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인사시즌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이 비상경영 일환으로 일찌감치 인사를 단행했고 LG와 삼성, 신세계, GS 등이 뒤를 이어 ‘2015 인사명단’을 속속 공개했다. 한해의 결산과 다음해에 대한 기대가 복합적으로 투영되는 것이 바로 재계 연말인사. 프로야구의 ‘스토브리그’처럼 겨울철의 재계가 유난히 뜨거운 이유다. 특히 올 들어 ‘경제한파’가 극심했던 터라 내년 기업살림을 책임질 ‘수뇌부’ 명단공개에 계의 눈귀가 쏠린다. <머니위크>가 주목한 ‘연말 재계인사 5인’을 소개한다.



[스페셜 리포트] 재계 연말인사 '주목받는 5인'
◆ 구광모 ㈜LG 상무


 

대리 입사 8년만에 상무 승진
"구본무 회장 후계구도 밑그림 완성"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드디어 후계구도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지난달 27일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자신의 외아들인 구광모 ㈜LG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대열에 합류한 것. 지난 2006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한 지 8년만의 임원 승진인 만큼 구 상무의 승진은 재계 연말인사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1978년생인 그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로, 지난 2004년 구본무 회장이 양자로 입적했다.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대를 졸업했고 국내 IT솔루션회사에서 3년간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한 후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LG와 연을 맺었다.

입사 다음해엔 과장으로 승진했으며 그해 유학길에 올라 미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대학원 석사과정(MBA)을 밟았다. 이후 2009년 12월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으로 복귀했고 지난 2011년 차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귀국해서는 TV와 PC를 담당하는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에서 일하다 같은해 4월 차장 승진 2년만에 부장으로 승진했다.

올 들어 지난 4월부터 ㈜LG로 자리를 옮겨 전략기획파트인 시너지팀장을 맡아왔다. 현재 구 상무가 보유한 ㈜LG 지분은 4.84%로, 구본무 회장(11.00%), 구본준 LG전자 부회장(7.72%), 구본능 회장(5.13%)에 이어 네 번째 대주주다.

일각에선 구 상무의 이번 승진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3세 때 상무보를 달았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30세에 임원에 올라 경영수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구 상무(36)의 임원진입이 결코 이른 게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재계는 구 상무가 LG그룹의 경영권 중심으로 오기까지는 상당기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로필 △1978년생 △스탠퍼드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로체스터공과대학 학사 △LG전자 재경부 금융팀 대리/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과장/LG전자 HE사업본부 뉴저지법인 차장/LG전자 HE사업본부 부장/LG전자 HA사업본부 부장/LG 시너지팀 부장/LG 상무



[스페셜 리포트] 재계 연말인사 '주목받는 5인'
◆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그룹내 유일한 부회장 승진
"GS홈쇼핑 1위 고수에 파격 대우"

지난 2일 단행된 GS그룹 임원인사에서는 허창수 회장의 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사장(대표이사)의 부회장 승진이 눈에 띈다. 그는 그룹 내 유일하게 부회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허 부회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MBA를 마쳤으며 이후 컨티넨탈은행, LG투자증권 상무를 거쳐 지난 2002년 GS홈쇼핑으로 입사했다. 이후 GS홈쇼핑에서 경영기획부문장 상무,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2007년부터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그는 GS홈쇼핑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업계 1위’ 자리를 지켜내는 데 기여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커머스 등 사업모델을 바꾸고 홈쇼핑 채널의 해외진출과 조직문화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당초 재계는 연말인사에서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상무의 전무 승진 가능성을 점쳤다. 지난 2002년 당시 LG칼텍스 사원으로 입사한 허 상무는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지난 2012년 상무보로 승진했고 지난해 상무가 됐다. 따라서 올해 다시 전무로 승진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지만 끝내 승진자의 대열에 오르지 못했다.

프로필 △1957년생 △조지워싱턴대(석) 경영학/고려대(학) 법학 △럭키투자증권/LG투자증권 IB사업본부 상무/LG홈쇼핑 전략기획부문 상무/LG홈쇼핑 경영지원총괄 부사장/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GS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스페셜 리포트] 재계 연말인사 '주목받는 5인'
◆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

이서현 사장과 제일모직서 '부부경영'
"이건희 이을 삼성가 IOC 위원 기대"

연말인사 최고의 관심기업인 삼성그룹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사위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의 제일기획 행(行)이 이채롭다. 지난 1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 사장은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로써 부인인 이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패션사업부문) 사장과 함께 제일모직을 함께 이끌게 됐다. 삼성그룹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부부경영'이 현실화된 셈. 앞서 두 사람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제일모직에서 함께 근무하다 2011년 사장단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동반 승진한 바 있다.

