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건보료 개편, ‘제2 연말정산' 될라
'오락가락' 건보료 개편 / 전문가가 말하는 "이렇게 바꿔라"
배현정 기자
9,195
공유하기
편집자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을 놓고 정부가 오락가락하다 보니 제도가 제대로 고쳐질지 의문이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허점이 많다. 잘못된 것은 뜯어 고치는 게 상식이다. <머니위크>는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개선방향을 살펴봤다.
![]() |
지난해 12월 일명 송파세모녀법 중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
‘추진 → 중단 → 재추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혁 과정이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 모양새다. 함부로 먹으려 들면 손과 입을 데기 쉽지만 식으면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열기가 식기 전에 손을 대야 한다.
‘늙어가는 사회’에서 의료비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찬반 여론이 나뉘지만 민원의 온상인 건강보험료 개선을 마냥 늦출 수도 없는 형국이다.
건강보험료개혁의 올바른 방향 모색을 위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에 참여했던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원장을 비롯해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으로부터 현안과 쟁점을 짚어봤다.
◆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소득중심 보험료는 과연 공정할까?"
![]() |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를 책정하겠다'는 개선방향이 이론상으로는 형평성에 맞아 보이는데 현실에선 유리지갑 직장인만 ‘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소득 외엔 뚜렷하게 부과할 수 있는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 외 종합과세소득 대상에는 상속이나 증여, 양도소득 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파악이 용이한 연금소득이 주로 포함될 예정이다. 이 경우 만일 종합소득 2000만원 이상인 경우 보험료를 높이겠다고 하면 연금을 월 160만원 정도만 받아도 부담이 가중된다. “월 160만원 연금 받으면 부자인가”라는 논란이 일 수 있다. 연말정산 논란 당시 “5500만원 소득자가 과연 부자냐”와 같은 맥락이다.
정말 돈 있는 계층은 누구인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확인 가능한 임대소득은 채 6%에 지나지 않는다. 임대소득 파악이 어렵다면 건물과 땅 등에 책임 지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아울러 공공성을 띠어야할 의료분야를 ‘이윤 추구’ 구조로 몰면서 그 비용을 국민들에게 온전히 감당하라는 것 또한 모순이다. 최근 건강보험 흑자가 이슈화됐다. 그 흑자의 내면을 보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많았다.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내도 비급여는 개인이 부담하고, 민영보험은 또 별도로 가입해야 하는 ‘2중3중 부담구조’다. 그러면서도 사내 유보금을 켜켜이 쌓아놓은 기업은 물론 고령화를 맞아 국민들의 의료비 가중을 고려해야할 국가의 부담은 매우 낮다. 과연 사회적 책임을 더 져야할 대상은 누구일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원장
"건보료 재산기준 현실화"
![]() |
'농어촌 2900만원, 중소도시 3400만원, 대도시 5400만원'. 지난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정할 때 잣대가 됐던 재산의 기준이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경우 연 소득 500만원이 안되는 저소득층일 경우에도 재산·자동차 등을 따져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개선안에서 검토되고 있는 재산 공제액 수준은 1100만원 정도로 터무니없이 낮다. 재산이 1100만원이 넘어도 소득이 없는 경우 집(보증금) 빼서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걸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정할 때 재산기준이 5400만원(대도시 기준)이라면 건강보험료를 낼 때도 최소한 이 정도는 공제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무임승차'가 가능한 피부양자에 대해선 매우 폭넓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간 고액재산이 있어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하면 무임승차가 가능한 문제가 지적돼왔다. 현재 부모는 물론 형제·자매를 포괄한다. 전통적인 가치관에 비춰 부모의 피부양자 등재는 그렇다쳐도 소득이 있는 형제·자매까지 포함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견해가 많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7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종합과세가 적용되는 체계도 개선돼야 한다. 부과기준이 너무 높아 대상자가 극소수다.
다만 건강보험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숙고할 부분이다. 앞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으로 부담이 줄어드는 사람이 많고 보험료가 높아지는 경우는 소수라 해도 개혁은 신중해야 한다. 더 내야 하는 국민들을 설득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면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혁이 단계별로 추진돼야 하는 까닭이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기업과 국가 지원 늘려야"
![]() |
우리나라 직장인의 건강보험료는 월 보수액의 6.07%다. 한국의 사회보장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보다 약 3.6% 적다(2011년 기준).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저부담 -저보장' 구조라는 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업(고용주)들이 '덜' 낸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과 근로자는 보험료를 각각 5대5로 부담한다. 대만의 경우 기업이 6, 노동자가 3, 국가가 1인 비율이다. 프랑스는 기업과 근로자의 부담 비율이 대략 7대3이다. 건강보험료 증대를 위해서는 기업부터 '더' 내는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
고령화사회를 맞아 어르신들의 의료비 지출이 늘어가는 것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노인들의 의료비 지출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데 이를 언제까지 건강보험료에 기댈 것인가. 건강보험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00년 73.6%에서 2012년 85.7%로 10%포인트 이상 껑충 뛰었다. 65세 이상 어르신 의료비의 절반 정도는 국가가 책임지는 등 지원이 절실하다. 앞으로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비용은 또 어디로 전가될 것인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