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인 자동차주. 이대로 무난히 하반기를 보내나 싶었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과 일본을 주축으로 한 12개국의 경제공동체인 TPP에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않은 것.

이에 따라 TPP에 가입한 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형국이 됐다. 그 중 대표적 수출주인 자동차 관련업종에 대해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자동차업종이 받는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 TPP 가입하든 안 하든 일본과 ‘경쟁’

지난 2008년부터 진행된 TPP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로써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전세계의 약 40%, 무역액 규모는 25%가량을 차지하는 거대경제공동체가 생긴 셈이다.


미국·일본·호주·브루나이·캐나다·칠레·말레이시아·멕시코·뉴질랜드·페루·싱가포르·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이 경제공동체는 각 업종별 관세철폐 대상을 조율하는 데만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의견대립이 길었던 만큼 합의된 사항은 각국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이익이 반영됐다는 것은 최소한 이 국가들끼리 교역하는 틈에서 우리나라가 상대적 열위에 위치할 수밖에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경기도 평택항 동부두 수출 야적장에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스1 김영진 기자
경기도 평택항 동부두 수출 야적장에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스1 김영진 기자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자동차의 경우 불리함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TPP 합의에 따르면 자동차의 경우 부품의 55% 이상을 역내에서 조달하면 수출 시 관세를 철폐해준다. 이로 인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본산 자동차의 80% 가까운 물량에 대한 수입관세(2.5%)가 TPP 발효 즉시 폐지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와 무역경쟁관계인 일본의 관세폐지는 상대적으로 국산자동차에 비해 일본자동차가 가격경쟁력을 갖게 해주는 요인이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부랴부랴 TPP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한 12개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모두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상황에서 TPP에 가입할 경우 다른 국가에 대한 혜택은 적고 일본과의 FTA를 맺는 효과만 생기기 때문이다. 일본산 자동차와 부품 등이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에 들어와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7일 발표한 TPP 가입 시 업종별 영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의 경우 TPP 가입 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으로의 수출에서 현행 수출관세(20~80%)가 폐지되면서 수출확대가 기대된다. 반면 일본에 대한 관세(8%)가 철폐되면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일본산 자동차 수입이 늘게 된다.


최근 독일산 디젤차 배기가스 파동으로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상황에서 섣불리 우리나라가 관세를 철폐할 경우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자동차부품도 마찬가지. 품질이 우수한 일본산 부품이 싼값에 쏟아져 들어올 경우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TOCK] 자동차주 'TPP 장애물' 돌파할까
◆ 영향 미약, 환율 효과에 ‘주목’


TPP 체결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일 주식시장에서는 자동차 관련주들의 하락이 줄을 이었다. 코스피시장에서 완성차와 자동차부품주가 포진된 운송장비업종지수는 이날 2.24%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차와 기아차도 장중 5% 넘게 빠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시장참여자들도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TPP에 가입하지 않은 국내 상황이 자동차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바라본 모양새다.


전문가들 역시 TPP가 국내 자동차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그 영향이 크지 않고 완성차시장보다는 중간재인 부품주가 다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승재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부터 국산 자동차도 미국에 대해 2.5%의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국내 완성차의 경우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의 경우 30년간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어서 아직 국내 업체가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국내산 부품도 완성차와 마찬가지로 내년부터 미국에 대해 2.5%의 관세가 철폐되지만 일본산 부품 역시 TPP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경쟁 우위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며 “특히 부품의 경우 완성차보다 1~2%의 가격변화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이 다소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TPP 타결이 단기적으로는 자동차업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업체의 현지생산비중 확대로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업체의 미국 현지생산비중은 평균 83%로 한국업체의 48%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수입관세 하락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각국의 경제블록화 참여나 완성차업체의 현지생산비중 확대, 자동차업체의 기술력·품질 등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제품가격차이도 줄기 때문에 외부변수인 환율이 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 금리인상 시그널을 계속 보내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차의 매출액 시장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21조62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날 전망이고 영업이익은 1조577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TPP 체결 후 현대차를 분석한 7개 증권사의 목표주가 평균값은 18만7000원 수준으로 지난 7일 기준 16만500원보다 16%가량의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