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가 재개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발표한 성명에서 오는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이 부각되며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또 중국경기 둔화 및 우리나라 경기체질에 대한 우려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특히 원화 약세는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자동차 등 증시를 대표하는 주요 수출기업에는 긍정적이지만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거나 해외에서 대규모 설비를 도입한 업체에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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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련업계 ‘방긋’

지난달 30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168.4원에 거래됐다. 최근 3개월 사이 최저를 기록한 지난 4월29일(1068.1원)에 비해 100원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지난 2012년 6월13일(1168.4원) 이후 3년1개월 만에 최고치다. 더구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장중 1170원대로 고점을 찍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초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12개월 안에 13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가격경쟁에 유리한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 간 희비가 엇갈린다. 일단 수출업종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반긴다. 증시전문가들은 수출종목 중에서도 자동차업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은 전날의 주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30일 현재 15만원에 거래됐다. 전날 14만6000원에서 4000원(2.74%) 올랐다. 기아차도 전날 4만2750원보다 1100원(2.57%) 상승한 4만3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이날 21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1만500원이었던 전날보다 500원(0.24%) 오른 금액이다.


이들 종목은 그동안 약세를 보이다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증가 기대감에 랠리를 펼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원·달러 하락 및 경쟁심화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의 순이익이 7~10%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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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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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철강·정유업계 ‘부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주요 수출기업의 수익개선이 기대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업종도 있다. 항공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부담스럽다. 최근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신형항공기를 대거 도입하면서 구입비용이 늘어난 여파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창사 50주년을 맞아 차세대 항공기 100대를 도입키로 했다. 오래된 항공기를 교체해 안전운전을 강화하고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대한항공이 들여오는 차세대 항공기는 보잉사 50기와 에어버스사 50기로 투자금액만 13조원에 달한다. 국내 항공업계 사상 최대규모다.


아시아나항공도 에어버스로부터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55대를 구매해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까지 A380 6대를 비롯해 오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 A350XWB 30대를, 2019년부터 2025년까지 A321-200 NEO 25대를 들여온다. A380은 다른 항공기에 비해 20%나 낮은 연료 소모율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20% 이상 적다.

문제는 이자 부담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이자 부담은 연간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는 수출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제품 수출가격 측면에서 원·달러 환율상승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하지만 원자재 수입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전체 실적향상을 가로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철광석·원료탄 등 원자재 수입과 일부 설비자금 차관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자재 수입과 설비자금 차관이 부담스런 상황이다. 일례로 현대제철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자재·설비 도입비용이 늘었다. 당초 8000억원 수준이었던 특수강공장 건설비용은 3000억원이 추가된 1조1000억원으로 부풀었다.

정유업종도 원유를 수입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클 경우 부담이 늘어난다. 다만 휘발유와 경유 수출로 원유수입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있다. 최근 3개월 사이 원·달러 환율은 10%가량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정유사 공급가격에도 10%만큼의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이를 고려하면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기름값이 요동칠 수는 있다는 얘기다.

◆조선·건설업계 ‘영향 미미’

조선업종과 건설업종은 대표적인 수출업종이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종의 경우 선물환계약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없앴다. 수주계약 체결 시점에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미미하다는 얘기다.

건설업종도 마찬가지. 선물환 계약을 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사업을 하는 건설사는 대부분 원·달러 환율 상승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물환 거래를 한다.

하지만 만약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지속된다면 이들 업종도 부정적인 결과를 보일 수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선물환 거래 범위를 넘어서면 손실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최근의 유가 움직임, 글로벌경기, 업종별 업황 등의 변수를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업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류 등 일부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