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정수리비용 얼마예요?” 김모씨(30)는 오늘도 견적문의에 정신이 없다. 그는 올해 초 액정파손으로 ‘아이폰6’를 수리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부주의로 스마트폰을 또 떨어뜨리고 말았다. 후속작 ‘아이폰6S’가 나오면 수리비가 떨어진다는 소문을 들은 김씨. 불편함을 감수하고 10월 말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이폰6S가 출시됐지만 가격은 오히려 한달 전보다 비싸졌다. 전화로 가격을 확정 짓고 가도 막상 방문해 신용카드를 내밀면 현금결제밖에 되지 않는다며 부가세 등 별도금액을 요구한다. 이러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닐까.
#.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나.” 지난 7월 아이폰6 액정을 수리한 오모씨(28)가 불과 2주 만에 다시 사설수리업체를 찾았다. 휴대폰을 떨어뜨리지도 않았는데 액정이 들떠 터치가 작동되지 않았던 것. 황당한 오씨는 수리업체를 찾아가 따졌지만 ‘업체의 잘못이 아니다’며 환불을 받지 못했다. 이후 또다른 업체를 찾아간 오씨. 그는 그곳에서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중국에서 생산된 가품(가짜액정)으로 재수리를 해야 한다는 것. 그는 13만원에 또 13만원을 지불하고 나서야 멀쩡한 휴대폰을 쓸 수 있게 됐다.
서울시내 한 애플 판매점.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공인서비스센터냐, 사설수리업체냐. 애플 이용자라면 한번쯤 고민해봤을 문제다. 특히 휴대폰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용자라면 갈림길에서 한참을 고민하기 마련.
누구나 제조사가 권장하는 공인서비스센터를 이용하기 원하지만 사설업체에 비해 수리비용이 비싸고, 기간마저 최소 1주일 이상이 소요된다. 이 사이 거리마다 늘어선 사설업체가 당신을 유혹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면서도 한시간 내에 액정 교체를 완료하기 때문에 즐겨 찾는 이용자가 많다.
문제는 업체별로 상이한 수리비용, 카드 사각지대, 가품을 정품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등의 행위로 사례에 나온 김씨와 오씨처럼 불만을 호소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것이다.
/사진=머니위크 정채희 기자
◆업체별 제각각, 공인서비스 못받아
지난 10월20일 기준 유베이스, 동부대우전자서비스, 피치밸리, KMUG, 올레AS센터(KT) 등 애플 공인서비스센터의 아이폰6 액정 수리비용은 17만6000원이다. 이는 지난 9월 중순 16만9000원에서 7000원 오른 것이다. 애플 측은 비용 상승에 대해 “환율이 오르면서 부득이하게 수리비용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아이폰6S 등 후속작이 출시되면 전작의 액정수리비용이 떨어질 것이란 이용자의 기대치가 무산된 것이다. 공인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액정수리비용은 환율, 원자재 값과 관련이 있다”며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것이지 출시시기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기간 사설수리업체의 수리비용은 얼마였을까. 동일한 기준으로 서울과 경기, 부산지역 등 전국의 사설수리업체 20여곳에 견적을 문의한 결과 업체별로 최저 9만원에서 최고 16만원을 불렀다. 액정상태에 따라 심한 파손이나 터치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해당비용에서 2만~3만원이 추가됐다.
최저가를 부른 A사는 “LCD는 정품이지만 유리는 다시 제조된 것”이라며 “터치나 작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품은 없냐는 말에 “14만원”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폰 수리에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B사는 정품여부를 묻자 “정품과 동일한 품질의 액정”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들은 "애플이 인정한 공인서비스센터가 아닌 곳에서 수리를 받으면 이후에는 공인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애플의 사후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카드 사각지대, 현금영수증 NO
‘카드 사각지대’도 문제다. 20곳의 사설수리업체 중 서울과 경기권의 5곳을 방문했다. 이들 업체 모두 현금결제만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전화문의 시 ‘현금가’라는 말을 안내한 곳도 있었지만 방문하고 나서야 이를 고지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결제금액의 10%를 부가세로 추가지불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뿐일까. 현금결제를 종용했지만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되는 곳도 태반이다. 14만원을 부른 업체 한 관계자는 “제품 매입가가 16만원이다. 공임비 빼고 나면 남는 장사가 아니다”고 사정을 호소했다. 매입가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
서울시내 한 사설수리점.
국세청 관계자는 “이는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에 해당한다”며 “소비자가 현금영수증을 요청했는데 거부했다면 신고대상에 속한다”고 말했다. 단 현금영수증 요청 시 사업자는 부가세가 붙은 정상금액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이 관계자는 “소비자는 싸게, 사업자는 매출을 누락해 소득세를 안냄으로써 일종의 합의를 한 것”이라며 “현금가와 신용카드가가 다른 것은 단속대상”이라고 양측 모두에 주의를 요구했다.
수리비용이나 기간 때문에 사설수리업체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마지막 찝찝함이 남는다. 재생액정과 가품 등이 그것. 전문가들은 “가품으로 액정 수리 시 추후 리퍼폰으로 보상받을 수 없을뿐더러 수리의 기술적인 문제도 보장할 수 없다”며 “파손보험에 가입하고 제조사가 인증한 곳에서 수리를 받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