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간판' 달고 손보업계 판도 바꿀까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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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해보험이 KB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바꿔 달아 재출범한다. KB금융이 금융지주사 내에 손해보험사를 편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KB손보의 첫 수장으로는 김병헌 LIG손보 사장이 낙점됐다. ‘KB’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김병헌 체제’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으로 합병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이다.
◆영업력 강화·복합점포 시너지 기대
KB금융이 지주사 내 사업다각화를 위해 LIG손보 지분 19.47%를 6450억원에 인수한다. 인수 확정 후 KB금융은 LIG손보의 사명을 KB손보로 바꾸고 1년 내로 지분 30% 이상 확보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KB금융과 LIG손보 합병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손보업계 만년 4위였던 LIG손보가 KB금융 품에 안기면서 업계 2·3위인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를 빠르게 추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LIG손보로서는 KB금융 계열사의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영업에 유리하다”며 “특히 금융당국이 복합점포 확대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국민은행이 LIG손보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한다면 비지주계열 보험사인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KB손보 출범으로 상위사 간 순위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증권가의 시각도 낙관적이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중으로 대주주가 KB금융으로 전환될 예정인데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이미 주가에 반영된 리스크여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매출증대 가능성과 손해율의 추가 안정화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2위권 경쟁사 중 (LIG손보의) 장기위험 손해율 관리가 가장 잘 이뤄지고 있다”며 “긍정적 방향을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LIG손보 입장에서는 1000개가 넘는 지점망을 보유한 국민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B금융이 국민은행 점포에서 LIG손보 상품을 적극 권유한다면 방카슈랑스 부문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서다. 게다가 국민은행의 고객정보도 활용할 수 있다.
KB금융은 이번 LIG손보 인수로 KB캐피탈과의 자동차금융 복합상품 판매증진 효과와 KB생명과의 상품 교차판매 등으로 영업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교차판매는 생보 또는 손보사 소속 설계사가 한곳의 타 업권 보험사를 선정해 그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24일 주주총회 이후 KB손해보험은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앞으로 자회사 편입이 완료되면 LIG손보의 방카슈랑스용 상품 라인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IG손보가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상품은 ‘매직파워안심저축보험’ 하나뿐이다.
또 지난 8일 KB금융지주와 LIG손보의 첫 합작품이 나왔다. KB국민카드의 체크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LIG손보의 해외여행자보험을 무료 제공키로 한 것. LIG손보의 법인카드도 KB국민카드로 바뀔 예정이다. 그간 LIG손보는 주 법인카드로 신한카드를 사용했다.
◆‘LIG맨’ 사장·‘KB맨’ 임원진 ‘한지붕 두가족’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후 업계의 관심은 과연 KB손보가 완전한 ‘성공작’이 될 것인가에 쏠린다. ‘한지붕 두가족’이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많은 기업들이 인수합병 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며 “특히 국민은행이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한 상황에서 신규 계열사가 그냥 넘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지만 앞으로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은행은 올 초 희망퇴직을 실시해 총 1121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반면 LIG손보 노사는 “희망퇴직 시행 시 노조와 먼저 협의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의 유효기한은 5년이다. 만약 KB금융이 인수 직후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일부 인력을 정리하려면 반드시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KB금융은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건은 하나은행을 보유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사례나 NH농협생명을 보유한 NH농협금융의 우리아비바생명 인수 사례와 전혀 다르다”며 “KB금융그룹에는 없는 손해보험사가 새로운 계열사로 추가되는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KB금융 내부 출신이 아닌 김병헌 LIG손보 사장을 KB손보 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비슷한 이유”라며 “사실상 내부에 손보 전문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김 사장이) KB손보 CEO를 맡을 만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김병헌 사장은 LIG손보의 전신인 범한화재해상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한 ‘LIG맨’이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영업과 경영 전반을 두루 거치며 내공을 쌓았다. LIG손보가 오너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초대 CEO에 올랐다.KB금융이 김 사장을 선임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인수과정에서 임직원의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내부적으로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LIG손보 내부에는 ‘KB맨’이 속속 들어왔다.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부사장에 허정수 국민은행 재무본부장 상무가 선임됐다. 조태석 국민은행 WM사업부 상무대우는 방카슈랑스본부장(상무)에, 신현진 국민은행 리스크 담당(현 조사역)은 리스크관리책임자(CRO) 상무로 내정됐다. 허정수 부사장을 비롯한 KB출신 임원들은 LIG손보 본사에 출근하면서 인수 마무리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을 주축으로 KB금융의 재무전문가들을 영입한 KB손보가 보험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KB손보의 첫 수장으로는 김병헌 LIG손보 사장이 낙점됐다. ‘KB’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김병헌 체제’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으로 합병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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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본사. /사진=KB손해보험 |
