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사과나무로 함께 성장하겠습니다”
강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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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주식회사 백진성 대표
‘내공內功’은 ‘숨겨진 힘’, ‘남몰래 갈고 닦은 힘’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다. CEO들을 만나면 가끔 자신이 지닌 능력을 겉으로 은근히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아닌 척하면서도 결국은 자화자찬하는 격이다.
이건 자신감과는 다르다. 그런 사람들에서는 내공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내공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어색하다는 것이 더 맞을 수 있겠다. 진정한 내공은 겸손함을 전제로 한다.
사과나무주식회사 백진성 대표는 선한 눈, 온화한 미소, 특유의 수줍은 표정으로 소위 ‘CEO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내성적인 면모 속 단단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뿌리 깊은 곳에서부터 찬찬히, 그리고 조용히 실력을 갈고 닦아온 힘이 느껴진다.
이제 30대 중반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도 7년이 조금 넘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아직 신인이라고 불릴법하지만 지금까지 일궈온 내역을 보면 ‘신화’에 가깝다.
‘<커피베이> 론칭 1년 만에 전국 가맹점 100호 돌파, <비타민PC방> 월 20곳씩 계약 성사, 국내 PC방 업계 브랜드 1위, 본사 매출 매년 2배씩 신장, 창업 5년 만인 2012년 100억원 매출 달성’ 등 모든 사업이 어렵다고 하는 요즘, 사과나무주식회사는 보기 드문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0년 론칭한 <커피베이>는 현재 350여개 매장을 오픈했다. 사업 전개 분위기가 백 대표와 닮았다.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 슈퍼바이저로서 느낀 프랜차이즈 사업의 보람
프랜차이즈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03년 PC방 전문 프랜차이즈 회사에 입사했을 때였다. 슈퍼바이저 일을 하면서 당시 전북 전주에 오픈한 한 매장을 담당했다. 그 매장의 가맹점주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100% 대출받아 창업했던 사람이었다.
백 대표는 “연세가 많으셨는데 굉장히 열심히 하신 분”으로 기억한다. 그 열정에 많이 도와주고 싶었고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고 한다. 창업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어느 날, 정기방문 차 매장을 갔더니 그 가맹점주가 손을 꼭 잡으면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인사를 했다.
창업 대출을 상환하고 오는 길이라며 모든 것이 ‘자네 덕분’이라고 했단다. 백 대표는 그때 결심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이런 매력이 있구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그 감동을 가슴에 새겼다.
그 생각은 회사명인 ‘사과나무’에 그대로 투영시켰다. 세상을 바꾼 스티브잡스의 ‘애플’처럼 회사를 키우고 싶다는 꿈이 담겨 있기도 하고, 단단하고 튼튼한 뿌리로 자양분을 쫙쫙 흡수해 가지에 주렁주렁 열린 사과 열매,
즉 가맹점이 잘 영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백 대표는 힘든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삶을 바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 생각한다. 그들의 성공을 보며 함께 기뻐하고 그러면서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노력하겠다며 ‘사과나무’를 상호로 선택했다.
젊은이들의 도전에도 응원하는 그다. 작년 자서전 ‘큰 꿈에 투자하라’를 낸 이유다. 백 대표는 “아직 연륜이 많이 쌓이지도,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 자서전을 낸다는 것이 민망스러웠지만 나의 인생경험담으로 인해 청년들 중 단 한명이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겠다고 생각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 ‘가맹점주를 위한 가맹점주에 의한’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자.’ 가맹점주의 행복을 위한 사업이었기에 모든 것은 그들에 초점을 맞췄다. 가맹점주의 입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핵심 비결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거품을 뺀 경제적인 창업비용 산출이다. 현재 <커피베이>는 가맹비, 물품 보증금, 교육비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26.45㎡(8평) 미니카페형은 3980만원, 85.95㎡(26평) 카페형은 9470만원(점포세 제외)이면 오픈 가능하다.
인테리어는 본사에서 팀을 직접 꾸려 비용을 절감했다. 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드백이 빠르고 책임감 있는 대처로 가맹점주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데도 한몫한다.
또 마감 시간 개념 없이 점주들 요청에 따라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24시간 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제주도도 단숨에 달려간다. 필리핀에서까지 창업 러브콜이 오는 이유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격은 중저가를 고수하면서도 맛과 품질을 높인 것이 가맹점주를 만족시키는 데 주효했다.
