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계에 '7월'은 의미가 깊다. 최근 수입차의 공세에 밀려 절치부심하던 국내 완성차업계가 회심의 반격에 나선 시기여서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지엠, 쌍용자동차는 각각 브랜드를 상징하는 주력 차량의 신 모델을 내놓으며 판매량 수직상승을 노리고 있다.

◆‘풀 체인지’ 혹은 ‘심장이식’


새로운 차량이 출시됐을 때 한동안 판매량이 높아지는 현상, 즉 신차효과를 크게 보는 것은 단순한 ‘연식변경’ 보다는 ‘풀 체인지’ 모델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다만 풀 체인지가 아닌 경우 업계에서는 디자인보다는 파워트레인의 변화가 시장에서 더 큰 반향을 가져온다고 여긴다. 

페이스리프트의 경우에도 외관이나 인테리어 등의 수정사항이 크고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신차효과가 어느 정도 이어지지만 ‘새 심장’을 달고 출시되는 차만 못하다. 특히 최근 다양한 파워트레인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형식의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모델은 ‘풀 체인지’ 모델과 비등한 수준의 관심을 얻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7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출시하는 주력차종들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먼저 한국지엠은 7년 만에 쉐보레 스파크의 풀 체인지 모델을 내놓는다. 지난 1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대대적인 신차 출시행사를 통해 공개된 한국지엠의 ‘더 넥스트 스파크’는 기존의 경차에서 볼 수 없던 수많은 안전·편의사양이 적용돼 주목받았다.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변속기의 변화 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출시행사에서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경차부문 1위를 탈환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2016 쏘나타. /사진=임한별 기자
2016 쏘나타. /사진=임한별 기자

기아차의 K5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두개의 얼굴, 일곱개의 심장’이라는 표어를 내세우며 신형 K5를 최초로 공개한 기아차는 지난 6월22일 K5의 가격을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실시했다. 신형 K5는 이달 15일 출시 예정이다.

기아차는 출시를 예고한 7개의 파워트레인 중 ▲2.0 가솔린(누우 2.0 CVVL 엔진) ▲2.0 터보(세타 2.0 터보 GDI 엔진) ▲1.6 터보(감마 1.6 터보 GDI 엔진) ▲1.7 디젤(U2 1.7 VGT 엔진) ▲2.0 LPI(누우 2.0 LPI 엔진) 등 5가지의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1.7 디젤모델의 가격대는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1.7 디젤모델의 가격대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형님’뻘인 쏘나타의 동일 디젤 모델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다만 K5 1.7 디젤모델의 가격은 지난 2일 공개된 2016년형 쏘나타의 가격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디젤모델의 경우 동급 가솔린엔진보다 200만~300만원 정도 비싼 것이 일반적인데, 지난 2일 현대차가 밝힌 쏘나타의 출시가격을 보면 쏘나타의 2.0가솔린 모델은 2245만원부터 시작되고 1.7 디젤의 경우 2495만원부터 시작된다. 기본 사양을 기준으로 250만원 정도의 가격차가 나는 셈이다.

쏘나타에 탑재되는 엔진과 변속기의 사양이 K5와 동일하다는 점을 감안해 업계에서는 신형 K5의 디젤모델도 2.0 가솔린모델과 비슷한 가격차로 출시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편 올해 가장 ‘핫한 자동차’로 꼽히는 쌍용차의 티볼리도 이달 디젤모델을 출시하며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라이벌 모델로 꼽히는 르노삼성 QM3와 올 하반기중 디젤모델을 출시 예정인 한국지엠 트랙스까지 '소형 SUV 3파전'이 예상된다. 

더 넥스트 스파크. /사진=임한별 기자
더 넥스트 스파크. /사진=임한별 기자

◆‘치열한 7월’ 된 이유

이렇게 이달부터 완성차 업계의 ‘신차전쟁’이 본격 펼쳐질 예정이지만 정작 주변에서는 '7월'을 선택한 이유에 의문을 품는다. 전통적으로 휴가철인 7~8월은 자동차업계의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구매자들은 휴가에 앞서 차를 구매하거나 휴가 이후로 차량구매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완성차 공장의 휴가로 물량생산에 제한이 걸린다는 점 또한 이 시기의 신차출시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완성차업체들은 왜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7월 신차 출시를 감행했을까. 지난 4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출시예정인 모델이 공개된 K5와 스파크의 경우 공개시점부터 출시시점이 길어지며 더 이상 늦출수 없었던 점이 가장 큰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공개된 이후 주변에서 신형 K5를 언제쯤 구매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기아차 입장에서는 구매의향자들이 다른 차량으로 시선을 돌리기 전에 출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스파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7년간 풀 체인지 없이 이어져온 스파크 판매량은 올해부터 급격히 떨어졌다. 경차 수요가 전체적으로 줄어든 탓도 있지만 풀 체인지에 성공한 모닝에 점유율을 빼앗긴 것이 뼈아픈 상황이라 출시시기를 늦출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올 7월이 '유로6' 의무적용을 앞두고 재편될 국내 디젤차시장을 선점할 절호의 시기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에 비해 디젤 중형세단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국내 완성차의 경우 유로6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시기가 디젤모델을 확대할 기회”라며 “이달 차량을 출시하면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는 시점과 유로6 의무적용 시점이 대략적으로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근 들어 자동차 업계는 신차발표에 특별히 좋은 시기를 찾기보다는 다른 업체와의 시기적인 중복을 피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