◆영업력 강화·복합점포 시너지 기대
KB금융이 지주사 내 사업다각화를 위해 LIG손보 지분 19.47%를 6450억원에 인수한다. 인수 확정 후 KB금융은 LIG손보의 사명을 KB손보로 바꾸고 1년 내로 지분 30% 이상 확보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KB금융과 LIG손보 합병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손보업계 만년 4위였던 LIG손보가 KB금융 품에 안기면서 업계 2·3위인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를 빠르게 추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LIG손보로서는 KB금융 계열사의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영업에 유리하다”며 “특히 금융당국이 복합점포 확대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국민은행이 LIG손보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한다면 비지주계열 보험사인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KB손보 출범으로 상위사 간 순위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증권가의 시각도 낙관적이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중으로 대주주가 KB금융으로 전환될 예정인데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이미 주가에 반영된 리스크여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매출증대 가능성과 손해율의 추가 안정화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2위권 경쟁사 중 (LIG손보의) 장기위험 손해율 관리가 가장 잘 이뤄지고 있다”며 “긍정적 방향을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LIG손보 입장에서는 1000개가 넘는 지점망을 보유한 국민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B금융이 국민은행 점포에서 LIG손보 상품을 적극 권유한다면 방카슈랑스 부문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서다. 게다가 국민은행의 고객정보도 활용할 수 있다.
KB금융은 이번 LIG손보 인수로 KB캐피탈과의 자동차금융 복합상품 판매증진 효과와 KB생명과의 상품 교차판매 등으로 영업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교차판매는 생보 또는 손보사 소속 설계사가 한곳의 타 업권 보험사를 선정해 그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24일 주주총회 이후 KB손해보험은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앞으로 자회사 편입이 완료되면 LIG손보의 방카슈랑스용 상품 라인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IG손보가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상품은 ‘매직파워안심저축보험’ 하나뿐이다.
또 지난 8일 KB금융지주와 LIG손보의 첫 합작품이 나왔다. KB국민카드의 체크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LIG손보의 해외여행자보험을 무료 제공키로 한 것. LIG손보의 법인카드도 KB국민카드로 바뀔 예정이다. 그간 LIG손보는 주 법인카드로 신한카드를 사용했다.
◆‘LIG맨’ 사장·‘KB맨’ 임원진 ‘한지붕 두가족’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후 업계의 관심은 과연 KB손보가 완전한 ‘성공작’이 될 것인가에 쏠린다. ‘한지붕 두가족’이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많은 기업들이 인수합병 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며 “특히 국민은행이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한 상황에서 신규 계열사가 그냥 넘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지만 앞으로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은행은 올 초 희망퇴직을 실시해 총 1121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반면 LIG손보 노사는 “희망퇴직 시행 시 노조와 먼저 협의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의 유효기한은 5년이다. 만약 KB금융이 인수 직후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일부 인력을 정리하려면 반드시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KB금융은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건은 하나은행을 보유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사례나 NH농협생명을 보유한 NH농협금융의 우리아비바생명 인수 사례와 전혀 다르다”며 “KB금융그룹에는 없는 손해보험사가 새로운 계열사로 추가되는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KB금융 내부 출신이 아닌 김병헌 LIG손보 사장을 KB손보 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비슷한 이유”라며 “사실상 내부에 손보 전문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김 사장이) KB손보 CEO를 맡을 만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김병헌 사장은 LIG손보의 전신인 범한화재해상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한 ‘LIG맨’이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영업과 경영 전반을 두루 거치며 내공을 쌓았다. LIG손보가 오너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초대 CEO에 올랐다.KB금융이 김 사장을 선임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인수과정에서 임직원의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내부적으로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LIG손보 내부에는 ‘KB맨’이 속속 들어왔다.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부사장에 허정수 국민은행 재무본부장 상무가 선임됐다. 조태석 국민은행 WM사업부 상무대우는 방카슈랑스본부장(상무)에, 신현진 국민은행 리스크 담당(현 조사역)은 리스크관리책임자(CRO) 상무로 내정됐다. 허정수 부사장을 비롯한 KB출신 임원들은 LIG손보 본사에 출근하면서 인수 마무리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을 주축으로 KB금융의 재무전문가들을 영입한 KB손보가 보험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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