경기도 광주에 자체 로스팅 공장을 두고 콜롬비아 슈프리모, 과테말라 안티구아,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브라질 산토스 네 가지 원두를 블렌딩해 <커피베이>만의 부드러운 커피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문 로스터를 두고 핸드로스팅 방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서베이를 거친 후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개발해 출시하고 있는 점도 가맹점주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다. 그밖에 투자비와 운영비를 최대한 아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경쟁력 있는 메뉴를 만드는 등 가맹점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커피베이>는 지금 다른 커피전문 브랜드와 달리 상향 곡선을 그리며 순탄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 가슴 아린 세 글자 ‘어머니’
사실 백 대표에게 어머니라는 세 글자는 가슴 아린 단어다. 현명하고 씩씩하던 어머니가 7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당시 꿈 하나를 좇으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백 대표는 어머니의 소식에 처음으로 막막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버티게 해 준 동력이 산산조각 나는 듯했다.
‘아직 해드린 게 아무것도 없는데….’
학창시절에 어머니 속을 많이 태웠던 그였기에 아쉬움과 죄송함이 가득했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13살 연상이세요. 대학생인 아버지를 뒷바라지해 의사로 만드신 대단한 분이시지요. 이혼 후 위자료는 자식들을 위해 거의 다 쓰셨습니다. 지혜롭고 따뜻했던 어머니가 이렇게 되신 것은 한이 많은 탓이겠지요.”
백 대표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출과 반항을 일삼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쫓기듯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군 입대 후 첫 휴가, 어머니를 찾아간 백 대표는 당시 초라하던 집안 분위기, 궁핍한 살림살이를 아직 잊지 못한다.
밥상을 차려 내주던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습이 가슴 아파서 그 후의 휴가는 모두 반납했다. 보지 않는 게 낫겠다 싶었다. 군대로도 찾아오는 이 하나 없었다.
하루하루가 절망스러웠지만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 일에만 전념했다. 밤새가며 일하고 훈련받지 않는 시간에는 공부와 일에 몰두 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서서히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믿음을 두고 누군가에게 든든한 사람이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가진 게 없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무 살 청년은 그렇게 단단해져가고 있었다.
◇ 경기도 평택 PC방 거쳐 프랜차이즈 회사 CEO로 우뚝
당시 어머니의 병간호에만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백 대표는 서울로 가겠다고 가족, 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선언했다. 모두 만류했다. ‘누구하나 내편은 없구나’라고 생각하던 순간, 누나가 손을 덥석 잡았다.
‘어머니는 누나가 모실 테니 가서 하고 싶은 일 꼭 하라’고 했다.
매형도 가라고 손짓했다. 백 대표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친척들은 당시만 해도 월급 110만원을 받아가며 밤낮없이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일한 백 대표를 이용만 당하는 바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 A/S 기사로 있으면서 일이 재밌어 야근 수당, 휴일 특근 수당 없이 일했던 백 대표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은 어머니와 누나뿐이었다.
서울행을 결심하고, 때마침 사촌 매형에게 투자와 관련해 연락이 왔다. 배운 게 컴퓨터라고 PC방 프랜차이즈 사업 계획서를 꼼꼼하게 작성해 보낸 결과, 투자를 받게 됐다. 대리 경영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경기도 평택. PC방을 오픈하고 며칠 동안은 잠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좋아서였다. 수익도 짭짤했다. 평택 일대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그러다 그 전에 일했던 PC방 프랜차이즈 업체가 사업을 철수하고 브랜드를 판다는 소식을 들었다. 쇠퇴기를 맞고 있어 주변 반대가 심했지만 브랜드 인지도 하나 보고 인수했다. 때는 2008년 1월 4일, 그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날이었다.
◇ 1100만원에서 시작해 사원 아파트 건립까지 “꿈은 계속 된다”
시작은 1100만원이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 대표를 도와 브랜드를 만들고 직접 가맹점 오픈을 지휘했던 ‘비타민 PC방’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사업하는 내내 자금 문제로 힘들었다. 초기 4개월 동안 가맹점 계약 한 건 맺지 못했다.
어떻게 시작한 사업인데,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 때 자동차 보험회사의 ‘24시간 출동 시스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즉시 상담’ 영업 방식을 도입했다. 재빠른 상담 방식에 만족도를 높이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건강하고 깨끗한 카페 분위기를 도입하면서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2011년 하반기, 회사는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올리게 됐고 한달에 약 20개씩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러다 맞은 위기.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적은 직원 수, 다수의 계약으로 사업 진행에 무리가 왔다.
결국 3개월 영업활동을 중단했고 그 후유증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도 있었다. 백 대표는 그 때 직원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백 대표는 직원 복지에 더욱 힘쓰기 시작했다. 경어 사용은 물론 권위적인 태도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업무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다. 생일 맞은 직원에게 케이크 교환권, 상품권 제공은 물론 명절 선물도 챙겨준다.
