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이 회사 안팎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속되는 실적악화로 지난해 적자전환하더니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사측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노동조합은 파업수순을 밟고 있다.

◆계속 가라앉는 현대미포조선호

현대미포조선이 실적악화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것은 4년 전부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2010년 68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3838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어 2012년에는 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75.5%나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2722억원의 손실을 냈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손실이 3314억원이나 됐다. 전년 같은 기간 영업손실인 705억원에서 크게 고꾸라지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만 79.7%가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현대미포조선은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제공=현대미포조선
/사진제공=현대미포조선

실제로 현대미포조선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살펴봐도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9월 말 493.2%의 영업이익 감소율을 나타냈다. 10월 초 현재 역시 전달보다 낙폭이 약간 커진 495.4% 감소율을 보이고 있어 현대미포조선이 앓고 있는 몸살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현대미포조선의 10월 초 일주일 동안의 주가는 5개 대형 조선사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지난 10월7일만 해도 4거래일 만에 주가가 13.31%나 급락했다. 현대중공업(13.09%), 대우조선해양(12.32%), 삼성중공업(6.53%), 한진중공업(0.54%)을 포함한 5개 대형 조선사 중 낙폭 1위를 차지했다.

다만 다음날인 8일에는 주가가 전날보다 2000원 오르면서 5거래일 동안 1.62%포인트 감소한 11.69% 하락률을 나타냈다.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14.53%)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으며 현대중공업(13.09%), 현대미포조선(11.69%), 삼성중공업(4.55%), 한진중공업(1.16%) 순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문제는 곤두박질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의 하락세가 쉽게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끝 모를 추락세는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큰 탓이다. 현대미포조선의 주가는 지난 6월 말 14만6500원에서 9월 말 12만4000원으로 감소하더니 10월8일에는 10만95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덩달아 시가총액도 6월 말 2조9300억원에서 9월 말 2조4800억원, 10월8일 2조1900억원으로 떨어졌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력 수주 선종의 발주 약세가 계속되면서 흑자전환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며 “당분간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10만~13만원의 박스권 흐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대미포조선, 실적 엎친데 파업 덮치나
◆PC선·LNG선 수주개선 ‘빨간불’


이러한 상황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까지의 실적악화가 아닌 앞으로의 수주부진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과도한 발주로 주력 선종인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수주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미포조선은 북미지역의 원유생산량 증가 등으로 지난해 228척의 PC선을 발주했다.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의 수주다. 하지만 10월 현재까지 PC선 수주잔고가 절반이 넘게 남아 있어 단기간 내 수주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북미지역에서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원유가 수출될 경우 물동량이 감소해 PC선 수주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PC선 외에 액화석유가스운반선(LPG선) 수주도 줄고 있어 흑자 전환은 내년 중반쯤이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국내 조선업계는 그동안 중국과의 경쟁심화, 저가수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이러한 악재에 휩싸이며 실적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엔저까지 더해지면서 일본 조선소들의 경쟁력이 점차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현대미포조선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짐작된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현재 16억달러의 부진한 수주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수주목표의 45% 수준으로 단기 수주금액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암초… 노조 파업 ‘초읽기’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미포조선은 내부적인 '암초'도 만났다. 회사 노조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10월8일 교섭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6월부터 사측과 총 27차례의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국 노조는 쟁의행위 결의, 노동쟁의 조정 등을 앞세우고 파업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미포조선, 실적 엎친데 파업 덮치나
노조는 기본급 인상, 성과금, 각종 단체협약 제·개정 등이 포함된 총괄안을 제시하라고 사측에 요청한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호황기 시절 막대한 영업이익을 통해 자본을 축적했다. 하지만 흑자에 따른 이익으로 조선업과 상관없는 기업 인수에 나서며 많은 자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경영진의 오판으로 적자폭이 3300억원 이상 생겼는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현장 노동자들에 돌리려 하고 있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따라서 사측이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노조의 파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영태 현대미포조선 노조 교섭팀장은 “지난 교섭에서 충분한 대화를 거쳤으나 결국 노조와 조합원을 기만하는 사측을 더 이상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사측이 책임있는 안을 제시한다고는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더 이상 교섭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 제27차 단체교섭에서 교섭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합원들의 생활임금과 권익을 향상시킬 수 없다면 이후 현대미포조선의 모든 업무와 생산 차질을 장담할 수 없다”며 “사측의 제시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배신당한 노사상생의 대가로 결사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