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톡부동산', 싸고 쉽기는 한데…
석달 전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했다. 전세계약이 끝나는 시점에서 다른 전셋집으로 갈아탔을 뿐 내집 마련의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 그래도 새 보금자리는 조금 더 넓어졌고 주변 환경도 예전 집보다는 확실히 낫다. 만족한다. 아니 만족해야 한다. 황금 같은 주말을 이용해 10여곳의 부동산을 돌아다녔고 10여곳의 집을 둘러봤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다시 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누가 그랬다. 발품을 팔아야 좋은 집을 제값에 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온라인카페와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지역에 상관없이 수요자와 중개물건을 손쉽게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일명 '카톡부동산'이다.

카톡부동산은 수수료도 저렴하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다수의 상담을 한꺼번에 진행하면서 인건비와 사무실 등 유지비용을 아낀 만큼 가격 할인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물건의 가격에 상관없이 현행 중개보수 요율의 절반도 되지 않는 0.2%대의 수수요율을 적용한다.

부동산 중개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직방', '두꺼비세상',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등 인터넷을 이용한 부동산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극심한 전월세난 속에서 싸고 쉽게 집을 구하려는 서민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급히 먹는 밥은 체할 수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이용한 부동산 거래는 안전장치가 미흡해 부동산 사고의 위험이 크다. 특히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고 직거래할 경우 이중계약으로 피해를 보는가 하면 뒤늦게 계약상 허점을 발견하더라도 공인중개사가 보장하는 보험의 보호도 받을 수 없다. 아울러 허위매물이나 무자격 공인중개사의 난립 등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개보수 요율 등에 대한 경쟁이 과열돼 업계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톡부동산'이 대세라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아직 안전성과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부동산 중개시장의 트렌드 변화속도가 빠른 만큼 이에 맞는 정부의 발 빠른 대응도 요구된다. 서민들이 안전하게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