연말에는 연회장을 빌려 직원 가족을 초대해 감사의 인사를 나눈다. 커피 강좌, 외국어 학습, 점포개발 과정, 슈퍼바이저 과정, 회계 실무 등 다양한 분야 교육비 전액을 지원해 직원 역량 개발을 돕고 있다. 출근 시각을 1시간 뒤로 늦춰 업무 효율을 높이기도 했다.
그밖에도 사내 모임, 동호회, 여가활동에 필요한 회비, 유니폼과 회식비 등을 지원해준다. 백 대표는 직원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주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정기적으로 기본 재테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업무 성과와 직원 결속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마흔 살이 되는 해에는 사원 아파트를 완성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삶을 돌아봤을 때 ‘한다면 한다’는 백 대표이기에 기대해볼 만하다.
<커피베이>는 예사롭지 않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중이다. 지난 9월 중국 1호점을 오픈했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경기도 일산에 있는 SBS 드라마 특별기획전 ‘별에서 온 그대’ 전시관에 매장을 열고 한류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약 1년의 전시기간 동안 해외관람객 100만명 이상 유치를 예상한다. 홍콩과의 계약도 앞두고 있다.
국내는 부산, 경남지역의 가맹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오는 10월 15일 부산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본격 돌입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는 재투자를 지속해왔다. 2014년부터는 수익으로 돌려 변화를 꾀했다. 동시에 성장과 내실을 같이 추구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잡았다. 작년에 비해 2배가량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가파른 성장곡선은 내실을 잃게 된다는 것을 백 대표는 잘 안다.
“비타민 PC방 사업으로 몸소 느낀 것도 있지만 <퓨전굽는삼계탕 식료찬연> 임희국 대표님의 조언 ‘사업의 본질을 잊지 말라’를 항상 되새기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CEO 과정에서 만난 제 멘토이신데 프랜차이즈 본질과 원칙을 새삼 뒤돌아볼 수 있게 해주신 분입니다.”
현재 시스템, 인프라 등을 정비하고 내년을 위한 경쟁력 배양에 주력하고 있다. 사과나무주식회사의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백 대표는 그의 삶을 변화시킨 세 가지 키워드 ‘절대 긍정, 무한 희망, 과잉 성실’을 통해 앞으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CEO가 되는 것이 목표다.
‘내공內功’은 ‘숨겨진 힘’, ‘남몰래 갈고 닦은 힘’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다. CEO들을 만나면 가끔 자신이 지닌 능력을 겉으로 은근히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아닌 척하면서도 결국은 자화자찬하는 격이다.
이건 자신감과는 다르다. 그런 사람들에서는 내공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내공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어색하다는 것이 더 맞을 수 있겠다. 진정한 내공은 겸손함을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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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진성 대표 (제공=월간 외식경영) |
사과나무주식회사 백진성 대표는 선한 눈, 온화한 미소, 특유의 수줍은 표정으로 소위 ‘CEO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내성적인 면모 속 단단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뿌리 깊은 곳에서부터 찬찬히, 그리고 조용히 실력을 갈고 닦아온 힘이 느껴진다.
이제 30대 중반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도 7년이 조금 넘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아직 신인이라고 불릴법하지만 지금까지 일궈온 내역을 보면 ‘신화’에 가깝다.
‘<커피베이> 론칭 1년 만에 전국 가맹점 100호 돌파, <비타민PC방> 월 20곳씩 계약 성사, 국내 PC방 업계 브랜드 1위, 본사 매출 매년 2배씩 신장, 창업 5년 만인 2012년 100억원 매출 달성’ 등 모든 사업이 어렵다고 하는 요즘, 사과나무주식회사는 보기 드문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0년 론칭한 <커피베이>는 현재 350여개 매장을 오픈했다. 사업 전개 분위기가 백 대표와 닮았다.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 슈퍼바이저로서 느낀 프랜차이즈 사업의 보람
프랜차이즈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03년 PC방 전문 프랜차이즈 회사에 입사했을 때였다. 슈퍼바이저 일을 하면서 당시 전북 전주에 오픈한 한 매장을 담당했다. 그 매장의 가맹점주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100% 대출받아 창업했던 사람이었다.
백 대표는 “연세가 많으셨는데 굉장히 열심히 하신 분”으로 기억한다. 그 열정에 많이 도와주고 싶었고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고 한다. 창업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어느 날, 정기방문 차 매장을 갔더니 그 가맹점주가 손을 꼭 잡으면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인사를 했다.
