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5월, 경조사비 '얼마'가 최선입니까
박성필 기자
8,460
공유하기
![]() |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잔인한 달이다. 유난히 결혼식이 많은 탓에 친한 지인부터 안 친한 지인의 경사까지 모두 챙기다 보면 생활비 걱정이 몰려오기 때문. 여기에 회갑이나 칠순, 돌잔치, 지인의 상이라도 겹치면 경조사비 부담은 더 무거워진다.
과거 3만~5만원이었던 경조사비는 이제 5만~10만원으로 늘었다. 결혼식에서 3만원의 축의금을 내려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더구나 특급호텔이나 대형 결혼식장이라면 5만원을 내더라도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다. 1인당 식사비용만 7~8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가 경조사비로 지출한 금액은 한달에 21만1928원으로 집계됐다. 경조사비 금액 수준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70%에 달했다.
한국사회에서 경조사비를 챙긴다는 것은 곧 인간관계를 대변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가계 부담으로 인한 경조사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사회적 체면을 고려해 경조사비를 내고 있다.
경조사비는 더 이상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미풍양속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또 하나의 ‘미납세금고독촉장’이라고 못 박는 게 오히려 적절하다는 인식이 많다. 실제로 많은 사람에게는 경조사비는 안 하자니 찜찜하고, 하자니 액수가 고민이고, 뒤를 생각하면 손해 볼 것 같은 골칫거리다.
그렇다면 경조사비의 적정 수준은 과연 얼마일까. 오죽하면 몇년 전 TV 개그프로그램에서는 결혼식 축의금의 기준을 정하기도 했다. 익살스럽긴 하나 ‘친구 부모님이 내 이름을 알면 10만원, 모르면 5만원’이라는 기준을 내놨다. 또 최근에는 ‘그냥 알면 5만원, 술이라도 한잔 기울이면 10만원’, ‘차라리 안 가고 5만원’이라는 유행어도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한 시장조사업체가 직장 동료의 경조사 때 내는 적절한 축의금·부의금 액수 조사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 직장 동료의 경조사 때 내는 적절한 축의금·부의금 액수로 ‘3만원’을 선택했다. ‘5만원’을 꼽은 직장인은 38.6%였고 ‘7만원’은 3.6%, ‘10만원 이상’은 2.2%인 것으로 조사됐다.
안 할 수도 없고 얼마를 해야 할 지도 고민인 경조사비. 과연 어느 정도의 경조사비가 가장 적절한 것일까. 상부상조의 참뜻을 품은 미풍양속이 퇴색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