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대출 손실'에도 홀로 웃는 기업은행
박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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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과 4월에 실시된 안심전환대출 판매로 은행들의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2분기 실적에 반영되면 이자수익이 감소할 게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IBK기업은행의 표정은 다른 은행과 사뭇 다르다. 고민 한가지를 덜었다며 미소를 짓는다. 기업은행 역시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유독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 늘어
정부는 지난해 2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통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오는 2017년 말까지 40% 수준으로 늘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상 전체 조달금액의 70% 이상을 중기대출로 유지해야 한다. 또 법상 가계대출 비중은 전체 여신의 30%로 제한된다. 아무래도 중기대출에 치중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은행보다 판매 속도가 느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보다 채널수가 적기 때문에 오는 2017년까지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기업은행의 점포수는 622개다. 1177개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NH농협은행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1162개, 우리은행은 994개, 신한은행은 920개로 농협은행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번 안심전환대출 판매로 기업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서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늘면서 고민 하나를 덜어낸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판매 직전인 지난 3월23일 기업은행의 고정금리대출은 4조25억원이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23.4%를 차지했다. 안심전환대출 판매 종료 6일 뒤인 지난 4월9일에는 4조5924억원(26.8%)으로 3.4%포인트 늘었다. 또 지난 4월14일에도 4조8055억원으로 증가하며 안심전환대출 판매 전보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대출이 27.9%로 4.4%포인트 올랐다. 금융당국의 주문을 해결하기 쉬운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1차 안심전환대출 판매액은 1조6632억원이다. 16개 은행이 판매한 19조8000억원의 8.4%다. 2차 판매액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1차 기준으로 안심전환대출을 판매한 16개 은행 가운데 6번째로 큰 규모다.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은 국민은행으로 5조490억원(25.5%)이다. 다음으로 우리은행 2조7324억원(13.8%), 신한은행 2조5938억원(13.1%), 농협은행 2조5344억원(12.8%), 하나은행 2조196억원(10.2%)이 뒤따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점유율과 안심전환대출 취급 규모가 비례했지만 기업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점유율의 두배가량 되는 안심전환대출을 취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정부의 시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오는 2017년 말까지 40%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런 이유로 안심전환대출 판매에 적극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안심전환대출 흥행 속앓이
이로써 기업은행이 금융당국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안심전환대출을 적극 활용했다는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그렇다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은행들 중에서도 유독 기업은행을 미소 짓게 만든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지난 3월31일 국민은행 청라지점과 농협은행 청라시티지점을 방문했을 때다. 이날 오후 3시 두 지점은 안심전환대출을 찾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평소라면 사람이 많지 않을 시간대지만 대출창구 대기번호표는 40명 아래로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후 4시 이후 은행 문을 닫고 나서야 한두명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지난 1976년 재형저축 이래 최대의 정책금융 흥행작으로 평가받는다. 9일간 34조원이라는 기록을 남긴 게 그 이유다. 34만5000명이 총 34조원의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했으니 1인당 1억원씩 갈아탄 셈이다. 거치식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2.5~2.7%대 고정금리로 전환해 10~30년간 나눠 갚는 장점이 이끈 결과다.
하지만 흥행에 못지않은 비판도 쏟아졌다.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 등 서민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실시 이전부터 제2금융권 대출자 등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서민정책으로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팽배했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16개 은행들의 입장에서도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속앓이가 심하다.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자 저금리일 때 대출이자를 낮추려는 중산층의 ‘빚테크’ 수요가 안심전환대출로 몰려서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버텨내야 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34조원 공급으로 연간 3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안심전환대출 후폭풍 우려
은행들도 안심전환대출의 후폭풍을 예견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약정한 안심전환대출로 줄어든 자산규모는 4조4000억원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4조4000억원이 전부 매각되면 올해 이자수익 감소분은 금리 차이가 1%포인트 날 경우 연간 440억원, 0.5%포인트 차이라면 22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신용카드를 제외한 순이자마진이 1.72%였다. 지난해 4분기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8조8000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이 안심전환대출로 전환되면서 순이자마진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1분기에 순이익 6050억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4%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198% 늘었다.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자마진은 1.45%였다. 지난해 4분기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은행 역시 안심전환대출 등의 영향을 받았다. 2%대 저금리 안심전환대출이 이자수익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8·10월에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1분기 변동금리 조정 과정에서 낮은 대출금리로 반영된 점이 주효했다.
