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에 2000원짜리 김밥 한줄로 점심을 때우더라도 식후 4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잔은 꼭 마신다는 A씨. 매일 출퇴근할 때 이용하는 지하철요금 1250원은 아깝지만 유명한 디저트카페의 7000원짜리 티라미수 케이크는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나를 위한 보상으로 선택한다는 B씨.

요즘 젊은층은 문화를 향유하며 자란 세대다. 드라마나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하고 다양한 취미생활로 직접 문화를 즐긴다. 따라서 삶이 아무리 팍팍하고 힘들어도 문화생활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아끼면서도 한 분야에는 큰 소비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를 하는 젊은 세대를 일컬어 ‘포미(FOR ME)’족이라고 부른다. 포미족은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영어 알파벳 앞 글자를 딴 용어다. 여가나 더 편한 생활을 위해 고가의 소비를 하는 건강한 싱글족을 말한다.


포미족은 돈을 아낄 때도 그 방식이 어른 세대와 다르다. 어른 세대가 돈을 쓰지 않고 일에만 열중하면서 자식을 기르고 생활을 영위하는 반면 포미족은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돈을 절약한다. 예컨대 고급방향제 ‘디퓨저’를 사용하고 싶을 때는 돈을 들여 디퓨저를 구매하는 대신 직접 재료를 사서 저렴하게 만드는 걸 택하는 식이다.

[시시콜콜] '점심은 대충, 커피는 고급'인 젊은이들

이런 방식의 절약이 곧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라는 가치소비 문화를 만들었다. 여러 분야 중 각자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선 작은 사치를 부리는 것이다. 좋은 좌석일 경우 표 한장에 10만원을 호가하는 뮤지컬 관람이 어떤 사람에겐 1년에 한번도 부리기 힘든 사치지만 뮤지컬 애호가에겐 다르다. 그들은 다른 소비를 줄여서라도 뮤지컬을 관람하며 힘들게 일한 자신에게 보상을 준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일 경우 자신의 상황에 맞춰 여행에 작은 사치를 부린다. 해외여행 한번 갈 돈을 모아 국내여행을 자주 즐긴다거나 유럽·미국 등 장거리여행 대신 시간과 비용 면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단거리여행을 자주 즐기는 식이다. 심지어는 집을 사거나 결혼자금 등으로 큰 돈을 모으는 대신 세계일주에 가치를 두고 나만의 사치를 부리는 사람도 늘었다.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 문화는 요즘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의 씁쓸한 단면을 엿보게 한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서울에서 집 한채를 사기 힘들다. 따라서 부모세대처럼 돈을 쓰지 않고 모으는 것보단 각자가 중시하는 가치에 현명한 소비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어차피 문화생활을 참아가며 돈을 절약해도 크게 나아질 것 없는 현실에 씁쓸해하는 대신 여행을 즐기고 마사지를 받는 등 취미생활에 소비하는 것이다.


◆장기불황에 가치지향소비 뜬다

NH투자증권이 ‘한국이 닮아가는 일본의 소비패턴 변화’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한국은 경제가 부흥하던 버블경제기로 서로가 소비의 기준이 돼 남이 사는 걸 따라 사는 소비가 이뤄졌다. 1990년대에는 급격한 성장의 반대급부로 버블이 한번에 터졌고 불황기 소비의 전형적인 형태인 저렴한 가격이 가장 중요한 소비기준이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기가 조금씩 회복을 보였지만 이전과 같은 대단한 경제성장률은 기대하기 힘든, 장기불황에 적응한 사람들이 실속과 실용을 중시하는 소비를 추구했다. 인터넷 등에서 철저하게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평가를 탐색한 후 소비하는 패턴으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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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부터는 장기불황이 세계적으로 더욱 가시화됐고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무작정 절약하는 소비도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어차피 집 한채 장만할 수 없다면, 혹은 집 한채를 장만하는 게 자신에게 큰 가치를 주지 않는다면 그 비용을 삶의 만족을 위한 소비로 돌리는 것이다. 즉, 가치지향소비가 뜨고 있다.

가치지향소비란 자신에게 큰 가치를 주는 분야에 대해서는 그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취미생활로 향유하는 소비패턴이다. 이런 포미족의 증가추세를 투자의 관점에서 일반화하기란 쉽지 않다. 나만의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패턴이어서 특정한 업종이나 테마로 분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업계가 일반적으로 관심을 갖는 분야 몇가지만 소개한다.


종목을 특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남성의 소비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결혼이나 연애보다는 싱글로서의 삶을 중시하는 남성이 늘면서 남성의류와 액세서리는 물론 남성화장품의 매출 증가가 뚜렷하다. 롯데·현대백화점 등은 남성전문관을 잇따라 확대개편했고 소셜커머스도 같은 추세를 보였다. 백화점카드 회원기준 매출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독무대였으나 최근에는 남성이 40%를 웃도는 경우가 많다. 2010년 이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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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만이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NH투자증권은 더 구체적으로 포미족을 다룬 바 있다. 나를 위한 작은 소비관련주로 공연, 게임. 여행, 교육, 고급레스토랑 등을 꼽았다. CJ E&M, 인터파크, 알톤스포츠, 하나투어, 신세계푸드 등을 해당 종목으로 소개했음은 참고할 만하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