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딸을 아내와 함께 사이판으로 유학 보내고 2년째 혼자 한국에서 생활하는 기러기아빠 A씨는 주말을 이용해 종종 사이판으로 향한다. 유학 초기만 해도 아시아나항공 단독노선이어서 해당 항공사를 이용했지만 지난해 10월 제주항공이 취항한 이후에는 5차례 방문 중 4차례를 제주항공을 이용했다.

#일본 출장이 잦은 중소 무역회사 B사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출장에 필요한 항공편을 모두 대한항공으로 잡았다. LCC보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단거리 노선이다보니 가격차가 크지 않고 대한항공의 상용기업 우대제도를 통해 마일리지를 이중으로 적립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일본 출장 시 대부분 제주항공을 이용한다. 이 역시 기업우대서비스를 통해 추가할인을 받을 수 있게 돼서다.


저가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의 먹거리를 시나브로 앗아가고 있다. 단순한 가격경쟁에 그치지 않고 FSC보다 다양한 노선을 시장에 공급하고 독자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등 다방면에서 펼쳐지는 LCC의 공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진에어. /사진제공=진에어
진에어. /사진제공=진에어

◆단독노선 침범하는 LCC

항공사에 ‘단독취항’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경유 등의 선택지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의 독점이기 때문에 가격에 따른 수요변동성이 적고 한국인의 여행지를 ‘개발’하는 측면이 커 관계사를 통한 다각적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LCC가 출현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마음만 먹으면 특정지역에 단독취항이 가능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를 엄선해 취항하면 이 지역은 자연스레 유행 관광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외국항공사의 경우에는 자국의 대형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노선을 보유하더라도 해당 관광지 인근 공항에서 인천공항에 닿는 직항노선을 취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암묵적으로 서로의 단독노선을 침범하지 않고 ‘알짜 수익’을 거둬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괌과 사이판이다. 대한항공은 인천-괌 노선을 단독운항 해왔고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사이판 노선을 독점해왔다.


하지만 LCC들의 도전으로 괌과 사이판 노선에서 FSC의 독점은 끝났다. 괌 노선에는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를 비롯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뛰어들어 무한경쟁 시대를 열었고 사이판 노선을 두고는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경쟁을 펼친다.

FSC의 단독노선에 LCC들이 뛰어들면서 해당지역의 전체 관광수요는 크게 늘었다. LCC의 도입이 단순히 FSC의 먹거리를 뺏는데서 그치지 않고 시장 자체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인천발 단독취항 노선은 몽골 울란바토르, 사우디아라비아 리하드, 인도 뭄바이, 일본 가고시마 등이고 아시아나항공은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와 사할린, 인도 뉴델리, 일본 히로시마, 난징, 청두, 옌청 등이 있는데 항공업계에서는 이 노선보다 현재 LCC가 보유한 독점노선이 ‘알짜배기’라는 시각이 많다.

현재 진에어의 경우 제주-상하이 노선을 단독으로 취항하는데 이 노선은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 승객 대부분을 차지한다. 80~90%의 탑승률을 꾸준히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의 경우 부산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해외노선을 많이 보유해 단독 노선이 많다. 부산발 대만 가오슝, 마카오, 캄보디아 씨엠립, 중국 시안·장자제, 베트남 다낭 등의 노선을 단독으로 취항하는데 탑승률이 높아 최근 다른 LCC뿐 아니라 FSC도 지역항공을 이용한 해외노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에어부산. /사진제공=에어부산
에어부산. /사진제공=에어부산
제주항공. /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항공. /사진제공=제주항공

◆기업고객 잡고 서비스 확장


LCC의 사업확장은 노선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FSC에 충성도가 높은 기업단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사업영역을 여행 등 항공을 연계한 관련 산업으로 넓히고 있다.

국내 LCC들은 기업고객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취항시간 및 신뢰도, 마일리지 등을 이유로 FSC 이용률이 여전히 높은 비즈니스 수요를 가격경쟁력으로 끌어온다는 전략인데 에어부산은 업계 최초로 기업우대 프로그램을 도입해 1만4000개 이상의 기업회원을 보유 중이며 가입사 임직원들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항공도 지난 6월 기업우대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선은 최대 9000원, 국제선은 최대 2만5000원의 추가 할인해주고 법인은 물론 임직원과 그 가족에게도 혜택을 제공한다.

진에어는 국내선만을 대상으로 10%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전년 실적에 따라 최대 20%까지 할인이 가능하며, 해당 기업 근무하는 고객의 직계가족들까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이전까지 FSC들이 해오던 연계사업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단순히 여객을 실어 나르는 운송 사업에 그치지 않고 항공과 연계되는 여행·호텔·렌터카 등의 사업을 아우르려는 움직임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호텔업과 일반여행업, 관광호텔업 및 관광숙박업, 크루즈운영 및 부대사업, 보험대리점업 등 기존 항공사업과 시너지가 가능한 여행 관련 사업목적을 대거 추가했다. 이어 이달 9일 여행에 필요한 항공권은 물론 숙박과 관광지 할인, 렌터카, 해외 와이파이 등을 홈페이지에서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모회사인 애경이 가지고 있는 AK백화점과도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은 내달부터 홈페이지에 ‘플라이&팩’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고객이 해외현지 호텔과 리조트, 여행상품, 렌터카 등을 한번에 예약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으로 국내 항공사에선 처음 시도되는 연계 상품이다.

진에어는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한진렌트카와 칼호텔네트워크 등을 활용한 연계영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 이스타항공도 청주공항 부근에 호텔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