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다가오는 유로6, '대' 끊길라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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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배출가스 기준 초과모델, 단종 가능성
지난 1월26일 폭스바겐이 국내 출시한 ‘신형 투아렉’은 단 8개월 동안만 판매된다. 배출가스가 유로6 요구치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승용차에 유로6 기준이 의무 적용되는 9월부터 이 차는 구매할 수도, 판매할 수도 없다.
유로6는 유럽연합(EU)이 도입한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단계의 명칭이다. 지난 1992년 유로1에서 출발해 2013년 유로6까지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한국에서 적용되는 유로6 환경기준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차량의 크기나 배기량이 아닌 총 중량에 따라 시점을 달리해 시행된다. 총 중량 3.5톤 이상 차량은 올해 1월 이미 시행됐고 오는 9월부터 3.5톤 미만의 중소형 승용차까지 확대 적용된다. 이에 따라 9월부터는 유로5보다 입자상물질(PM)은 50%, 질소산화물(NOx)은 80% 가량을 줄여야 하며 이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차량은 생산과 수입이 금지된다.
현재 업계가 가진 기술들을 적용하면 이런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이러한 규제가 적용된 상용차는 모델별로 700만원에서 최고 1700만원 가까이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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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상승 불가피… 머리 싸맨 완성차업계
오는 9월 유로6 의무화를 앞두고 국내자동차 업계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엔진을 촉매법 등을 이용해 개선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격인상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젤 열풍이 불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디젤차에 많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제조사들은 지난해 수입디젤 인기에 편승해 디젤승용차를 출시하며 재미를 봤다. 제조사별 판매실적을 보면 르노삼성의 SM5 D와 QM3, 한국지엠의 말리부 디젤, 쌍용차 코란도 시리즈 등 디젤 차량이 각 사의 판매실적을 견인하다시피 했다. 현대·기아차도 디젤모델이 없었다면 800만대 실적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유로6가 의무화되면 이 중 대부분의 차량들이 판매되지 못한다. 현재 국내 출시된 디젤모델 중 유로6 기준에 맞춰 출시된 차량은 한국지엠의 말리부 디젤과 현대차의 액센트, i30, i40, 그랜저 디젤, 기아차 카니발, 쏘렌토 정도다. 이에 제조사들은 올 하반기부터 유로6기준에 맞춘 2016년형 신모델을 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QM3와 SM5 디젤 모델에 쓰이는 르노의 1.5ℓdCi엔진은 유로6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유로6가 의무 적용되는 시점에 맞춰 르노가 최근 개발한 1.6ℓ급 ‘에너지 dCi 160’이 장착된 신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해당엔진은 개발이 완료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 적용될 가능성은 없다”며 “기존의 엔진을 개선해 배기기준을 맞춘 신모델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량확보가 힘들고 가격이 비싼 엔진보다 기존의 엔진을 개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QM3와 동일모델로 같은 공장에서 생산돼 유럽에서 판매되는 르노 캡처의 경우 유로6기준에 맞춰 출시되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말리부가 유로6기준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말리부에 사용된 엔진은 독일 오펠사에서 수입한 엔진으로 말리부를 제외한 크루즈, 올란도, 캡티바 등은 유로6 기준에 맞춰야 한다. 또 CUV차량 트랙스도 오는 3~4월 디젤엔진 모델이 출시될 전망이다. 유럽에서 팔리고 있는 트랙스는 1.7ℓ의 디젤엔진을 적용했다. 한국지엠 측은 “현재 유로6 등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친환경차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면서도 “말리부와 같이 지엠 계열사의 엔진을 탑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적인 측면을 고려해 엔진을 수입하는 것보다 기존의 엔진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기량이 낮은 승용차의 경우 간단한 촉매장치를 추가하면 부담이 크지 않아 기존의 엔진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경우 모회사의 경험을 기반으로 가격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6월1일 티볼리의 디젤 모델을 발표할 예정인 쌍용차는 티볼리 탑재가 예정된 1.6ℓ급 디젤 엔진에 대해 기준에 맞춰 완성 후 조율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란도 시리즈의 경우 기준에 맞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로6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에 모회사를 둔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에 비해 친환경 기술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비용증가 2.5ℓ이상 엔진, 단종도 고려
현대·기아차의 경우 배기량이 낮은 디젤차량에 대해서는 엔진개선을 거의 완료한 상태다. 현재 i30와 i40, 쏘렌토, 그랜저 디젤 등은 이미 유로6기준에 맞춰 출시됐고 다른 디젤모델도 9월 이전에 기준에 맞춘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인상폭도 예상보다 크지 않다. i30 기본 트림인 ‘PYL’은 95만가량 가격이 올랐다. i40, 쏘렌토도 각각 10만원, 25만원 선으로 가격인상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차량은 베라크루즈와 모하비다. 배기량이 낮은 차량들은 일반촉매 방식만을 사용해도 NOx배출량을 유로6규제 수준으로 낮출 수 있지만 2.5ℓ가 넘어가는 차량들에 대해서는 획기적으로 배출량을 낮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상용차 등 고 배기량 차량에서 사용되는 요소수 선택환원법(SCR) 등이 방법일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상용차 수준의 가격상승이 동반된다. 이 뿐 아니라 사용자가 일정 기간마다 요소수를 주입해야 한다는 불편이 동반돼 경쟁력이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러한 이유로 3.0엔진이 탑재되는 베라크루즈를 단종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3.0엔진을 개발해 탑재하더라도 가격인상폭이 커 수요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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