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신세계의 주가는 전년 말 대비 28.32% 추락했고 올 들어서도 연초 대비 7.18% 하락(지난 8일 종가 기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7.50% 올랐다. 신세계가 속한 유통업종지수 또한 5.57% 상승했다. 증권시장도, 유통업계도 좋은 모습인데 유독 백화점업계, 신세계의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 1분기 실적 부진할 듯

증권가에서는 최근 신세계 주가의 약세와 관련해 ‘실적 부진’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증권정보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세계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는 740억원이다. 지난 7일 기준으로는 697억원이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신세계의 올해 영업이익은 3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43억원 감소했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증권가에서 신세계의 실적을 좋지 않게 본다는 얘기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세계에 대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 1~2월 누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4% 감소했고, 3월 매출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가 전망하는 신세계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조2450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1조2310억원)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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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올 들어 신세계를 포함해 백화점의 매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합산 백화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좋지 않는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갑작스럽게 좋아지기는 어렵다.

3월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기존점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0% 하락했다. 현대백화점도 3월 매출액이 전년대비 0.8% 역신장했다. 신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신세계의 3월 매출신장률은 1.3%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올 한해 신세계의 실적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홍성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세계는) 수익성을 중시하고 있지만 백화점시장의 부진으로 인해 영업이익의 증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신세계의 총 매출액은 5조1858억원, 영업이익 2838억원, 지배지분 순이익 157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3.0%, 3.8%, 0.7% 늘어난 수치다.

홍 애널리스트는 “올해 부문별로 신세계의 영업부문별 손익을 살펴보면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209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기타 부문이 88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신세계몰이 141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196억원 적자)와 비교해서 손실이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신세계몰의 영업손실 축소는 긍정적이지만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주가가 당분간 횡보 국면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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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주가가 호재?… 우려 여전

신세계에 ‘호재’는 없는 것일까. 일단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낮아진 주가’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주가 수준은 매력적인 가격대”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의 지분가치를 제외하면 주가수익배율(PER) 7배, 주가순자산배율(PBR) 0.5배로 저렴하다는 것. 신세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주식 738만1333주를 가지고 있다. 지난 8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주가는 9만5400원이다. 신세계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의 가치는 7041억7900만원이 된다. 프리미엄 등을 제외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만 놓고 봐도 7000억원이 넘는 것이다.

현재 신세계 주가에는 이러한 삼성생명의 주식 가치가 반영되어 있다. 이를 제외하고 봐도 주가가 기업가치와 비교했을 때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 이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또한 이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에 대한 ‘기저효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2분기 백화점 등 유통업종에 대한 실적은 좋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후 전국민이 비통에 잠기며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이로 인해 유통업종의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년이 흐르며 지금은 소비심리가 그나마 나아졌기 때문에 기저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이 애널리스트의 설명이 ‘당장’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구조적 성장 한계에 직면한 백화점업계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가치)이 하락 중인데다, 백화점 총매출과 연관성이 높은 고소득층의 소비심리 추이가 아직은 부정적”이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4월 매출동향을 확인하고 대응하려는 심리가 강한 만큼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저렴하다는 것, 그리고 지난해 2분기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신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벗어던질 만한 호재는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박종렬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는 매력적인 점이 없다. 경쟁사들과는 달리 올해 신규 출점이 전혀 없다는 점이 부정적”이라면서 “당초 올해 신규출점이 예정됐던 김해점과 매장 증축(강남점·센텀시티점)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내년에나 대규모의 영업면적 증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8월 고점(27일, 24만7000원) 이후 낙폭이 과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실적이 크게 호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재평가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백화점업계 ‘빅3’인 신세계에 대해 우려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2분기에는 반짝 좋아질 수도 있지만 올해 신세계에 별 다른 이슈가 없다면 당분간 주가가 상승할 발판은 없다고 본다. 향후 신세계가 증권가의 우려를 벗어던질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