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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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역마진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국내 생보사들은 역마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거 파산한 일본 생보사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였다.

이에 저금리 시대를 우리보다 앞서 겪고 있는 해외 사례를 찾아보았다.

국내 보험사 일본·대만과 비슷

13일 보험연구원과 동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20년 앞서 저금리를 경험했다. 보험연구원은 국내 경제 상황이 일본의 경제 상황과 유사한 만큼 일본 보험사들이 경험한 저금리 영향이 국내 보험사에도 재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본 보험사는 일본 보험사들은 2000년 전후로 장기 저금리 탓에 역마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거 파산에 들어갔다. 1997~ 2001년 닛산생명, 도호생명, 다하쿠생명, 다이쇼생명, 교에이생명, 치요다생명, 도쿄생명, 다이이치화재 등 8개 보험사가 잇따라 도산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채권전략 연구원은 일본 보험사들의 파산 근본원인을 악성부채라고 보았다. 당시 파산한 보험사들이 대부분 고금리 상품을 내세워 영업 전략을 펼쳤고, 결과적으로 악성부채를 짊어지게 된 것이다.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에 역마진은 누적됐다. 일본경제 거품 붕괴와 맞물려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졌다. 이처럼 극심한 저금리에도 일본 생보사는 오히려 낮은 금리의 국채 비중을 늘렸다. 당시 일본은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져 금리가 낮은 국채를 매입하더라도 실질 금리는 높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에도 일본국채 10년물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차감한 실질 수익률은 1~2%대를 유지했다. 보험사가 판매상품의 이율을 낮출 수 있었고, 국채를 매입하더라도 큰 부담은 아니었다.

◆ 생보사 판매전략 '저축성보험↓, 보장성상품↑'

반대로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앞서 저금리를 겪은 대만은 일본과 달리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렸다. 대만은 디플레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일본에 비해 낮았다. 자국 내 채권을 편입하면 역마진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보험과 연금의 자산규모 대비 자국내 채권공급이 작아 물량 부족 문제도 심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은 해외투자, 부동산, 대체투자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고, 그중에서도 해외채권투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대만 생보사의 역마진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2000년 초부터 급격히 확대됐던 역마진 폭은 더이상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홍철 연구원은 국내 생보사가 대만과 비슷한 구조라고 평가했다. 일본 생보사처럼 대규모로 파산하면서 부채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이야기다.

문 연구원은 “비슷한 인구 구조, 수출·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소규모 개방경제로 대외환경에 취약하다는 점과 최근 우량 장기 채권 공급 부족 현상도 과거의 대만이 겪은 것과 유사하다”며 “일본과 같은 파괴적인 부채구조조정보다는 자산운용을 통한 이차역마진 축소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연구원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구조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저금리에 대한 대응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구조적으로 대응해야하고, 비관적 시나리오를 반영한 위험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국내 보험사들은 역마진 우려로 상품 포트폴리오가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보험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보장성보험은 사망·상해·입원·생존 등 사람의 생명과 관련해 보험사고가 터졌을 때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보험료를 적게 거두어 보험금을 높게 지급하기 때문에 중도해약이나 만기 시 환급금이 납입보험료를 초과하지 않는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저금리 시대에 보장성보험 가입자를 많이 유치할수록 유리하다. 이미 일본 보험업계에서는 저축성 보험 상품 판매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은 실적 올리기는 쉽지만 저금리 시대에는 금리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보니 판매할수록 역마진 위험이 높다”며 “아무래도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