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먹통 블로그', 사과는 단 두줄
정채희 기자
8,290
공유하기
“게시글이 삭제됐다고 떠요.”
“제 블로그를 눌렀는데 다른 사람 블로그가 나와요.”
“비공개로 설정한 글들이 보여요.”
![]() |
/사진제공=네이버 |
◆밤사이 ‘삭제’ 소동, 왜?
지난 13일 자정.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들의 블로그 서비스 오류를 지적하는 글이 줄지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접속오류인줄 알았던 이용자들은 수차례 접속 시도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자신의 아이디로 접속된 블로그에서 낯선 게시글을 목격한 것.
이용자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접속했는데 다른 사람의 블로그가 뜬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심지어 이 중 몇몇은 “(타인의 블로그에서) 비공개로 설정해 둔 글들이 보인다”며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네이버 게시글(포스트)의 공개 여부는 이용자의 설정에 달려 있다. ‘나’를 중심으로 이웃(구독자)을 맺고 ▲전체공개 ▲이웃공개 ▲서로이웃공개 ▲비공개로 포스트 공개 설정 여부를 달리할 수 있다. 서로 이웃을 맺은 경우, 가장 높은 단계로 비공개 글을 제외한 모든 글을 볼 수 있다.
이번 오류 과정에서 문제가 된 글은 ‘나만 볼 수 있는’ 비공개 글이다. 비공개 게시글 전문이 모두 보인 것은 아니었으나 타인의 블로그 화면이 뜨는 과정에서 사진과 함께 3줄가량의 글이 ‘미리보기’ 형식으로 일부 보였다.
오류를 발견한 이들은 소수가 아니었다. 자신의 스마트폰 문제라 생각하고 글을 올린 이들은 비슷한 오류를 겪은 사용자들을 발견하고 네이버 블로그서비스 자체 오류임을 파악했다.
네이버 역시 서비스 오류를 발견하고 즉각 복구에 들어갔다. 당시 네이버 블로그서비스 팀은 오전 0시11분 ‘블로그 모바일웹/앱 접속 장애’란 공지를 통해 “전날 밤 11시부터 접속오류가 있었으며 현재(0시11분)까지 모바일 웹과 앱을 중심으로 접속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복구 중이며 신속히 수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공개 글까지 보인다는 증언(?)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늦은 밤사이 잠을 자고 있지 않던 이용자를 중심으로 일대 소동이 일었다. 이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접속되는 대로 비공개 글을 다른 플랫폼서비스로 옮기거나 삭제하는 등 사적인 글과 사진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이 같은 소동은 그날 새벽녘까지 계속 됐다.
네이버는 오전 10시10분 두번째 공지를 통해 “블로그 접속 장애를 사과드린다”며 “복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서비스 팀에 따르면 13일 오후 10시55분께부터 14일 오전 2시25분께까지 3시간30분가량 블로그 접속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네이버는 “갑작스런 오류로 불편을 겪은 회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
![]() |
◆2줄 사과, 이용자 뿔났다
그러나 밤사이 소동을 지켜봤던 이용자들의 공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용자 A씨(@ka**0*5)는 “비공개 글이 타인에게 보였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는 것 같다”며 “앞으로 이용에 불안함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10년간 이용한 블로그의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처럼 네이버 블로그에 충성도가 높았던 이들 역시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용자 B씨(@hou****8*)는 “아무도 모르는 온라인상 나만의 공간이었던 만큼 개인적인 일들과 사진들을 비공개로 다수 올렸다”며 “내 블로그를 누가 봤을지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어 “3시간30분 동안의 오류도 문제지만 비공개 글이 일부 보였는데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자 C씨(@*w*n*1*1)는 “만약 정치인이나 연예인, 파워블로거(블로그 이용자 중 방문자가 많은 자)들 중에 비밀로 쓴 글이 공개됐다면 이렇게 조용히 지나가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오류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K씨는 "비공개 글이 제3자에게 공개됐을 때 개인정보 관련 내용이 노출됐다면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 블로그 오류 당시 자신의 개인정보 관련 글이 제3자에게 노출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을 경우 이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측은 오류에 대해 사과를 전하면서도 타인의 개인정보 등이 노출되지는 않았음을 강조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블로그서비스의 일부 서버에서 시스템장애가 발생해 다른 사람의 블로그 화면이 노출되는 현상과 함께 타인의 비밀글이 노출되는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블로그의 장애는 아니며 일부 블로그에서 장애가 일어났다”면서 “현재 피해규모를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블로그 화면이 보일뿐) 다른 아이디(ID)로 접속하거나 전문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현재 네이버 측으로 이용자의 피해사례가 접수된 건은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 16일 현재 추가피해와 노출된 사례 등이 파악되는 대로 2차 사과공지를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장애에 대한 1차 사과공지가 올라갔다”며 “빠른 시일 내로 (비공개 글 노출 등에 대한) 사과공지를 게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날인 지난 17일 네이버 측은 송창현 CTO가 직접 네이버 블로그 공지사항에 "13일 발생한 모바일 블로그서비스 장애로 이용자에게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보다 빠르게 장애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알렸어야 했으나 시스템 복구, 재발 방지를 위한 조취에 우선 집중하는 동시에 정확한 장애 상황을 파악하느라 이에 대한 안내가 늦어졌다"고 사과했다. 송 CTO는 "일부 이용자의 접속이 원활치 않거나 다른 이들의 블로그 콘텐츠가 노출되는 오류가 있었다"며 "앞으로 안정적으로 블로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네이버는 오류 당일로부터 나흘 전 블로그 서비스를 점검했다. 당시 네이버는 “블로그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정기점검이 9일 오전 1시부터 7시 10분까지 총 6시간 10분 진행된다”고 공지했다. 점검 당시 약속은 다음과 같았다.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로 찾아뵙겠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