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생선은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태를 여러 가지 형태와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었다는 의미와도 같다. 명태는 오랜 시간 한국인의 밥상에 오른 '국민생선'이며 그 위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예부터 과음한 다음날에는 북엇국으로 속을 풀어주고, 산모에게는 황태미역국을 끓여 영양을 보충해줬다. 어떻게 손질하고 조리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독자적인 명태 요리로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는 음식점 네 곳을 찾았다.

◇ 매콤한 명태간장조림은 이집에서..

<또와유>는 명태간장조림을 처음 개발한 곳으로 유명하다. 1989년 속초 동명항에서 생선구이집을 운영하면서 직원들끼리 식사메뉴로 만들어 먹던 명태조림을 메뉴화한 것이다. ‘속초명태매콤조림’은 기존에 소·중·대 사이즈별로 가격을 매기다 마릿수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기본 2마리(2만1000원)부터 6마리(5만원)까지 인원수에 맞게 주문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는 평이다. <또와유> 쌍문점 주인장은 사찰음식 공부를 한 경험을 살려 밑반찬을 준 한정식수준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가장 반응이 좋은 반찬은 명태 새끼인 노가리를 매콤하게 조린 노가리조림이다. 모든 반찬은 셀프로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

<또와유>에서 사용하는 명태는 손질과정을 거친 뒤 차가운 바람, 뜨거운 바람에 번갈아가면서 아홉 번을 말린다. 반건조한 코다리보다 조금 더 건조한 상태로 꼬들함이 살아있다. 

간장베이스에 고춧가루와 마늘을 듬뿍 넣어 매콤한 양념장을 만드는데 매운맛은 주문 시 조절할 수 있다. 서빙한 뒤 먹기 편하도록 살을 발라주고 콩나물을 얹어준다. 매운 간장양념은 인공 캡사이신이 아닌 천연재료를 사용해 맛이 깔끔하다. 

철원 오대쌀로 지은 밥에 명태조림과 양념을 듬뿍 얹어먹어도 좋고, 완도산 생김에 싸먹어도 좋다. 점심시간에는 명태간장조림백반(1인 9000원)을 판매한다.

◇ 특제 간장양념 올려 차갑게 먹는 명태찜

<광화문빈대떡>은 독자적으로 레시피를 개발한 ‘간장소스 명태찜(2만원)’을 판매한다. 명태찜은 빨갛게 양념해 따끈하게 먹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집 명태찜은 차갑게 식힌 명태찜에 간장소스를 끼얹은 요리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광화문빈대떡>의 메인요리는 모둠 빈대떡이지만 명태찜, 가오리찜, 낙지볶음 등 해산물 요리도 인기가 있다. 주인장이 해산물을 주재료로 한 식당을 운영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점포 앞에는 해산물을 싱싱하게 보관하기 위해 수조도 설치했다.

명태는 전남 고흥에 사는 지인이 제조한 것을 택배로 받아쓴다. 약간 말린 명태를 찜기에 10분정도 찐 뒤 냉수처리를 해 차갑게 식힌다. 그 위에 찐 숙수나물과 파채를 올리고 간장양념을 꼼꼼하게 얹는다. 

청양고추와 양파를 잘게 썰고 간장, 참기름, 깨를 배합해 양념을 만드는데, 미리 만들어두지 않고 주문 시 그때그때 채 썰기 때문에 향신채의 풍미가 진하다. 양념 색은 연하지만 청양고추가 듬뿍 들어있어 많이 매운 편이고 시원한 얼음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먹고 난 뒤에는 우동사리(2000원)를 추가해 간장소스에 말아먹기도 한다. 연한 간장소스는 공깃밥보다 통통한 우동면이 잘 어울린다. 명태찜을 간장소스로 내는 집이 흔치않을뿐더러 차갑게 먹는 명태찜은 처음 접하는 손님이 많다. 이 명태찜을 먹기 위해 재방문하는 손님도 있을 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 추가 건조해 꼬들한 식감 살린 코다리찜

<우화식당>은 ‘서울 시내에서 코다리찜 맛있게 하는 식당’으로 반드시 거론되는 집이다. 1970년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을지로 골목 한켠에 위치하고 있다. 테이블 네 개짜리 작고 허름한 집이지만 오랜 단골들은 이 코다리찜을 맛보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한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대표메뉴는 코다리찜(1만7000원)과 소고기전(1만원)으로, 주인장은 30년 가까이 코다리찜 요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코다리 구매와 손질 노하우가 있다.

가장 중요한 식재료인 코다리는 서울 중부시장에서 구입한다. 거리가 가까운 이유도 있지만 건어물 전문 재래시장이라 양질의 코다리를 구입하는 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구입한 코다리는 직접 손질 후 며칠간 더 말려서 식감을 극대화한다. 

가게 처마에 코다리가 주렁주렁 걸려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손님들로 하여금 ‘코다리를 직접 말리는 집’으로 인식하게 하는 긍정적 효과도 거둔다.


꼬들꼬들할 정도로 말린 코다리 두 마리를 미나리, 콩나물과 함께 매운 양념에 버무려 코다리찜을 만든다. 3~4인이 먹어도 될 만큼 양이 넉넉하다. 양념은 걸죽할 만큼 농도가 짙어 코다리와 콩나물에 맛이 잘 밴다. 청양고춧가루를 써서 얼얼하고 화끈하다. 남은 양념국물에는 보리밥(1000원)을 비벼먹기도 한다.

◇ 명품관 푸트코트에서 매출순위 1위

용인시에 본점을 둔 <속초코다리냉면>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푸드코트인 <고메이494>에 분점을 운영한다. 명품관과 코다리냉면은 언뜻 생소한 조합이지만 실제로는 테이블마다 코다리냉면이 한 그릇씩 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이곳에는 수제버거·브런치·디저트 등 다양한 분야의 외식업체가 입점해있는데 <속초코다리냉면>이 전체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쇼핑을 즐기러 온 젊은 여성 고객뿐 아니라 이 코다리냉면을 먹으러 일부러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도 많다. 코다리냉면은 기존 함흥식 회냉면에서 홍어나 가자미를 쓴 것과 달리 고명으로 코다리식해를 올린 냉면이다. 

한국전쟁 이후 휴전선과 가까운 속초 아바이마을에 정착한 실향민들이 강원도 지역에서 흔히 구할 수 있었던 명태를 활용한 것이 유래가 됐다. <속초코다리냉면>은 양념이 맵지 않고 자연스러워 코다리의 식감을 가리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코다리는 본점에서 직송받아 쓰는데, 결이 가늘고 촘촘해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다. 숙성을 거쳐 맛이 깊으면서도 은근한 단맛이 감돈다. 명태는 국내 어획량 감소로 러시아 등 원양태를 사용한다. 

코다리는 아바이마을 실향민에게 전수받은 함경남도 단천지역 방식으로 제조한다. 코다리냉면의 가격은 7500원이지만 대부분 코다리냉면과 만두 2개가 함께 나오는 세트메뉴(9000원)를 주문한다. 황태를 우린 물을 내어주는 것은 본점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