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뭘 살까'? 내가 정해 줄게
햄릿증후군 마케팅이 뜬다 / 쇼핑도 큐레이션 서비스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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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선택 과잉의 시대다. 신상품은 쏟아지고 새로운 정보는 넘쳐난다. 현대인들은 이러한 과부하 속에서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머니위크>는 이른바 ‘햄릿증후군’에 걸린 현대사회의 이면을 짚어보고 이들을 도와주는 큐레이션서비스산업의 현황을 조명해봤다. 아울러 결정장애 자가진단 및 극복법도 소개한다.
#1. 몇년 전 남편의 생일. 브랜드 지갑과 벨트를 놓고 고민하던 주부 김모씨(41)는 가장 먼저 인터넷 창에서 원하는 품목을 검색했다. 온라인 최저가는 얼마인지, 종류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사용후기까지 꼼꼼히 읽어본 뒤 최종구매를 결정했다. 상품 검색부터 구매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안팎. 앉은 자리에서 클릭 몇번만으로 쇼핑을 끝낸 셈이다. 당시 오프라인 구매에만 의존하던 김씨에겐 ‘획기적인 일’이었다.
#2.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최근 온라인쇼핑에 재도전하던 김씨는 사뭇 달라진 풍경에 혀를 내둘렀다. 상품정보가 늘어나다 못해 다루기 힘들 정도로 넘쳐났기 때문. 온라인쇼핑몰 이곳저곳을 헤매다 보니 컴퓨터 앞에서 3~4시간을 보내는 것도 다반사다. 겨우 마음에 드는 상품을 하나 골랐는데 이번엔 가격이 제각각 달라 비교하는 데만 1시간을 더 썼다. 결국 인터넷 창을 닫은 김씨. 마음속으로 “누가 나 대신 골라줘”를 간절히 외쳤다.
과잉정보 피로감에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소비자들. 온라인쇼핑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상품정보를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은 상품과 가격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져 실제로는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다. 수많은 검색결과 앞에 ‘결정장애’ 증세를 호소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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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의 패밀리사이트 G9. /사진=뉴스1 민경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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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의 패밀리사이트 G9 |
이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큐레이션 쇼핑이다. 큐레이션이란 정보과잉시대에 의미있는 정보를 찾아 제시해주는 것을 뜻하는 말로, 이를 쇼핑에 적용해 상품과 가격에 대한 정보를 선별해서 추천해주는 형태의 쇼핑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소셜커머스를 꼽을 수 있다.
여행용 캐리어가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 단어를 검색하면 여행용품쇼핑몰부터 개인판매자가 올린 모든 상품정보가 동시에 검색돼 약 45만건에 이르는 상품정보가 줄줄이 나열된다.
반면 소셜커머스 내에서는 일종의 편집자가 개입해 적절한 가격, 적당한 상품을 선별해 제시한다. 판매기간도 한정적인 데다 공동구매 형태로 이뤄져 가격도 일반쇼핑몰보다 저렴하다. 수십만건의 상품을 일일이 비교할 필요 없이 구매를 할지 말지만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쇼핑환경은 더욱 큐레이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G마켓은 큐레이션 쇼핑사이트인 G9(지구)를 운영 중이다. G9는 카테고리별 상품담당자들이 엄선한 제품을 매일 오전 9시와 저녁 5시에 선보인다. 오픈 당시에는 평일에만 새로운 상품을 판매했지만 지금은 주말에도 새 상품을 선보이는 ‘주말딜’을 진행 중이다. 주말에는 주로 즉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커피, 치킨, 피자 등 e쿠폰을 중심으로 구성해 할인가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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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모바일 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앱 상단에 ‘백화점·몰’ 탭을 추가하고 백화점을 포함한 6개 대형유통업체의 750여개 브랜드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해당 탭에서는 롯데백화점·롯데닷컴·홈플러스·AK플라자·갤러리아 등 각 전문관에 따른 상품을 볼 수 있다. 브랜드별 검색과 상품키워드에 따른 검색도 가능하다. 해외직구상품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해외직구’ 탭도 신설했다.
모바일에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G9의 모바일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모바일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0% 늘었고 현재도 모바일쇼핑 비중이 70%를 상회한다.
이에 질세라 SK플래닛의 11번가는 기존 쇼킹딜에서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한 ‘쇼킹딜 11시’를 선보였다. 상품 수를 대폭 줄여 노출상품 집중도를 강화했고 MD 등 전문가들이 제품을 직접 골라 선보이며 소비자의 쇼핑 피로도를 낮췄다.
또 목적성이 뚜렷한 소비패턴을 고려해 상품군별로 카테고리를 배열했다. ‘쇼킹딜’은 10월 거래액이 지난 1월 대비 3.3배 증가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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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삼시세끼 전세계 청소기 기획전'.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
◆ 단순 ‘추천’ 넘어 ‘정기배달’까지
매월 일정액을 내면 전문업체가 알아서 배달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정기구독형 쇼핑)도 큐레이션 쇼핑과 맥을 같이한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 서비스는 국내에선 아직 초기단계지만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필요한 유아용품, 건강식품, 애견용품 등이 대표적인 품목. 최근에는 뷰티나 패션, 푸드, 꽃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뷰티큐레이션업체인 미미박스는 뷰티전문가들이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뷰티제품을 골라 소비자에게 추천해준다. 사용자들이 구독가입 시 작성한 프로필과 테마에 따라 맞춤형 상품박스를 정기적으로 배송해줘 여성소비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큐레이션 바이박스는 전문큐레이터가 직접 선택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큐레이터가 특정 주제에 맞게 구성한 ‘스페셜 세트박스’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클러치, 액세서리, 스카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소품으로 구성된 박스들은 출시될 때마다 매진사례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에 진을 빼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출퇴근길에도 실시간으로 새로운 ‘딜’을 확인하고 필요한 품목을 정기적으로 배송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앞으로도 쇼핑환경은 결정증후군에 시달리는 소비자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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