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러시아 경제 위기와 일본의 ‘아베노믹스’ 정책에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는 루블화의 가치가 사상최저수준으로 치달은 데다 최근 유가급락으로 치명타를 입으면서 디폴트 위기에 봉착했다. 이웃나라 일본 또한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엔저의 가속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일본의 공습에 낀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서도 찾기 어려웠던 투자처를 저유가와 엔저의 파고 속에서 찾아야 하는 위기에 노출됐다. 투자자의 눈은 각각의 수혜주를 좇고 있다.

◆저유가, 항공주 날고, 정유주 기고

“대한항공 주가가 왜 오를까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논란으로 이미지 하락에 처한 대한항공의 주가가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때때로 주가가 하락할 때도 있지만 오너일가 리스크로 연일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것에 비하면 주가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 8일 세간에 ‘땅콩회항’ 사건이 처음으로 알려졌을 당시 대한항공 주가(이하 종가 기준)는 4만6200원. 그로부터 13거래일이 지난 같은달 24일에는 2.81% 른 4만7500원으로 마감됐다.

이 같은 상승 폭은 최근 유가급락에 그 원인이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올해 고점인 지난 6월20일과 비교해 47%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저유가 수혜주로 꼽히는 ‘항공주’가 고공 상승한 것. 항공주인 아시아나항공 또한 같은 시기 5820원에서 6690원으로 14.95% 올랐다. 2개의 항공주 모두 코스피지수가 국내·외 악재에 1900선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도 저유가의 수혜 받아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스페셜 리포트]

금융투자업계는 즉각 항공주의 목표주가 인상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유가 폭락을 반영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목표주가를 각각 6만3000원, 8500원으로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항공수요에 충격을 줄 만한 경제변수가 없는 가운데 유가가 폭락한 것”이라며 “유가가 너무 많이 하락해 반등을 가정한다 해도 내년 유가가 올해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다는 전망은 기정사실이 됐다”고 분석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저비용항공사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어려운 영업환경은 달라질 게 없지만 유가폭락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내년도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땅콩회항’ 논란에 휩싸인 대한항공마저 “최근 악재는 투자판단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지만 유가 하락 폭이 너무 커 내년 이익 전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유가가 떨어지면 원유 재고 평가손실이 발생해 이익이 줄어드는 SK이노베이션과 S-Oil(에쓰오일) 등 정유주는 최근의 유가 급락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조병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급락이 정유사의 4분기 실적에 부정적일 것”이라며 유가 약 33달러 하락 시 대규모 재고평가손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평균 1000만~2000만배럴의 재고를 보유하는 정유사가 유가 1달러 하락 시 100억~200억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 박연주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또한 “유가가 크게 하락해 정유화학업체들의 4분기 실적은 둔화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며 “향후 관건은 언제 어느 수준에서 유가가 하락세를 멈추느냐다”고 덧붙였다.

단 그는 회복시기로 내년 2분기 이후를 주목하며 “미국의 원유 생산이 조절되기 시작하면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저, 내수주·배당주 ‘주목’

“수혜주가 안보여요.” 투자전략 전문가들이 최근 '엔저 수혜주'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강화로 엔저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원화약세마저 동시 진행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진 탓이다. 전통적으로 엔저 수혜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주가도 환율보다는 업황과 실적에 따라 움직이면서 사실상 엔저 수혜주라고 내세울 만한 업종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엔저란 변수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내수주, 배당주 등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먼저 내수주를 추천한 김진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소비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소비시장이 소득수준 향상에 힘입어 고급화·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수주의 장기 성장성이 유효하다"며 "안정적인 이익 성장성을 바탕으로 한 주가 레벨업 과정이 재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추천한 내수주에는 ▲패션 ▲화장품 ▲레저 ▲문화/콘텐츠 등이 뽑혔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이와 함께 증권주도 최근 국내·외 시장 상황에서 주목받는 내수주 중 하나. 김진영 애널리스트는 “증권업종은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을 통한 정부의 산업육성의지가 주가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판관비 감소와 저금리 지속에 따른 채권 평가익 확대 등으로 실적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최근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 논의로 핫이슈로 떠오른 배당주 또한 엔저현상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지난 7월 배당확대 정책을 밝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이후 투자자들은 향후 기업들의 배당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거래소가 ‘신(新) 배당지수’를 발표하는 등 배당 활성화 정책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저성장·저금리·엔저 시대 속 ‘시장금리+α’를 노릴 수 있는 기대감 또한 형성된 상황이다.

윤정선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배당관련 종목들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며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배당주들에 대한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고 기존 펀드에 편입됐던 대형 배당주들과 함께 중소형 배당주들에 대한 매력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윤 애널리스트는 중소형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에는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중소형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는 기업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수”라며 “중소형주의 경우 주가 변동성이 크고 이익의 변동성 또한 높기 때문에 시가배당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배당정책 역시 일관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과거부터 꾸준한 배당을 유지해 온 기업군에서 실적의 안정성을 고려한 종목선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