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임단협 잠정합의… 노사 모두 '상처뿐인 영광'?
광주=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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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사가 7개월여에 걸쳐 임단협 교섭을 벌인 끝에 지난 22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노사 모두 ‘상처 뿐인 영광만 남겼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여금 통상임금’ 문제를 이번 임단협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총12차례의 부분파업을 진행한 노조가 갑작스럽게 입장을 선회해, 사측이 제시한 상여금 통상임금안을 받아들인 것은 다른 임단협 요구안이 어느 정도 관철되자 그동안 협상카드(?)로 활용한 상여금 통상임금 문제를 마무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기아차 노조는 애초부터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을 사측이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상여금 통상임금안은 결국 다른 임단협 요구안을 챙기기 위한 전략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23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따르면 기아차 노사는 지난 22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열린 26차 임단협 본교섭에서 ‘임금인상과 단체협약 개정’에 대한 잠정 합의안에 도장을 찍었다.
합의안 주요 내용으로는 ▶통상임금을 포함한 선진임금체계 도입을 위한 임금체계개선 노사공동위원회 운영 ▶정년 만60세 보장 ▶임직원 건강검진 개선 ▶임신여성 근로시간 단축 및 유산휴가 확대 ▶생산성·품질 향상을 위한 작업 환경 개선 등 중장기 미래전략 합의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특별 교섭 지속 등이다.
또 주간연속 2교대제(8+8)를 2016년까지 시행하되, 시행시기 단축을 위해 노사가 최대한 노력키로 했다.
임금부분에서는 ▶기본급 9만8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격려금 450%+890만원(경영성과금 300%+500만원, 사업목표달성 격려금 150%, 신차성공기념장려금 370만원,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등이다.
특히 노사는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현대차의 방안과 방향을 함께했다.
노사는 교섭 종료 후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임금체계 노사 공동위원회라는 별도의 기구를 신설해 내년 3월 31일까지 통상임금 적용 시점을 포함함 임금체계 개선·시행방안을 마련키로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상여금 통상급화를 요구하면서 그동안 총 12차례의 부분파업을 진행해온 노조가 전격적으로 사측의 제시안을 받아들이면서, 상여금 통상급화는 노조의 다른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용 카드’가 아니였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번 노사 잠정합의안은 지난 14일 사측의 4차 일괄제시안과 비교하면 기본급은 4000원 인상에 그쳤고, 성과급 430%+830만원+20만원(재래상품권), 경영성과급 280+480만원, 사업목표 달성 격려금 150%, 신차 성공기념 장려금 350만원보다 다소 진전됐다.
사측은 또 이날 노조에게 상여금 통상급화 문제를 현대차 제시안과 동일하게 내놨다.
이에 노조 집행부는 ‘사측이 제시한 통상임금 제시안은 절대 수용하지 못한다’며 파국을 예고하는 듯한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노조는 일주일여만에 다른 임단협 요구안에 약간의 살을 붙여 마무리하는 대신 파업의 명분으로 삼았던 상여금 통상급화는 사측의 제시안을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노조가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예상하고, 다른 임단협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여금 통상임금 문제를 쟁점화하고 협상카드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역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문제를 이번 임단협의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12차례의 부분파업을 진행했지만 결국 상여금 통상임금 문제는 ‘변죽만 울린 꼴’이 됐다”며 “노사 모두 큰 실리도 없고 명분도 없는 임단협을 진행하며 서로 에너지만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노사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 투표는 오는 27일 실시할 예정이며, 임금, 단협, 통상임금 등 3개의 투표가 과반수(50%) 이상의 득표가 있어야 통과된다.
한편 기아차 광주공장은 총 12차례의 부분파업을 벌여 1만4000대의 생산차질과 약 2300억원의 매출손실이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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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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