의 아파트관리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 건설사 등에 아파트 관리업무를 맡기겠다고 밝히자 어찌된 영문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지난달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관리 선진화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용역기간은 7개월이며 내년 상반기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불투명하고 후진적인 아파트 관리방식 때문에 발생하는 부조리로 주민들이 불편해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아파트 관리 주체별 역할을 재정립하고 관리비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등 공동주택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연구용역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민간 위탁관리회사 보다 신뢰할 수 있는 LH, SH, 건설사 등에 아파트 관리업무를 위탁함으로써 전문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질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LH·SH·건설사, 자질문제 대두
언뜻 보기에는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이 같은 시의 방침에 비판 목소리만 거세다. 이유가 뭘까.
일단 LH와 SH, 건설사가 기존 위탁관리업체들보다 전문적으로 아파트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느냐는 대해 물음표가 붙는다.
현재 LH와 SH는 임대아파트조차 제대로 감당 못해 대규모 단지는 위탁관리회사에 관리를 맡기고 있는 실정. 실제로 지난 8월에도 LH는 화성향남·평택소사벌·오산세교, SH는 세곡리엔파크·서대문센트레빌·상암월드컵단지 등 다수의 아파트단지에 대한 위탁관리용역 입찰을 마감했다. 물론 부족한 전문인력을 위탁관리업체 직원들로 충원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A위탁관리업체 관계자는 “위탁관리회사들이 받는 수수료 대비 공기업 인력과 운영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충당해야 할 인원이 결코 적지 않다”며 “공기업 직원으로 데려가 준다면 우리야 '땡큐'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이 낮은 위탁관리업을 LH, SH, 건설사가 맡기에는 한계가 있고 맡긴다 하더라도 관리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위탁관리수수료는 3.3㎡당 월 20~30원. 업계관계자들은 실제로 위탁관리업체가 가져가는 수익은 이보다 적다고 말한다.
B위탁관리업체 관계자은 “실질적으로 위탁관리업체가 가져가는 수익은 500가구 아파트단지 기준 월 5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 조차 재계약(1~3년) 시 5~10%씩 삭감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워낙 수익성이 낮아 가뜩이나 재정상태가 어려운 LH와 SH가 참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LH와 SH가 위탁관리업에 발을 뻗치려면 수익성을 높일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위탁관리수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위탁관리수수료 인상은 결국 관리비 상승으로 직결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아파트를 지은 장본인들이 관리를 하게 되면 하자·보수 등에 있어 소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본인들이 시공한 건축물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를 감추려는 데 급급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장기수선충당금'(아파트관리비 중 일정액을 적립해 방수·도색·배관·승강기 등 시설 개·보수에 사용되는 재원, 이하 장충금)을 이용해 꼼수를 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꼼수를 부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부러 부실시공을 해놓고 장충금을 집행하면 된다. 현재는 관리소장과 위탁관리회사가 점검 후 시공사의 책임이 있는 하자 등에 대해서는 시공사로부터 보상을 받고, 추후 건물이 낡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하자·보수 등에 대해서만 장충금을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정부가 아파트라는 사유재산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떠오른다. 엄연히 사유재산인 아파트에 대해 아파트의 주인인 입주민들을 배제하고 서울시 등이 사유재산의 관리권을 통제하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 변호사들의 중론이다.
◆'위탁관리업체' 죽이기 전에 근본문제 파악해야
아파트관리 문제는 이제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발 벗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의 문제점을 위탁관리회사 척결(?)로 해결하겠다는 판단은 다소 섣부른 측면이 있어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파트 관리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현재 아파트는 ▲입주민(입대위) ▲위탁관리회사 ▲관리소장(주택관리사 자격증 소지자) 등 삼각구도 형태로 관리된다.
‘입대위’는 해당 아파트에 적합한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고, ‘위탁관리업체’는 아파트마다 기술·회계·시설관리 등을 지원하며 주택관리사를 고용해 관리소장으로 배치시키고, ‘관리소장’은 아파트 건물가치와 입주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즉, 입대위·위탁관리업체·관리소장 서로 간에 관리·감독만 제대로 이뤄지면 문제될 게 없다. 입대위가 잘못을 하면 관리소장이 지적해주고, 관리소장은 고용주인 위탁관리회사가 회계점검과 기술점검 등을 통해 감독하고, 위탁관리회사의 총체적인 아파트 관리 부분에 대해 입대위가 감시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자꾸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삼각구도의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무게 추는 입대위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상태다. 일단 위탁관리업체에게 입대위는 '절대 갑'이다. 업체선정 시부터 입대위의 입김이 센 것은 당연하고, 선정된 후에도 1~3년마다 ‘재계약’이라는 칼자루를 입대위가 쥐고 있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대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관리소장을 교체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입대위를 감시·감독해야 할 관리소장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이유다.
