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철강주, '중국 금리인하'가 달굴까
지난 21일 저녁, 중국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1년 만기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연 2.75%, 1년만기 대출금리는 0.4%내린 5.6%로 각각 조정한다고 밝힌 것.


이번 금리 인하로 시장에서 주목한 것은 철강주다.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부양의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그간 낮은 수요와 과잉설비 등으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던 철강주에 한줄기 빛이 내린다는 논리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심리적인 기대감일 뿐 실제 경기 회복이 뒷받침돼야 철강주의 회복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동일한 이벤트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짙다. 그런데 이번 중국의 금리인하와 관련해 철강 관련 애널리스트들의 견해는 극명히 갈린다. 내년까지도 이어지는 호재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단기적 이슈일 뿐이라 단정하는 견해도 만만찮다.

코스피 철강·금속업종지수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하락세다. 이 기간 동안 철강업종지수는 7226.70포인트(2009년 종가)에서 5052.16포인트(27일 종가 기준)로 총 30.09% 하락했다.


5년째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철강주에 중국의 금리인하는 희망일까, 아니면 그저 그런 단발성 이벤트일까.

◆ 철강주, 빛이 보인다?

윤강철 B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은 철강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2년4개월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는 실물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고민과 부양 의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윤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 정부가 123조원 규모의 철도, 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감안하면 재정정책에 이어 통화정책이 뒤따르는 모습"이라며 "장기 안정성장을 도모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만큼 중국 경기 민감도가 높은 국내 철강주에는 분명한 호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경험적으로도 과거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코스피 철강금속 지수의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으로 연결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인하 조치가 중국의 정책 기조가 경기부양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단기적으로 봤을때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단기적으로는 중국 철강수요의 역성장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며 "원료가격 약세에 따른 실적 개선의 방향성이 국내 고로업체의 주가에 반영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되며 주가에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단기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철강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매우 긍정적인 견해도 있다. 김현태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연초 재고보충(Restocking)은 매년 반복돼 왔으며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고로사 주가는 12월에 아웃퍼폼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5년만에 국내 철강 수급과 관련해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2월 고로사 주가 계절성, 2015년 철강 수급 개선을 염두에 둔 비중확대 전략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 일회성 이벤트일 뿐… 업황 회복이 우선

이번 중국의 금리 인하가 철강주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을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이벤트는 아니라는 견해도 팽팽하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금리 인하는 철강주에 대해 단기적인 주가 반등 요인일 뿐 중장기적으로 볼때 긍정적 시그널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이유는 중국이 기업들의 구조조정 및 자금 압박으로 재고 조정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따라서 중국의 금리 인하는 중국 기업들의 재고 조정 압력을 완화시켜 시장 악화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철강 명목 소비 증가율은 1.0%이며, 철강의 재고 조정이 명목 소비 증가율을 0.8%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그널이 아닌 이유는 중국의 금리 인하는 강도 높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기에는 예상보다 중국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금리 인하가 구조조정 속도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중국의 금리 인하는 한국 철강 및 비철금속 주가의 단기 반등, 중장기 하락을 초래했다는 것.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또한 비슷하게 설명한다. 그는 "중국 금리 인하에 큰 기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중국 금리 인하 시기에는 철강재의 가격이 하락했다. 인민은행이 기준 금리를 인하(7.47% → 5.31%)했던 지난 2008년 9월17일~12월23일 기간 중 중국 내수 철근유통가격은 25.7% 하락했다. 또한 이번 금리인하 직전의 기준금리 인하(6.56% → 6.00%) 시기인 2012년 6월8일~7월6일 기간 중에도 중국의 철근 유통가격이 1.4% 떨어졌다.

그는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철강 업황을 턴어라운드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중국이 금리를 인하하는데는 경기 위축을 방어하기 위한 측면이 큰데, 철강산업에서는 이미 수요 부진에 따른 장기 불황이 진행중에 있기 때문이다"라며 "주변국의 경기부양보다는 국내 실수요에 미칠 변화가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의 경기부양으로 인해 미국의 철강업체들의 주가가 올랐고,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일본 철강업체 주가가 크게 올랐던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 변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일단 지난 일주일간의 주가 동향을 살펴보면 중국의 금리인하에 따른 철강주의 '약발'은 단 하루 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 거래일인 24일 코스피 철강·금속업종지수는 4.69%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25일부터 27일까지 지수는 3거래일간 연속 하락하며 24일 오른 부분을 거의 다 반납(3거래일간 총 4.30% 하락)한 상태다.

12월부터 내년까지, 차갑게 식어가던 철강주에 다시 한번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