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이 CF를 기억하는가. 지난 2007년 출시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석류주스에 참신한 상품명을 붙이며 전국민적인 사랑을 이끌어냈다. 사실 이 제품의 이름이 처음부터 발랄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 '모메존 석류'라는 이름으로 판매됐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제품명을 변경하는 초강수를 둔 것. 이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대중들은 유행가처럼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자연스레 제품 판매량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처럼 '튀는 이름'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네이밍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특이해서 눈길을 끌거나 제품의 특징을 재미있게 나타낸 이름은 소비자의 호기심을 유발함은 물론 브랜드인지도 향상의 효과도 가져오기 때문. 좋은 브랜드 네임은 마케팅 예산의 절감과 함께 경쟁제품과의 적절한 차별화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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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곧 경쟁력' 네이밍마케팅의 힘!

요즘처럼 유사품과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는 네이밍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름부터 확실하게 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네이밍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은 쉬워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대중에게 골고루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읽기 쉽고, 듣기 쉽고, 쓰기 쉽고, 말하기 쉽고, 외우기 쉬워야 한다. 여기에 요즘은 '기발함'이 가미된 창의적인 이름의 제품들이 줄지어 출시되고 있다.

네이밍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유니클로에서 출시한 발열 내의 '히트텍'(HEATTECH)이 꼽힌다. 히트텍은 지난 2008년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국민들의 내복에 대한 개념을 뒤바꿨다.

기존에는 내복이라고 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입는 촌스러운 의복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따라서 젊은 세대들은 내복을 입기 꺼려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유니클로는 "열을 보전해준다"는 의미를 담은 히트텍이라는 이름으로 내복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어 성공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기존에 유니클로가 가지고 있던 젊은 이미지와 히트텍이라는 단어가 주는 첨단기술의 인상이 완벽하게 버무려져 남녀노소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옷이라는 이미지를 빠르게 정착시켰다"고 밝혔다.

숫자로 제품 콘셉트를 전달한 애경의 '2080' 치약 역시 네이밍마케팅의 좋은 예다.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한다는 뜻을 내포한 숫자 네이밍을 통해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동시에 전 연령대에게 골고루 사랑 받는 효과를 창출해냈다. 이에 힘입어 '2080'은 국내 치약 가운데 가장 빠른 시간에 히트대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애경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출시한 '2080 진지발리스 프로젝트K'의 경우 지난 9월 누적매출 20억원, 누적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하며 소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2080은 성공적인 네이밍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참이슬'이 주도하던 소주시장에서도 네이밍마케팅의 마법은 통했다. 롯데주류는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한 '처음처럼'으로 소주업계에 신선한 변화를 일으켰다. '처음처럼'은 '술자리의 끝에서도 시작과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자'는 뜻을 내포한 네이밍을 통해 여성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여기에 차별화된 마케팅이 더해져 소주시장 전국점유율 17%대를 기록,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에 이은 2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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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밍마케팅, 저급·아류이미지 지양해야

네이밍마케팅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네이밍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선 ▲경쟁사와의 차별성 ▲소비자에 대한 친근감 ▲광고와의 융화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만일 이 중 하나만 간과해도 네이밍마케팅은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다.

네이밍전문업체인 유나이티드브랜드의 김상률 대표는 네이밍마케팅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콜라 815'를 꼽았다. 일제치하에서 해방된 광복절(8월15일)을 상징하는 숫자를 브랜드로 사용한 이 제품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등 외국산 콜라가 점령한 대한민국 콜라시장을 해방시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콜라 815'는 당시 IMF 구제금융으로 인해 고취된 전국민적 애국심을 이용한 815의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시장 진입 첫해 1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약진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IMF 체제로부터 탈출하면서 소비자들의 애국정서가 시들해짐에 따라 지난 2003년 시장점유율은 3%로 추락했다. 815가 상징하는 애국심 외에 별다른 마케팅 방안을 내세우기 힘든 네이밍의 덫에 걸려 결국 자멸하고 만 셈. 여기에 애국정서를 고조시키기 위해 초기 저가전략을 편 것도 향후 저가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며 '콜라 815'의 실패를 촉진시켰다.

김 대표는 "콜라 815의 경우 네이밍마케팅을 통해 단기간 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애국심 마케팅 이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점이 결정적인 실패요인"이라며 "또한 맛의 질에 있어서도 펩시·코카콜라 등 경쟁업체보다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네이밍마케팅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대표는 먼저 경쟁사와의 차별성이 두드러지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좋은사람들의 팬티브랜드 '제임스딘'은 시장후발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백양 BYC', 쌍방울 TRY'등과는 다른 브랜드네임 차별성으로 속옷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또한 저급이미지나 경쟁사 아류이미지를 풍기지 않는지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저급 또는 아류이미지의 브랜드는 경쟁사를 고급이미지로 광고해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밖에 ▲진행사업과 브랜드 네임의 연계성 ▲브랜드에 대한 부정연상 여부 ▲향후 마케팅 활용의 용의성 ▲소비자들의 피로도 등을 살펴봐야 한다.

'처녀생' 뭘 노린 걸까?

최근에는 네이밍마케팅 수법으로 인해 논란이 야기된 사례도 있다. 화장품브랜드 블랑블랑의 '처녀 생 토너'가 바로 그것.

이 제품은 '처음부터 피부에 닿았다. 그녀만의 순수한 천연토너'라는 데서 착안해 상품명을 지은 것으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어감이 처녀성이라는 단어를 연상케 한다며 화장품 이름으로 부적합하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여기에 처음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져 묘한 상상을 연출해낸다는 지적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의도적으로 처녀와 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성적인 이미지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견과 "화장품 자체의 맑고 깨끗한 느낌을 표현하려 한 것일 뿐"이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