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회장님들의 기부'를 바라보는 시선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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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서 열린 '청년희망재단 현판식' 행사장.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
두 회장의 기부 이후 재벌총수들의 기부행보는 탄력을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0억원, 구본문 LG그룹 회장 7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00억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30억원을 각각 기부했다.
여느 때처럼 재계 서열 순으로 기부금 규모가 정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신동빈 회장의 경우 재계 4위인 LG그룹의 구본무 회장보다 30억원을 더 기부했다. 경영권분쟁으로 인해 깎여진 롯데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재벌총수들이 릴레이식 동참에 나선 청년희망펀드는 지난 9월15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성된 펀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하고 직접 기부를 한 이후 일부 기업오너의 경우 개인돈을 털어 펀드에 넣을 만큼 적극성을 띄며 그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모아진 펀드기금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쓰인다는 목적에 비춰볼 때 훈훈한 얘기인 것은 분명한 사실. 다만 이 시점에서 재벌총수들의 기부행보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청년실업의 아픔을 헤아린 기부가 아닌 정부의 눈치, 혹은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맞물린 '대가성 기부'라는 뒷말까지 나온다.
◆ 면세점 출사표 던진 4사, 경쟁하듯 ‘쾌척’
무엇보다 롯데, SK, 신세계, 두산 등 이른바 ‘면세점 4국지’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들의 청년희망펀드 참여를 보는 시선이 가장 곱지 않다.
지난 5일 두산그룹은 박용만 회장이 개인재산 30억원을, 임원진은 5억원을 내 총 35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 회장은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설립을 위해서도 사재 100억원을 출연했다. 동대문 상권 활성화와 동대문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신동빈 회장 역시 청년희망펀드에 1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것과 별개로 롯데면세점 비전 선포식을 통해 ‘상생 2020’을 발표, 오는 2020년까지 5년 동안 총 15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개인재산 60억원, SK 사장단과 임원진은 40억원 등 모두 10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한다. 신세계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이 별도로 청년희망펀드 기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사회공헌과 상생에 힘을 실은 면세점을 내세우며 관련 비용으로 5년간 총 2700억원을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치 '착한 기업', '착한 총수' 경쟁이라도 하듯 면세점 입찰 경쟁에 뛰어든 이들 4개 업체는 총 76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면세점사업자 선정기준에 있어 사회기여 관련 점수가 평가점수 1000점 중 최대 450점까지 차지하는 것과 전혀 무관해 보이지 않는 행보다.
◆ 이준용 회장, 전재산 2000억 기부
지난 8월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자신의 전 재산을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통일나눔펀드에 통일운동을 위한 기금으로 써달라며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명예회장이 내놓은 개인 재산은 대림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포함한 대림산업 관련 비공개 주식 등 2000억원 가량.
재벌총수로서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한다는 소식에 각계의 찬사가 이어졌다. 김석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사재 2000억원을 기부한 것은 우리나라 기부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성연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장 역시 “이번 이준용 명예회장의 기부는 한국 기업 풍토나 기부 문화에서 획기적인 일”이라고 치켜세웠고 최신원 SKC 회장은 “우리 기부 문화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이 명예회장은 평소에도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사회공헌 사업에 앞서왔다. 지난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 당시 피해 복구와 유가족 성금으로 20억원을 기탁했다. 당시 재계에서 가장 많은 성금을 기탁해 화제를 모았다.
사회지도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와 수준을 의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 용어는 시류를 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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