창업 대출을 상환하고 오는 길이라며 모든 것이 ‘자네 덕분’이라고 했단다. 백 대표는 그때 결심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이런 매력이 있구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그 감동을 가슴에 새겼다.
그 생각은 회사명인 ‘사과나무’에 그대로 투영시켰다. 세상을 바꾼 스티브잡스의 ‘애플’처럼 회사를 키우고 싶다는 꿈이 담겨 있기도 하고, 단단하고 튼튼한 뿌리로 자양분을 쫙쫙 흡수해 가지에 주렁주렁 열린 사과 열매,
즉 가맹점이 잘 영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백 대표는 힘든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삶을 바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 생각한다. 그들의 성공을 보며 함께 기뻐하고 그러면서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노력하겠다며 ‘사과나무’를 상호로 선택했다.
젊은이들의 도전에도 응원하는 그다. 작년 자서전 ‘큰 꿈에 투자하라’를 낸 이유다. 백 대표는 “아직 연륜이 많이 쌓이지도,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 자서전을 낸다는 것이 민망스러웠지만 나의 인생경험담으로 인해 청년들 중 단 한명이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겠다고 생각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 ‘가맹점주를 위한 가맹점주에 의한’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자.’ 가맹점주의 행복을 위한 사업이었기에 모든 것은 그들에 초점을 맞췄다. 가맹점주의 입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핵심 비결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거품을 뺀 경제적인 창업비용 산출이다. 현재 <커피베이>는 가맹비, 물품 보증금, 교육비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26.45㎡(8평) 미니카페형은 3980만원, 85.95㎡(26평) 카페형은 9470만원(점포세 제외)이면 오픈 가능하다.
인테리어는 본사에서 팀을 직접 꾸려 비용을 절감했다. 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드백이 빠르고 책임감 있는 대처로 가맹점주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데도 한몫한다.
또 마감 시간 개념 없이 점주들 요청에 따라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24시간 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제주도도 단숨에 달려간다. 필리핀에서까지 창업 러브콜이 오는 이유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격은 중저가를 고수하면서도 맛과 품질을 높인 것이 가맹점주를 만족시키는 데 주효했다.
경기도 광주에 자체 로스팅 공장을 두고 콜롬비아 슈프리모, 과테말라 안티구아,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브라질 산토스 네 가지 원두를 블렌딩해 <커피베이>만의 부드러운 커피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문 로스터를 두고 핸드로스팅 방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서베이를 거친 후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개발해 출시하고 있는 점도 가맹점주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다. 그밖에 투자비와 운영비를 최대한 아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경쟁력 있는 메뉴를 만드는 등 가맹점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커피베이>는 지금 다른 커피전문 브랜드와 달리 상향 곡선을 그리며 순탄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 가슴 아린 세 글자 ‘어머니’
사실 백 대표에게 어머니라는 세 글자는 가슴 아린 단어다. 현명하고 씩씩하던 어머니가 7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당시 꿈 하나를 좇으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백 대표는 어머니의 소식에 처음으로 막막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버티게 해 준 동력이 산산조각 나는 듯했다.
‘아직 해드린 게 아무것도 없는데….’
학창시절에 어머니 속을 많이 태웠던 그였기에 아쉬움과 죄송함이 가득했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13살 연상이세요. 대학생인 아버지를 뒷바라지해 의사로 만드신 대단한 분이시지요. 이혼 후 위자료는 자식들을 위해 거의 다 쓰셨습니다. 지혜롭고 따뜻했던 어머니가 이렇게 되신 것은 한이 많은 탓이겠지요.”
백 대표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출과 반항을 일삼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쫓기듯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군 입대 후 첫 휴가, 어머니를 찾아간 백 대표는 당시 초라하던 집안 분위기, 궁핍한 살림살이를 아직 잊지 못한다.
밥상을 차려 내주던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습이 가슴 아파서 그 후의 휴가는 모두 반납했다. 보지 않는 게 낫겠다 싶었다. 군대로도 찾아오는 이 하나 없었다.
하루하루가 절망스러웠지만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 일에만 전념했다. 밤새가며 일하고 훈련받지 않는 시간에는 공부와 일에 몰두 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서서히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믿음을 두고 누군가에게 든든한 사람이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가진 게 없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무 살 청년은 그렇게 단단해져가고 있었다.
◇ 경기도 평택 PC방 거쳐 프랜차이즈 회사 CEO로 우뚝
당시 어머니의 병간호에만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백 대표는 서울로 가겠다고 가족, 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선언했다. 모두 만류했다. ‘누구하나 내편은 없구나’라고 생각하던 순간, 누나가 손을 덥석 잡았다.
