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잠 못 이루는' 호텔가격의 불편한 진실
진화하는 숙박문화 (5·끝)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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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에서 별 다섯개 특급 호텔까지. 우리 경제와 함께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굴뚝 없는 산업’이라 불리던 숙박산업. 그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확 바뀐 ‘잠자리’, <머니위크>가 이불 속을 파헤쳐봤다.
올 여름휴가철에 유독 바빴던 직장인 김모씨. 멀리 떠나기엔 버겁고 모처럼 쉬는 날을 ‘방콕’으로 보내기엔 억울하단 생각이 들던 찰나. ‘실속’을 콘셉트로 내놓은 호텔 광고문구에 혹해 큰마음 먹고 호텔에서의 휴가를 계획했다.
여름패키지(조식과 다이닝 포함) 2인 가격은 35만원.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바로 온라인예약을 마쳤다. 그러나 김씨가 호텔 체크아웃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지불한 금액은 무려 71만8300원. 애초 가격의 두배에 달했다.
김씨는 어쩌다 배보다 배꼽이 큰 휴가를 보내게 됐을까. 이는 호텔업계의 모호한 서비스 기준에 부가세와 봉사료가 더해져 ‘요금 폭탄’을 일으킨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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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씨가 예약한 여름패키지에 포함된 다이닝서비스는 핑거푸드에 가까워 식사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기까지 와서 분위기를 망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김씨는 결국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을 이용했다(12만원×2, 부가세 10% 별도). 식사를 마친 뒤 객실로 돌아와 미니바에 있는 맥주(330ml)를 한캔씩 마시며 TV를 시청했다(1만4000원×2, 부가세 10% 별도). 다음날 오전 12시 체크아웃을 했다(객실료 35만원, 부가세 11%·봉사료 10% 별도).
김씨는 “부가세를 제한 금액으로 소비자를 현혹한 뒤 부실한 서비스로 돈을 더 쓰게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호텔이 봉사료와 미니바 부가세를 따로 받는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털어놨다.
특급호텔 이용 고객층이 다양해지면서 ‘부가세와 봉사료’에 대한 부과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심지어 그마저도 호텔마다 달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서울지역 주요 호텔 10여곳을 조사한 결과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쉐라톤그랜드워커힐, 인터컨티넨탈, 그랜드하얏트서울 등 대다수 호텔이 객실요금에 봉사료와 부가세, 객실 미니바 부가세를 별도로 부과했다. 그랜드앰배서더서울과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 등은 부가세만 받았다. 서울신라호텔은 봉사료와 부가세를 별도로 부과했지만 미니바 부가세는 없었다.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요금이 책정되다 보니 A호텔에서는 부가세 10%만 내고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반면 B호텔에서는 부과세 10%, 봉사료 10%, 미니바 부과세 10%를 모두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부 특급호텔의 경우 비수기에는 객실요금에 세금 및 봉사료를 포함시켰다가 다시 성수기철이 되면 ‘별도’라고 바꾸는 등 상황에 따른 마케팅정책으로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부가세와 봉사료 등 이른바 ‘텐텐’정책에 대해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업의 주고객이 부가세를 따로 내는 데 익숙한 외국인이고 개별적으로 팁을 받는 것이 금지되면서 생긴 기준이어서 폐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항변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텐텐정책이 액면 그대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마케팅전략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기준이라면 다른 업종처럼 최종가격표시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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