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 판매 손실을 당장 올해 2분기(4~6월) 내에 모두 반영해야 한다. 금융전문가들은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순이자마진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심전환대출로 인한 후폭풍을 바라보는 은행들이 속을 앓는 배경이다. 다만 기업은행만이 미소 짓는다. 중기대출에 치중해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깊었던 고민 한가지가 해소되는 듯 하다. 기업은행은 오는 2017년까지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대출을 40%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조금 줄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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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기업은행 |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 늘어
정부는 지난해 2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통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오는 2017년 말까지 40% 수준으로 늘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상 전체 조달금액의 70% 이상을 중기대출로 유지해야 한다. 또 법상 가계대출 비중은 전체 여신의 30%로 제한된다. 아무래도 중기대출에 치중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은행보다 판매 속도가 느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보다 채널수가 적기 때문에 오는 2017년까지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기업은행의 점포수는 622개다. 1177개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NH농협은행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1162개, 우리은행은 994개, 신한은행은 920개로 농협은행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번 안심전환대출 판매로 기업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서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늘면서 고민 하나를 덜어낸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판매 직전인 지난 3월23일 기업은행의 고정금리대출은 4조25억원이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23.4%를 차지했다. 안심전환대출 판매 종료 6일 뒤인 지난 4월9일에는 4조5924억원(26.8%)으로 3.4%포인트 늘었다. 또 지난 4월14일에도 4조8055억원으로 증가하며 안심전환대출 판매 전보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대출이 27.9%로 4.4%포인트 올랐다. 금융당국의 주문을 해결하기 쉬운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1차 안심전환대출 판매액은 1조6632억원이다. 16개 은행이 판매한 19조8000억원의 8.4%다. 2차 판매액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1차 기준으로 안심전환대출을 판매한 16개 은행 가운데 6번째로 큰 규모다.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은 국민은행으로 5조490억원(25.5%)이다. 다음으로 우리은행 2조7324억원(13.8%), 신한은행 2조5938억원(13.1%), 농협은행 2조5344억원(12.8%), 하나은행 2조196억원(10.2%)이 뒤따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점유율과 안심전환대출 취급 규모가 비례했지만 기업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점유율의 두배가량 되는 안심전환대출을 취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정부의 시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오는 2017년 말까지 40%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런 이유로 안심전환대출 판매에 적극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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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판매.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
◆안심전환대출 흥행 속앓이
이로써 기업은행이 금융당국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안심전환대출을 적극 활용했다는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그렇다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은행들 중에서도 유독 기업은행을 미소 짓게 만든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지난 3월31일 국민은행 청라지점과 농협은행 청라시티지점을 방문했을 때다. 이날 오후 3시 두 지점은 안심전환대출을 찾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평소라면 사람이 많지 않을 시간대지만 대출창구 대기번호표는 40명 아래로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후 4시 이후 은행 문을 닫고 나서야 한두명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지난 1976년 재형저축 이래 최대의 정책금융 흥행작으로 평가받는다. 9일간 34조원이라는 기록을 남긴 게 그 이유다. 34만5000명이 총 34조원의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했으니 1인당 1억원씩 갈아탄 셈이다. 거치식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2.5~2.7%대 고정금리로 전환해 10~30년간 나눠 갚는 장점이 이끈 결과다.
하지만 흥행에 못지않은 비판도 쏟아졌다.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 등 서민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실시 이전부터 제2금융권 대출자 등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서민정책으로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팽배했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16개 은행들의 입장에서도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속앓이가 심하다.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자 저금리일 때 대출이자를 낮추려는 중산층의 ‘빚테크’ 수요가 안심전환대출로 몰려서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버텨내야 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34조원 공급으로 연간 3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안심전환대출 후폭풍 우려
은행들도 안심전환대출의 후폭풍을 예견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약정한 안심전환대출로 줄어든 자산규모는 4조4000억원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4조4000억원이 전부 매각되면 올해 이자수익 감소분은 금리 차이가 1%포인트 날 경우 연간 440억원, 0.5%포인트 차이라면 22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신용카드를 제외한 순이자마진이 1.72%였다. 지난해 4분기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8조8000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이 안심전환대출로 전환되면서 순이자마진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1분기에 순이익 6050억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4%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198% 늘었다.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자마진은 1.45%였다. 지난해 4분기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은행 역시 안심전환대출 등의 영향을 받았다. 2%대 저금리 안심전환대출이 이자수익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8·10월에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1분기 변동금리 조정 과정에서 낮은 대출금리로 반영된 점이 주효했다.
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 판매 손실을 당장 올해 2분기(4~6월) 내에 모두 반영해야 한다. 금융전문가들은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순이자마진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심전환대출로 인한 후폭풍을 바라보는 은행들이 속을 앓는 배경이다. 다만 기업은행만이 미소 짓는다. 중기대출에 치중해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깊었던 고민 한가지가 해소되는 듯 하다. 기업은행은 오는 2017년까지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대출을 40%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조금 줄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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