김철중 한국주택관리협회 사무총장은 “심지어 관리소장이 입대위와 함께 실질적 고용주인 위탁관리회사 모르게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도 다반사”라면서 “사실상 모든 아파트 관리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입대위와 위탁관리업체, 그리고 관리소장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게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단순히 위탁관리업체를 배제시키는 것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부와 서울시가 ‘숲을 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근 영화배우 김부선씨의 아파트관리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 건설사 등에 아파트 관리업무를 맡기겠다고 밝히자 어찌된 영문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지난달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관리 선진화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용역기간은 7개월이며 내년 상반기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불투명하고 후진적인 아파트 관리방식 때문에 발생하는 부조리로 주민들이 불편해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아파트 관리 주체별 역할을 재정립하고 관리비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등 공동주택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연구용역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민간 위탁관리회사 보다 신뢰할 수 있는 LH, SH, 건설사 등에 아파트 관리업무를 위탁함으로써 전문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질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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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SH·건설사, 자질문제 대두
언뜻 보기에는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이 같은 시의 방침에 비판 목소리만 거세다. 이유가 뭘까.
일단 LH와 SH, 건설사가 기존 위탁관리업체들보다 전문적으로 아파트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느냐는 대해 물음표가 붙는다.
현재 LH와 SH는 임대아파트조차 제대로 감당 못해 대규모 단지는 위탁관리회사에 관리를 맡기고 있는 실정. 실제로 지난 8월에도 LH는 화성향남·평택소사벌·오산세교, SH는 세곡리엔파크·서대문센트레빌·상암월드컵단지 등 다수의 아파트단지에 대한 위탁관리용역 입찰을 마감했다. 물론 부족한 전문인력을 위탁관리업체 직원들로 충원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A위탁관리업체 관계자는 “위탁관리회사들이 받는 수수료 대비 공기업 인력과 운영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충당해야 할 인원이 결코 적지 않다”며 “공기업 직원으로 데려가 준다면 우리야 '땡큐'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이 낮은 위탁관리업을 LH, SH, 건설사가 맡기에는 한계가 있고 맡긴다 하더라도 관리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위탁관리수수료는 3.3㎡당 월 20~30원. 업계관계자들은 실제로 위탁관리업체가 가져가는 수익은 이보다 적다고 말한다.
B위탁관리업체 관계자은 “실질적으로 위탁관리업체가 가져가는 수익은 500가구 아파트단지 기준 월 5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 조차 재계약(1~3년) 시 5~10%씩 삭감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워낙 수익성이 낮아 가뜩이나 재정상태가 어려운 LH와 SH가 참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LH와 SH가 위탁관리업에 발을 뻗치려면 수익성을 높일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위탁관리수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위탁관리수수료 인상은 결국 관리비 상승으로 직결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아파트를 지은 장본인들이 관리를 하게 되면 하자·보수 등에 있어 소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본인들이 시공한 건축물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를 감추려는 데 급급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장기수선충당금'(아파트관리비 중 일정액을 적립해 방수·도색·배관·승강기 등 시설 개·보수에 사용되는 재원, 이하 장충금)을 이용해 꼼수를 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꼼수를 부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부러 부실시공을 해놓고 장충금을 집행하면 된다. 현재는 관리소장과 위탁관리회사가 점검 후 시공사의 책임이 있는 하자 등에 대해서는 시공사로부터 보상을 받고, 추후 건물이 낡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하자·보수 등에 대해서만 장충금을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정부가 아파트라는 사유재산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떠오른다. 엄연히 사유재산인 아파트에 대해 아파트의 주인인 입주민들을 배제하고 서울시 등이 사유재산의 관리권을 통제하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 변호사들의 중론이다.
◆'위탁관리업체' 죽이기 전에 근본문제 파악해야
아파트관리 문제는 이제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발 벗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의 문제점을 위탁관리회사 척결(?)로 해결하겠다는 판단은 다소 섣부른 측면이 있어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파트 관리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현재 아파트는 ▲입주민(입대위) ▲위탁관리회사 ▲관리소장(주택관리사 자격증 소지자) 등 삼각구도 형태로 관리된다.
‘입대위’는 해당 아파트에 적합한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고, ‘위탁관리업체’는 아파트마다 기술·회계·시설관리 등을 지원하며 주택관리사를 고용해 관리소장으로 배치시키고, ‘관리소장’은 아파트 건물가치와 입주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즉, 입대위·위탁관리업체·관리소장 서로 간에 관리·감독만 제대로 이뤄지면 문제될 게 없다. 입대위가 잘못을 하면 관리소장이 지적해주고, 관리소장은 고용주인 위탁관리회사가 회계점검과 기술점검 등을 통해 감독하고, 위탁관리회사의 총체적인 아파트 관리 부분에 대해 입대위가 감시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자꾸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삼각구도의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무게 추는 입대위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상태다. 일단 위탁관리업체에게 입대위는 '절대 갑'이다. 업체선정 시부터 입대위의 입김이 센 것은 당연하고, 선정된 후에도 1~3년마다 ‘재계약’이라는 칼자루를 입대위가 쥐고 있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대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관리소장을 교체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입대위를 감시·감독해야 할 관리소장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이유다.
김철중 한국주택관리협회 사무총장은 “심지어 관리소장이 입대위와 함께 실질적 고용주인 위탁관리회사 모르게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도 다반사”라면서 “사실상 모든 아파트 관리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입대위와 위탁관리업체, 그리고 관리소장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게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단순히 위탁관리업체를 배제시키는 것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부와 서울시가 ‘숲을 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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