‘어머니는 누나가 모실 테니 가서 하고 싶은 일 꼭 하라’고 했다.
매형도 가라고 손짓했다. 백 대표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친척들은 당시만 해도 월급 110만원을 받아가며 밤낮없이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일한 백 대표를 이용만 당하는 바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 A/S 기사로 있으면서 일이 재밌어 야근 수당, 휴일 특근 수당 없이 일했던 백 대표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은 어머니와 누나뿐이었다.
서울행을 결심하고, 때마침 사촌 매형에게 투자와 관련해 연락이 왔다. 배운 게 컴퓨터라고 PC방 프랜차이즈 사업 계획서를 꼼꼼하게 작성해 보낸 결과, 투자를 받게 됐다. 대리 경영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경기도 평택. PC방을 오픈하고 며칠 동안은 잠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좋아서였다. 수익도 짭짤했다. 평택 일대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그러다 그 전에 일했던 PC방 프랜차이즈 업체가 사업을 철수하고 브랜드를 판다는 소식을 들었다. 쇠퇴기를 맞고 있어 주변 반대가 심했지만 브랜드 인지도 하나 보고 인수했다. 때는 2008년 1월 4일, 그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날이었다.
◇ 1100만원에서 시작해 사원 아파트 건립까지 “꿈은 계속 된다”
시작은 1100만원이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 대표를 도와 브랜드를 만들고 직접 가맹점 오픈을 지휘했던 ‘비타민 PC방’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사업하는 내내 자금 문제로 힘들었다. 초기 4개월 동안 가맹점 계약 한 건 맺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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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월간 외식경영 |
건강하고 깨끗한 카페 분위기를 도입하면서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2011년 하반기, 회사는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올리게 됐고 한달에 약 20개씩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러다 맞은 위기.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적은 직원 수, 다수의 계약으로 사업 진행에 무리가 왔다.
결국 3개월 영업활동을 중단했고 그 후유증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도 있었다. 백 대표는 그 때 직원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백 대표는 직원 복지에 더욱 힘쓰기 시작했다. 경어 사용은 물론 권위적인 태도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업무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다. 생일 맞은 직원에게 케이크 교환권, 상품권 제공은 물론 명절 선물도 챙겨준다.
연말에는 연회장을 빌려 직원 가족을 초대해 감사의 인사를 나눈다. 커피 강좌, 외국어 학습, 점포개발 과정, 슈퍼바이저 과정, 회계 실무 등 다양한 분야 교육비 전액을 지원해 직원 역량 개발을 돕고 있다. 출근 시각을 1시간 뒤로 늦춰 업무 효율을 높이기도 했다.
그밖에도 사내 모임, 동호회, 여가활동에 필요한 회비, 유니폼과 회식비 등을 지원해준다. 백 대표는 직원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주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정기적으로 기본 재테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업무 성과와 직원 결속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마흔 살이 되는 해에는 사원 아파트를 완성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삶을 돌아봤을 때 ‘한다면 한다’는 백 대표이기에 기대해볼 만하다.
<커피베이>는 예사롭지 않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중이다. 지난 9월 중국 1호점을 오픈했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경기도 일산에 있는 SBS 드라마 특별기획전 ‘별에서 온 그대’ 전시관에 매장을 열고 한류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약 1년의 전시기간 동안 해외관람객 100만명 이상 유치를 예상한다. 홍콩과의 계약도 앞두고 있다.
국내는 부산, 경남지역의 가맹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오는 10월 15일 부산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본격 돌입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는 재투자를 지속해왔다. 2014년부터는 수익으로 돌려 변화를 꾀했다. 동시에 성장과 내실을 같이 추구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잡았다. 작년에 비해 2배가량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가파른 성장곡선은 내실을 잃게 된다는 것을 백 대표는 잘 안다.
“비타민 PC방 사업으로 몸소 느낀 것도 있지만 <퓨전굽는삼계탕 식료찬연> 임희국 대표님의 조언 ‘사업의 본질을 잊지 말라’를 항상 되새기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CEO 과정에서 만난 제 멘토이신데 프랜차이즈 본질과 원칙을 새삼 뒤돌아볼 수 있게 해주신 분입니다.”
현재 시스템, 인프라 등을 정비하고 내년을 위한 경쟁력 배양에 주력하고 있다. 사과나무주식회사의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백 대표는 그의 삶을 변화시킨 세 가지 키워드 ‘절대 긍정, 무한 희망, 과잉 성실’을 통해 앞으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CEO가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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