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8일 금융위원회가 23년 만에 새로운 형태의 업무를 영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하자 ICT(정보통신기술)기업들의 셈법이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준비를 공식화하거나 자사만의 강점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첫 단추를 꿰고 있는 것. 특히 지난달 2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명회에는 참가신청인원을 넘어 인산인해이뤘다. 이중에는 인터파크, 다음카카오 등 ICT기업이 다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서 이윤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서 이윤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책·티켓’ 파는 인터파크의 도전

“지난 2008년 인터넷은행의 설립 움직임이 있었던 시점부터 인터넷은행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전자상거래업체 인터파크는 지난달 27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준비를 본격 공식화했다.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외부자문 기관선임을 완료하고 9월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인가신청서 작성에 돌입했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인터파크가 인터넷은행을 준비한다는 소문은 업계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이를 공식화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인터파크는 지난 6월18일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은행 도입방안 발표 직후 그룹 내 TF팀을 구성해 내부적인 준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TF 단장으로는 인터파크 창업 초기부터 약 20년간 함께한 이상규 사장을 선임했다.


인터파크가 추진코자 하는 ‘인터파크은행’(가칭)은 전자상거래사업을 통해 기존 은행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와 혜택을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바일을 핵심기반으로 고객의 모든 생활에 함께 하는 은행을 구상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터파크는 기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권과 온·오프라인 유통사, 통신사, 플랫폼사업자, 혁신적 핀테크 사업자, PG사업자 등 다양한 사업자들과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사업자 5곳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으며 빠른 시일 내 컨소시엄 구성을 마무리하고 참여 단체 명단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초기 자본금으로는 2000억~3000억원을 계획했다. 정부는 비용절감이 가능한 인터넷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해 500억원으로 초기 자본금을 낮췄으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CT 다음카카오, 은행도 ‘혁신’

다음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당국의 발표 당시 “다음카카오와 같은 ICT 사업자가 참여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제시된 것을 환영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모바일은행 TF팀을 꾸린 다음카카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다음카카오의 독보적인 모바일서비스 플랫폼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이지 않겠냐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호영 모바일뱅크TF 부사장은 지난달 28일 굿인터넷클럽이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 과연 금융혁신을 가져올 것인가’란 강연에서 “개발자가 이끄는 은행을 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카카오뱅크 계좌는 다양한 핀테크 업체와 연동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며 이를테면 다음카카오가 대규모 사용자를 기반으로, 높은 보안성을 갖춘 카카오뱅크를 구축하면 핀테크업체는 다양한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핀테크의 모습으로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카카오뱅크’를 입력하면 결제·송금·환전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매달 지급되는 이자를 현금뿐 아니라 게임 아이템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식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다만 이러한 예시를 “다음카카오의 사업계획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KT·SKT 등 이통사도 ‘만지작’

이밖에도 휴대전화·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인터넷TV 가입자 등을 보유한 이동통신사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통사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을 구체화한 KT는 TF팀을 꾸리고 현재 금융사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아직 사업계획을 구체화하지는 않았으나 사업 착수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중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10~11월 심사를 거친 후 12월 1~2곳에 예비인가를 허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