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내 차의 엔진에 들어간 제작자의 서명’이 한마디로 AMG의 가치는 충분히 표현된다.

명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 벤츠에서도 고성능을 상징하는 서브브랜드 ‘AMG’는 고급차 서브브랜드인 마이바흐와는 다른 ‘스포츠카’ 브랜드다.

지난 20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진행된 AMG 서킷데이 행사에 참여해 현재 출시된 AMG 차량들을 체험하고 AMG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AMG, 벤츠 기반 고성능차 아니다”

“AMG는 단순히 마력을 높인 벤츠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다.


올리버 브리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품 담당 이사는 기존의 벤츠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AMG 시리즈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리버 브리츠 벤츠코리아 제품담당 이사.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올리버 브리츠 벤츠코리아 제품담당 이사.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그에 따르면 AMG의 엔지니어들은 메르세데스-벤츠 개발 팀이 새로운 모델을 설계하는 가장 초기 컨셉 단계부터 참여한다. 이렇게 해야만 해당 차량의 고유 퍼포먼스 성격에 맞춘 AMG 고성능 기술을 통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AMG가 기존의 벤츠의 모델을 고성능화 시킨 것이 아니라 벤츠와 AMG의 차량들은 개발단계부터 서로를 염두하고 출시되는 형제 모델인 셈이다. 이 뿐아니라 AMG에서만 출시되는 모델들도 존재한다.

그에 따르면 자체 차량과 엔진 개발 부서를 갖추고 있는 AMG는 구동 시스템 개발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완성차 개발과 생산, 특수 차량 생산, 주문 제작 차량 및 부품 생산과 함께 AMG선택 사양과 AMG 액세서리 개발 및 제작까지 사업 분야에 포함하고 있다.

AMG GT S 모델에 새겨진 제작자 서명.
AMG GT S 모델에 새겨진 제작자 서명.

가장 놀라운 점은 모든 메르세데스-AMG 엔진은 전통적으로 ‘1인 1엔진(one man – one engine)’ 철학에 따라 숙련된 엔지니어들의 수작업으로 조립된다는 것이다.

AMG 엔지니어 한 명이 아팔터바흐(Affalterbach)에 위치한 AMG 엔진 샵에서 엔진 전체를 조립한다는 것이다. 제작이 완료되면 해당 엔진을 담당한 엔지니어의 이름이 해당 엔진 플레이트에 새겨진다. 이러한 시스템이 AMG의 자신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은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사실 AMG는 기존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을 고성능차로 튜닝하는 업체였다. 1967년 다임러-벤츠의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와 에버하드 멜커는 자신들의 이름과 창업한 지역인 그로사스파흐의 머리글자를 따 ‘AMG’라는 튜닝회사를 만들었다.

그들은 창업 4년만에 내놓은 300 SEL 6.8 AMG의 레이싱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수많은 레이싱에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후 AMG의 지분을 다임러가 사들이며 현재와 같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억소리’ 나는 차들의 ‘억 소리’나는 퍼포먼스

이날 방문한 행사장에는 ‘억소리’나는 차량들이 즐비했다. AMG모델은 그 가치만큼이나 가격대가 높다. 이날 준비된 14종의 국내출시된 AMG차량들 중 가장 비싼 모델은 메르세데스-AMG GT S 에디션 1로 2억1900만원(부가세포함)에 달하고 가장 저렴한 A45 AMG 4MATIC모델이 6500만원이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제공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제공


이런 차들은 사실상 국내시장에서는 시장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우리나라에 사실 ‘익사이팅 드라이빙’을 위해 이만한 돈을 투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퍼포먼스가 강조된 AMG를 살 금액으로 차급이 더 높은 차량을 사는게 일반적인 우리나라 자동차의 소비 패턴이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AMG모델들의 판매량은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자동차의 ‘퍼포먼스’에 많은 가치를 두는 자동차 매니아 층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또 그만큼 소비자의 요구도 다양해졌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위해 2020년까지 총 40종의 AMG모델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AMG모델의 퍼포먼스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억대의 가격을 투자할까. 기자가 체험한 AMG 모델들은 일반적으로 시승하던 차량과는 ‘차원이 다른’ 모델들이었다.


먼저 짐카나 코스는 A45 AMG 4MATIC모델을 타고 체험했다. 벤츠 A클래스의 차량을 생각하고 드라이브 모드를 S에 설정한 뒤 슬라럼 시작 사인과 함께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투둥 터지는 듯한 배기음이 나며 잠시의 딜레이가 발생한 뒤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악셀을 끝까지 밟은 것을 후회했다. 그 작은 차체에 381마력이라는 믿기힘든 힘이 고스란히 실린다.

인스트럭터의 조언에 따라 스티어링 휠을 밀 듯이 조정하니 높은 속도에도 불구하고 슬라럼 코스를 어렵지않게 지날 수 있었다. 커브 구간을 지나 속도를 내고 정지 구간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자 정지구간에 못미쳐서 완전히 멈춰선다. 일반 양산차와는 제동성능의 차이도 엄청나다.

짐카나에 이어 서킷체험을 진행했다. 탑승한 차량은 메르세데스-AMG GT S. 다른 AMG모델이 ‘스포티함’을 강조한 차라면 이 차는 ‘스포츠카’ 그 자체다. 해당 차량에는 신형 AMG 4.0리터 바이 터보 엔진(8기통)과 AMG 스피드쉬프트 듀얼 클러치 7단 스포츠 변속기를 채택해 최고 출력 510마력(@6250rpm), 최대 토크 66.3kg.m(@1750~4750rpm)를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310km/h,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8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억소리 나는 자동차의 억소리 나는 퍼포먼스

GT S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레이스 등 4개의 드라이빙 모드를 지원한다. 프로 레이서 출신 인스트럭터 다이아나 로사리오씨는 차량을 설명하며 “드라이빙 모드는 스포츠 플러스 까지만 사용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차체자세제어장치(EPS)가 해제되기 때문에 서킷 경험이 많지 않은 기자들이 사용하기에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회전 상태에서 컴포트 모드에서 스포츠플러스까지 다이얼을 돌려보니 컴포트에서 낮게 깔리던 엔진음이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는 울부짖듯 높아진다.

운전석에 앉자 낮은 차체와 인테리어 등이 스포츠카라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인스트럭터를 따라 서킷으로 나가 악셀을 밟았다. 비가 내려 노면이 미끄러운 탓에 인스트럭터가 다소 낮은 속도로 리드했지만 GT S의 날렵한 코너링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다소 높은 속도에서 돌입한 헤어핀 구간에서도 흔들림없이 코너링을 수행한다. 직선구간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탄성이 나올 정도의 가속성능을 보였다.

‘억대’ 가격의 차답게 일상에서는 절대 느껴보지 못할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이것이 AMG의 가치인 셈이다.

벤츠코리아는 8월 말까지 AMG 고객, 미디어, 소셜 미디어 이벤트 당첨자 등 1000여명을 초청해 기자가 체험한 것과 같은 프로그램의 체험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AMG 차량의 서킷 주행 외에도 핸들링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짐카나 코스, 가속 성능과 제동 성능을 시험을 위한 드래그 코스 등이 마련돼 있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