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경쟁력 강화'를 보는 두 시선
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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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시중은행 창구에서 같은 금융지주회사 계열인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22일 금융지주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금융지주 계열사 간 업무위탁이나 겸직과 관련한 칸막이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비금융지주 계열사들은 "금융지주계열사의 연계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특혜에 가깝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시행되면 각 계열사 이익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고객편의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은행서 계열사 연계영업 가능
이번 제도개선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금융지주 계열사 간 ‘칸막이 제거’다. 금융위는 시중은행 창구를 통해 캐피털, 저축은행 등 자회사 간 대출이나 신용카드, 할부·리스 등 각종 금융상품을 팔기 위한 신청과 서류접수 위탁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대출을 받기 어려운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창구에서 계열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가 판매하는 대출상품을 신청하는 연계영업이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직원의 겸직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심사·승인 등 이해상충 방지가 필요한 핵심업무를 제외한 금융상품 판매, 신용위험 분석·평가, 위험관리, 내부통제업무 등을 겸직할 수 있다. 또 시스템이 필요한 신용위험 분석·평가업무도 위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소속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은 기업대출 시 은행의 신용위험 분석역량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업무위탁이나 직원 겸직에 대한 금융당국의 승인방식도 ‘사전보고’로 변경해 승인기간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금융지주사는 계열사 간에 업무위탁을 하거나 임직원이 겸직할 경우 7일 전에 금융당국에 사전보고하면 된다.
◆금융지주사 “시너지 효과 창출”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금융지주사 및 계열사들은 “앞으로 담당 부서를 통해 단계적으로 관련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이를 통해 금융지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은 물론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정보유출사태 이후 지금까지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공유가 금지됨에 따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었다”며 “하지만 해당 제도개선을 통해 여러 규제가 풀리는 만큼 연계영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 역시 “지금까지는 같은 지주 소속 계열사라도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한정적이었다”며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시행되면 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신용업무 담당자의 겸직이 가능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계열사 역시 긍정적인 제스쳐를 취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계열사의 경우 은행창구를 활용한 연계영업이 가능해지면 그만큼 마케팅채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핵심업무를 제외한 직원 겸직을 통해 전문인력 확보는 물론 인건비 절감 등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신청했는데 등급이 안될 경우 연계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우량고객을 창출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밖에도 부족한 점포수의 한계를 연계영업을 통해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 6월25일 KB금융이 출시한 자동차 종합금융패키지는 금융지주 계열사 간 시너지를 잘 활용한 좋은 예다. KB캐피탈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 KB국민카드로 결제하고 캐피털 복합할부금융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최저 연 3.9%의 금리로 대출해준다. 이는 KB국민카드 등을 이용하지 않는 신용도가 좋은 일반대출자와 비교하면 약 1%포인트 낮은 금리다. 이밖에도 ‘KB매직카KB국민카드’로 KB손해보험 자동차보험료를 결제하면 10%(최대 3만원)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비금융지주 계열사 “지나친 특혜”
반면 금융지주사가 없는 금융사들은 “금융지주 계열사의 연계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특혜에 가깝다”며 즉각 반발했다.
