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누리꾼·기업 울리는 '#해시태그'
돈되는 '우물정자' #해시태그 / 음란물·악성 게시물 어찌할꼬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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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샵)으로 연결되고 있다. 우물 정 혹은 숫자표시에 그쳤던 기호 #은 온라인에서 ‘링크’를 만나 ‘해시태그’(Hash Tag)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이제 우리는 #으로 검색하고, 조언을 듣고, 답을 구한다. <머니위크>는 대한민국을 강타한 해시태그가 우리사회에 미친 변화에 대해 짚어보고 유통, IT 등 관련업계가 주목하는 #에 대해 살펴봤다.
# 평소 SNS를 즐기는 김양(24)은 얼마전 지하철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SNS를 켜고 해시태그(#)를 이용해 관심이 많은 ‘다이어트’를 검색한 김양은 다이어트와 전혀 관계없는 음란사진들을 마주했다. 황급히 스마트폰을 꺼버리긴 했지만 주변에 사람이 많은 터라 누가 봤을까 걱정이다. 그 이후로 김양은 공공장소에서 SNS 하기가 두려워졌다.
짧은 키워드로 정보를 엮어주는 검색시스템 해시태그(hashtag). 방대한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어 SNS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불특정다수가 연결되는 점을 이용해 불법자료도 공공연하게 유포되는 것이 현실. 이는 SNS 도입 초기부터 지적된 점이지만 최근 해시태그라는 기술을 만나 더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음란물뿐만이 아니다. 잘못된 정보나 악의적인 게시물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기업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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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 싫은 음란물이 ‘딱’
온라인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음란물·도박사이트 광고 등 불법자료는 바퀴벌레처럼 기생했다. 최근에는 기존 홈페이지나 P2P 등을 넘어 익명성이 무기인 SNS를 통해 유포되는 음란성 정보글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2014 방송통신심의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SNS상에서 심의 조치된 음란성 정보는 1만5824건이다. 지난 2012년 250건에 불과하던 음란물 적발 건수가 2013년 4448건으로 급격하게 늘더니 지난해에는 2년 전에 비해 63배나 급증했다.
실제 해시태그가 많이 이용되는 한 SNS서비스에서 # 뒤에 ‘섹스’라는 단어를 넣어 검색해보니 50만개가 넘는 음란성 자료가 쏟아졌다. 특히 단어를 검색하는 데 별도의 성인인증이나 개인정보에 대한 요구는 전혀 없었다.
SNS서비스업체도 이를 인지하고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요원을 투입, 음란물을 발견하면 즉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해시태그 자체를 폐쇄하는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음란물 유포자들은 업체가 삭제함과 동시에 또 다른 계정을 만들거나 빠르게 다른 자료를 올려 제재를 무색하게 만든다. 기자가 취재하며 몇번 검색하는 동안에도 음란물이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했다.
해시태그가 많이 사용되는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용자가 부적절한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등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지난 4월 성인물에 민감한 사용자를 배려하기 위해 한층 더 자세한 설명과 예시를 담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도 공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굳이 음란물 연관 키워드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여러 경로를 통해 음란물이 사용자에게 접근한다는 점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김양의 경우도 음란물과 관계없는 다이어트를 검색했지만 음란물을 접하게 됐다.
이 같은 문제는 해시태그의 정보수집기능이 단순히 키워드에 의존할 뿐 정보의 진위여부를 판단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 게시물이 2000만건에 달하는 ‘#셀카’를 검색해보면 음란·성매매 광고와 불법 도박사이트 광고물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같은 게시물을 차단하기 위해 통신심의국에 60여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했지만 하루에도 수십만건 이상 올라오는 음란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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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성 게시물에 기업도 ‘골머리’
SNS상에서 원치 않는 자료를 접하는 건 일반사용자뿐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SNS를 통해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들은 해시태그를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유용한 방법으로 인식하고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다만 기업이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이 해시태그를 통해 더 크게 확대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2013년 맥도날드는 소비자가 경험한 맥도날드의 맛있는 음식과 좋은 서비스를 퍼트리기 위해 ‘#McDStories’라는 해시태그를 트위터에서 개설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입소문을 예상했던 맥도날드의 기대와 달리 이용자들은 반대로 불만과 민원,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시태그로 언급했다. 맥도날드는 결국 2시간 만에 이 트위터를 중단했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맥도날드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다.
국내에서도 SNS 홍보가 늘어남에 따라 이 같은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일부 고객이나 경쟁자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악의적인 게시물을 해시태그하는 것.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 김씨(27)는 “고객에게 불량품이 잘못 배송돼 전화로 사과하고 교환해준다고 하니 고객이 알았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불량품을 동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리고 우리 브랜드를 태그 거는 바람에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고 토로했다.
SNS를 이용해 홍보하는 기업들은 이 같은 위험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도 접근성을 늘리기 위해 해시태그를 포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시태그를 이용하는 것과 아닌 것의 유입자 수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
최근 SNS마케팅을 시작한 한 업체 관계자는 “홍보 초기단계에서 게시물의 노출빈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소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해시태그 이용이 필수”라며 “악의적 자료나 음란물이 해시태그에 걸렸을 경우 해당 SNS에 신고하거나 긍정적인 콘텐츠로 검색노출 우선순위로 만든다”고 말했다.
사실 해시태그로 인해 생긴 문제는 온라인 시대에 들어서며 발생한 역기능과 흡사하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공격하는 사례는 이전에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이용할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조건 규제를 도입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최선규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자동차가 교통사고를 낸다고 해서 아예 없앨 수 없는 것처럼 해시태그도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지녔다”며 “사회적 문제가 심해질 경우 자동차에 운전면허를 도입한 것과 비슷하게 회사와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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