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중금리 대출’, 약일까 독일까
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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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
시중은행이 중금리대출 시장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용등급 5~6등급, 이른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자 이에 반응하고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 중신용자는 연 4~5%대 금리의 1금융권(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면 곧바로 연 15~34.9% 수준의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로 내몰려야 했다. 이로 인해 ‘금리 사각지대’에 방치된 중신용자는 1216만명에 이른다.
이에 일부은행에서 출시한 ‘중금리 대출’ 상품은 곧장 흥행몰이에 성공, 빠른 속도로 고객을 유입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신용자들의 리스크가 기존 은행 고객에 비해 높은 만큼 앞으로 고스란히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은행권 ‘중금리 대출’ 봇물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에스지아이(SGI)서울보증과 함께 ‘위비 모바일 대출’을 내놓으며 중금리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위비대출의 금리는 연 5~10%로 최대 1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으며 재직증명서 없이 무직자나 주부도 대출이 가능하다. 이 상품은 출시 두달여 만에 대출취급액 181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도 있다. 신한은행이 5∼7등급 직장인을 위한 ‘스피드업 직장인대출’과 ‘스피드업 새내기 직장인대출’을 출시했다. 스피드업 새내기 직장인대출은 재직 6개월 미만의 중간 신용등급 직장인이 신청할 수 있는 대출이다. 금리는 연 6.84∼7.64%이며 최대 300만원까지 빌려준다. ‘스피드업 직장인대출’은 연 5.29~6.69% 금리에 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서민을 위한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 ‘하나 이지세이브론’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3개월 이상 급여 또는 사업소득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대출한도는 다른 금융기관에 신용대출이 있더라도 연 소득의 30% 범위 내 최대 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금리는 연 6~10% 수준이다.
금융권에선 중금리 대출상품이 ‘금리 사각지대’에 놓인 중신용자들의 고민을 일정 부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가계 신용대출은 은행권의 저금리와 제2금융권의 고금리 상품으로 양극화돼 있다”며 “시중은행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 움직임이 중금리자들의 금리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체율 급증 계기 될 수도”
다만 상대적으로 대손율이 높은 중신용고객 특성상 “중금리대출의 확대는 추후 고스란히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현재 중금리 상품은 전체 이용고객 중 절반가량이 5~7등급에 몰려 있다. 우리은행 ‘위비 모바일 대출’의 경우 우리은행 내부 신용등급(총 10단계) 6등급 이하의 저신용자가 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입장에서는 과거 1~5등급의 우량고객을 주로 취급하던 때와 비교했을 때 중신용자 고객의 취급비중이 높아질수록 위험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실제 6~7등급 대손율은 2%대에서 많게는 6%선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금리 대출규모가 커질수록 대손율이 올라갈 것은 자명한 셈이다.
지난 6월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1%로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연체율이 높은 고객을 취급했던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중신용자에 대한 정확한 영업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 중금리 대출 확대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토로했다.
과거 SC은행이 중금리대출인 ‘셀렉트론’을 취급하다 결국 실패했던 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온다. 지난 2005년 SC은행은 연 6.87~18% 금리의 ‘셀렉트론’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한때 수신잔액이 2조1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많은 고객을 끌어 모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실률로 인해 결국 폐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출시되는 중금리대출 상품의 경우 한도가 1억원에 달했던 셀렉트론과 달리 한도를 낮게 책정해 위험부담을 줄였다”며 “하지만 다수의 고객이 중금리 상품을 찾고 있는 만큼 연체율이 급증하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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