현재 가장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드러내는 업권은 저축은행이다. 최근 저축은행의 광고규제까지 검토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 계열사 저축은행들이 연계영업을 할 경우 우량고객을 모두 뺏길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
한 비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최대 1000여개에 이르는 은행 관계사의 전국 지점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특혜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은행에서 부결된 대출고객이나 기업은 저축은행업계의 입장에서 최우량 신용도의 고객에 해당된다”며 “만약 이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창구를 통한 연계영업이 진행될 경우 다른 저축은행 고객의 불량률이 크게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 역시 “현재 지주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등 상대적 안전자산에 집중해 소액대출 취급규모가 매우 적은 수준”이라며 “방카슈랑스와 같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방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연계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지나친 편파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캐피털업계 역시 연계영업을 허용할 경우 금리 면에서 메리트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지주계열 캐피털사가 은행과 연계영업은 물론 이 과정에서 1%포인트 낮은 금리를 앞세운 영업을 진행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다”며 “만약 은행창구 직원에게 인센티브 등을 제시할 경우 이 같은 움직임은 한층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카슈랑스 25%룰이 무력화되고 꺾기 등 불법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꺾기 등 불법행위에 대해 은행을 점검하는 것으로 단속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연계영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될 경우 이 같은 불법행위를 단속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비금융지주 계열사들은 "금융지주계열사의 연계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특혜에 가깝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시행되면 각 계열사 이익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고객편의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은행서 계열사 연계영업 가능
이번 제도개선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금융지주 계열사 간 ‘칸막이 제거’다. 금융위는 시중은행 창구를 통해 캐피털, 저축은행 등 자회사 간 대출이나 신용카드, 할부·리스 등 각종 금융상품을 팔기 위한 신청과 서류접수 위탁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대출을 받기 어려운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창구에서 계열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가 판매하는 대출상품을 신청하는 연계영업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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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직원의 겸직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심사·승인 등 이해상충 방지가 필요한 핵심업무를 제외한 금융상품 판매, 신용위험 분석·평가, 위험관리, 내부통제업무 등을 겸직할 수 있다. 또 시스템이 필요한 신용위험 분석·평가업무도 위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소속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은 기업대출 시 은행의 신용위험 분석역량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업무위탁이나 직원 겸직에 대한 금융당국의 승인방식도 ‘사전보고’로 변경해 승인기간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금융지주사는 계열사 간에 업무위탁을 하거나 임직원이 겸직할 경우 7일 전에 금융당국에 사전보고하면 된다.
◆금융지주사 “시너지 효과 창출”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금융지주사 및 계열사들은 “앞으로 담당 부서를 통해 단계적으로 관련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이를 통해 금융지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은 물론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정보유출사태 이후 지금까지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공유가 금지됨에 따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었다”며 “하지만 해당 제도개선을 통해 여러 규제가 풀리는 만큼 연계영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 역시 “지금까지는 같은 지주 소속 계열사라도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한정적이었다”며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시행되면 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신용업무 담당자의 겸직이 가능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계열사 역시 긍정적인 제스쳐를 취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계열사의 경우 은행창구를 활용한 연계영업이 가능해지면 그만큼 마케팅채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핵심업무를 제외한 직원 겸직을 통해 전문인력 확보는 물론 인건비 절감 등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신청했는데 등급이 안될 경우 연계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우량고객을 창출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밖에도 부족한 점포수의 한계를 연계영업을 통해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 6월25일 KB금융이 출시한 자동차 종합금융패키지는 금융지주 계열사 간 시너지를 잘 활용한 좋은 예다. KB캐피탈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 KB국민카드로 결제하고 캐피털 복합할부금융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최저 연 3.9%의 금리로 대출해준다. 이는 KB국민카드 등을 이용하지 않는 신용도가 좋은 일반대출자와 비교하면 약 1%포인트 낮은 금리다. 이밖에도 ‘KB매직카KB국민카드’로 KB손해보험 자동차보험료를 결제하면 10%(최대 3만원)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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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
◆비금융지주 계열사 “지나친 특혜”
반면 금융지주사가 없는 금융사들은 “금융지주 계열사의 연계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특혜에 가깝다”며 즉각 반발했다.
현재 가장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드러내는 업권은 저축은행이다. 최근 저축은행의 광고규제까지 검토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 계열사 저축은행들이 연계영업을 할 경우 우량고객을 모두 뺏길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
한 비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최대 1000여개에 이르는 은행 관계사의 전국 지점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특혜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은행에서 부결된 대출고객이나 기업은 저축은행업계의 입장에서 최우량 신용도의 고객에 해당된다”며 “만약 이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창구를 통한 연계영업이 진행될 경우 다른 저축은행 고객의 불량률이 크게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 역시 “현재 지주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등 상대적 안전자산에 집중해 소액대출 취급규모가 매우 적은 수준”이라며 “방카슈랑스와 같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방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연계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지나친 편파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캐피털업계 역시 연계영업을 허용할 경우 금리 면에서 메리트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지주계열 캐피털사가 은행과 연계영업은 물론 이 과정에서 1%포인트 낮은 금리를 앞세운 영업을 진행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다”며 “만약 은행창구 직원에게 인센티브 등을 제시할 경우 이 같은 움직임은 한층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카슈랑스 25%룰이 무력화되고 꺾기 등 불법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꺾기 등 불법행위에 대해 은행을 점검하는 것으로 단속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연계영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될 경우 이 같은 불법행위를 단속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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