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로서 김치의 우수성과 자랑스런 김치문화를 전세계에 전파하고 싶어요.”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공방거리 내 한옥마을에는 국내 ‘김치명인 1호’에게서 김치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 김치의 역사부터 최고의 김치맛을 내는 비법까지. 김치의 모든 것을 다루는, 이름하여 ‘김치테마파크’다. 이곳은 지난 2012년 김치교육훈련기관 1호로 선정된 이후 경기관광공사가 선정하는 ‘가볼 만한 곳’에 등장할 만큼 체험학습장으로도, 문화관광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 김치 담그는 법을 알려주는 곳은 많지만 테마파크가 유명해진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이사(61)가 직접 명인의 김치비법을 전수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김순자 대표를 만나 60년, 그의 김치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제공=김치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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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동반자, 김치와의 인연

“할머니, 어머니의 뒤를 쫓아다니며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고 연구하는 게 생활이었어요. 소꿉놀이를 하거나 수학여행을 가는 것보다 부엌에서 김치를 만드는 게 더 좋았을 정도니까요. 특히 김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제 특이체질 때문이에요. 알레르기가 심해 대부분의 음식을 먹기가 어려웠는데 김치는 먹으면 속이 편하더라고요.”

김치가 그의 인생 동반자가 된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다. 충남 당진에서 2남4녀 중 둘째딸로 태어난 김 대표는 솜씨 좋은 할머니와 어머니 밑에서 김치를 배웠다. 종갓집에 대가족이다 보니 김장철마다 담그는 김치의 가짓수가 15종류, 이중 배추김치만 300~500포기에 달했다. 몇날 며칠 김치 담그는 법을 보고, 또 따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김치 담그는 법을 익혔다. 성인이 된 후에는 이미 주변에서 맛있는 김치를 담그는 것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난 1986년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치사업에 뛰어들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30년 전 김치의 세계화를 목적으로 이 사업(한성식품)을 시작했어요. 1985년 한 호텔 레스토랑에 들렀다가 김치맛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는 외국인의 사연을 들었어요. 한국을 방문했다가 맛없는 김치를 먹고 가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들에게 제대로 된 김치맛을 보여준다면 어떨까. 한국김치가 맛있어서 또 찾아온다면 그게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우리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사업은 쉽지 않았다. 김치의 맛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충남지역의 특색으로 버무린 김치가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냉정한 평가를 받은 것.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불과 1~2년 만에 모두가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표준화된 김순자표 김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전통방식을 이어나간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7년에는 전통식품 명인 29호이자 김치명인 1호에 국내 최초로 선정됐다.


“제가 명인이 된 이후로 올해에만 2명의 김치명인이 추가로 지정돼 현재 총 4명입니다. 사실 김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담글 수 있기 때문에 명인이라고 인정받을 길이 요원했어요. 그 길을 만든 선구자라는 측면에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1호로서 다른 명인한테 귀감이 되도록 반듯하게 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김치 세계화 앞장설 것”

김 대표의 사명감은 김치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국내외에 김치의 위대함을 전파하는 데 있다. 그의 계획은 지난 2012년 3월 경기도 부천시 한옥마을 내 문을 연 '김순자 명인 김치테마파크'에서부터 시작한다.


“김치는 우리나라 외에는 없잖아요.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창작품인 만큼 정확하게 후대자손에게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월이 변하고 환경이 바뀌면서 김치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김치의 기본은 그대로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집어넣어 입맛에 맞으면 된다? 전 그것은 김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먹은 후 탈이 없고 몸까지 생각하는 건강한 김
/사진제공=김치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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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유전자가 기억하는 김치’가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그의 최종목표 역시 ‘김치의 세계화’다. 양 어깨에 한성식품의 대표와 김치명인 1호를 지고 있는 김 대표. 현지공장을 신설해 김치를 전파하고 국내에서는 김치전문학교를 설립해 현지유학 등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게 꿈이다.
/사진제공=김치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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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요. 사업가로서의 바람은 한국식 김치를 현지인에게 빠르게 전파하기 위해서 미국·중국 등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에요. 또 국내에 김치전문학교가 없어 김치를 계승 발전시키는 데 무리가 있더라고요. 평생교육이 가능한 전문학교가 필요합니다. 참다운 김치를 알릴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꿈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