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미국이나 영국, 두바이로 떠나지 않아도 된다. 대한민국에도 생겼다. 전세계 쇼핑족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인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영국의 박싱데이(Boxing Day), 두바이의 쇼핑페스티벌(DSF)과 비슷한 ‘빅 세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열렸다. 이름하여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다.

국내 소비진작을 위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형식을 벤치마킹한 이 행사에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인, 전세계 관련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아무리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고 해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머니위크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빅 세일에 대해 알아보고 어떤 부분이 우리와 다른지 살펴봤다.

◆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넘어 축제 되다


전세계 쇼핑족의 부러움을 사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어떻게 진행될까. 사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보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행사를 진행하는 노하우와 서비스, 참여하는 업체의 양과 규모, 할인율 등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단순한 세일행사가 아니다. 하나의 문화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주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이 시기에 미국 국민들은 돈을 쓰기 위해 3일 전부터 쇼핑센터 앞에서 줄을 선다. 흡사 우리나라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2년마다 여는 콘서트를 보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과 비슷한 풍경이 연출되는 것이다.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미국인들이 이렇게 줄을 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는 유통업체들이 단순한 쇼핑이 아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쇼핑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대표적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의 경우 각 매장마다 선착순 30명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 전단지를 나눠주고 추가할인을 적용한다.

스포츠전문매장인 스포츠오소리티는 선착순 80명에게 5~100달러 사이의 즉석복권과 같은 보너스 쿠폰을 나눠준다. 이때 쿠폰을 받은 사람이 쿠폰을 긁으며 지르는 환호성을 들으면 마치 스포츠경기장을 방문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처럼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단순히 가격만을 싸게 파는 행사가 아니다. 대형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고객감동서비스가 동반된다. 따라서 고객들을 꼭 쇼핑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만든다. 우리나라처럼 정부의 주도로 어쩔 수 없이 참여하거나 세일기간보다 약간의 할인율을 더 적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블랙프라이데이는 참여업체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압도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킨토시 시리즈,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유명한 애플의 참여다. 애플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할인행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미국의 젊은이들은 블랙프라이데이 시기만 되면 애플매장을 둘러싸고 기다린다.

명품 패션의류업체로 유명한 페라가모와 구찌 등도 이 기간에는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실시한다. 따라서 명품소비에 인색한 미국인들조차 지갑을 열고 밤을 지새우며 이들 매장이 문을 열기를 기다린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참여업체가 제공하는 물량도 어마어마하다. 이는 이미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TV시장 세계 1·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제공하는 정확한 물량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 기간 동안 미국 내 쇼핑센터를 거닐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큰 TV를 짊어 매고 다니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 영국 박싱데이, 1년에 딱 하루 ‘빅 세일’

영국의 박싱데이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서는 최대 쇼핑행사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26일 열리며 크리스마스와 함께 연휴로 정해져 있다.

과거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기부하는 날이었다. 이 영향 때문인지 박싱데이의 가장 큰 특징은 각 기업과 유통업체들이 한해 동안 팔고 남은 재고를 어마어마한 할인율을 적용해 떨이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1년에 딱 하루뿐인 12월26일 영국의 거리는 텅 비지만 쇼핑몰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붐빈다. 이날이 되면 쇼핑매장 앞에는 문을 열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길게는 하루 전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다. 이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 버금갈 정도다. 할인율은 품목에 따라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90%로 차이가 있다.

◆ 두바이 쇼핑페스티벌, 명품쇼핑의 천국

빅 세일 얘기를 할 때 두바이도 빼놓을 수 없다. 아라비아반도 끝 부분에 위치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토후국(부족의 실력자가 지배하는 국가) 중 하나인 이곳은 인구가 150만명에 불과한 부족국가다.

하지만 두바이는 쇼핑에 있어 절대 강국이다. 특히 고가 명품쇼핑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두바이에 세워진 건물만 자세히 봐도 알 수 있다. 신경을 써서 지은 건물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롤렉스, 오메가, 보메 메르시에 등 사치품브랜드의 벽시계가 걸려 있다.

벽시계가 롤렉스라면 부자들은 어떤 시계를 손목에 찰까. 쇼핑몰에 가면 파텍필립, 브레게 등의 고급 시계매장이 즐비하다. 1대당 1500만원이 넘는 휴대전화를 파는 베르투(VERTU) 매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쇼핑몰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축구장 50개 크기와 맞먹는 세계 최대규모의 쇼핑센터 두바이몰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실내스키장과 짝을 이룬 에미리트몰, 이집트 피라미드를 형상화한 와피몰 등이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쇼핑몰들은 UAE 각 지역에서 온 쇼핑객뿐 아니라 유럽인 관광객, 두바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가족 단위 쇼핑객이 많은 게 두바이 쇼핑몰의 특징이다.

또한 두바이 공항은 2000년대 이후 리노베이션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면세점을 개장했다. 부가세를 완전히 면제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두바이정부가 지난 1996년 소매업 진흥을 위해 시작한 7~8월과 1월 등 연간 2차례 진행하는 ‘두바이 쇼핑페스티벌’은 전세계 명품 쇼핑객의 발길을 움직이게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