김 사장이 4년만에 복귀함에 따라 제일기획은 임대기(대표이사)·이서현(경영전략담당)·김재열(스포츠사업총괄)의 3인 사장 체제로 운영된다. 다만 임 사장이 대표이사로서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이 사장과 김 사장은 각각 담당사업을 책임지는 구도다.

삼성그룹의 스포츠 마케팅을 총괄하게 된 김 사장은 현재 맡고 있는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의 일을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때문에 삼성가에서는 이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후보자로 그를 꼽는다.

한편 이 회장의 맏사위이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별다른 변동없이 현 부사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당초 재계는 삼성전기의 실적 저조, 이부진 사장과의 이혼소송으로 임 부사장의 '후퇴'를 전망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프로필 △1968년생 △웨슬리언대 국제정치학 학사/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석사/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국 이베이/제일기획 기획담당 상무보/제일모직 경영기획담당 상무/제일모직 경영기획담당 전무/제일모직 경영기획담당 부사장/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



[스페셜 리포트] 재계 연말인사 '주목받는 5인'
◆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

'통과' 상무로 2단계 승진
"현대중공업 3세 경영 '닻' 올릴까"

현대가에선 정몽준 전 국회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장의 승진이 시선을 끈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빠른 지난 10월 임원인사를 단행한 현대중공업은 정기선 부장을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두 단계 승진시켰다.

정 전 의원도 과거 30세 때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 오른 바 있어 정 부장의 이번 승진을 놓고 현대중공업의 후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많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상무는 지난 2009년 1월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그해 8월 미국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 MBA를 마쳤고 2011년 9월부터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근무했다. 이후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복귀한 후 경영기획팀에 소속돼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올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3조원이 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정 상무는 그룹의 체질개선을 진두지휘할 기획실에서 재무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만약 위기극복 과정에서 그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하게 될 경우 경영권 승계에 대한 명분을 얻을 수 있을뿐더러 현대중공업으로서도 3세 경영의 시작점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1982년생 △연세대 경제학과/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사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 근무/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현대중공업 상무



[스페셜 리포트] 재계 연말인사 '주목받는 5인'
◆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한화첨단소재서 한화케미칼로 전격 '이동'
"삼성과 빅딜, 첫 단추 꿰는 중책 맡아"

연말 재계를 가장 들끓게 만든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삼성과 한화간 빅딜. 지난달 26일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방위산업부문과 석유화학사업부문을 2조원대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틀 뒤인 28일 한화는 한화케미칼을 포함한 5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과의 빅딜이 이뤄진 직후에 이뤄진 발빠른 행보로, 5명의 신임 대표이사 중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는 단연 김창범 한화첨단소재 사장이다. 그는 이번에 한화케미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중책을 맡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케미칼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의 인수작업을 주도하는 주체다.

한화그룹 역시 김 사장의 이동 배경에 대해 "삼성으로부터 인수하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과의 적극적인 시너지 창출을 주도해 석화분야 국내 1위 기업을 공고히 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사장은 지난 6월 한화L&C(현 한화첨단소재) 건재부문의 성공적 매각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했고, 한화첨단소재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재계는 이번 빅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영복귀 수순을 밟는 '첨병'으로 김 대표를 앞세웠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한편 1955년생인 김 사장은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한국프라스틱(현 한화케미칼)에 입사했다. 이후 한화케미칼의 PE(폴리에틸렌) 사업부장, PVC(폴리염화비닐)사업부장, 중국 닝보법인장을 역임하다 지난 2010년 8월부터 한화첨단소재를 이끌어왔다.

프로필 △1955년생 △고려대 통계학과 △한화케미칼 PE사업부장(상무)/ 한화케미칼 PVC 사업부장(전무)/한화케미칼 중국 닝보법인장(전무)/한화첨단소재 대표이사/한화케미칼 대표이사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