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1일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잔치가 벌어졌다. 코레일이 ‘2015 황금마차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철도안전상’과 ‘최고의 철도기업상’을 받고, 최연혜 코레일 사장(60)이 개인부문 ‘최고의 CEO상’을 수상한 것이다.


황금마차상은 러시아 의회가 철도·항공·도로·해운 등 교통산업 발전에 공헌한 기업 및 개인에게 34개 부문에 걸쳐 시상하는 교통분야 유일의 국제상이다. 코레일이 3개 부문을 수상한 것은 공사 출범 11년 만에 처음이다.

대대적으로 자축할 만한 일이지만 국내 반응은 오히려 시큰둥하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열차사고로 안전불감증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받은 최고의 안전상도 그렇고 부채만 15조원에 이르는 코레일에게 최고의 기업상을 줬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아서다. 특히 ‘철새 정치인’과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최 사장이 최고의 CEO상을 받았다는 점도 의외라는 평가다.

◆ “내실 없이 개인 치적만 쌓는 CEO”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CEO상’을 수상한 최 사장에 대해 여러 말들이 나온다.

기자와 사석에서 만난 여권의 한 인사는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계속 정치권에 문을 두드리는 최 사장이 자꾸 개인 치적만 쌓으면서 겉치장을 하고 있는데 공기업 수장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로 보이지 않는다. 코레일 사장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달성하는 데 이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번에 CEO상도 받았으니 딴생각 말고 CEO로서 코레일 발전에 힘써줬으면 좋겠다.”


그가 이런 말을 던진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 사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출마 가능성과 관련 “공직자는 임명권자의 의사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박근혜 대통령이 불러준다면 총선에 나서겠다는 최 사장의 의중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한다.

더욱이 코레일 내부에서는 최 사장의 사퇴가 임박했다는 소문도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코레일 관계자들은 최 사장이 총선에 나설 경우 대전지역 출마가 유력할 것으로 본다.

/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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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사장이 이전 정권의 실적을 가로채 황금마차상을 수상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러시아 의회 측이 인정한 공적은 지난 2007년부터 진행됐는데 최 사장이 자신의 업적인양 홍보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당시부터 남북철도추진사업을 지켜봤던 야권의 한 인사는 “지난 2007년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을 위해 남북철도 연결을 성사시켰고 이를 발판삼아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등 아시아횡단철도 시대도 바라볼 수 있게 준비를 해왔던 것을 마치 자기가 다 준비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철도안전상’ 수상 이틀 뒤 또 ‘사고’

코레일은 ‘최고의 철도안전상’을 받은 직후 사망사고가 일어나 민망한 상황에 처했다. 지난 11월13일 경부선 선로에서 작업하던 직원 2명이 KTX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앞서 지난 7월30일에도 이번 사고와 비슷한 사고로 직원 1명이 사망한 뒤여서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 날 서울역에서 만난 한 시민은 “코레일이 언제부터 그렇게 안전하게 철도를 운행했냐”며 의아해 했다. 또다른 시민 역시 “코레일이 그냥 자진해서 상을 반납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이번 사고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면 무슨 망신이냐”고 지적했다.

이렇듯 국민들이 코레일의 안전에 불신을 표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열차 브레이크 고장으로 승객 300여명이 갇히고 전기 공급이 끊어져 역주행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올해에만 무려 72건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5년간 코레일 열차고장건수는 연평균 140건이 넘는다. 일수로 환산하면 2~3일에 1번꼴이다. 지난해 고장으로 열차운행이 지연된 시간만 4752분, 80시간 가까이 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열차나 선로 유지·보수에 소홀한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코레일의 운행구간은 계속 느는데 반해 정비인력은 지난 2009년 6500여명에서 지난해 5600여명으로 줄었다.

◆ ‘최고의 철도기업상’ 근거는?

코레일이 받은 최고의 철도기업상 역시 의외라는 평가다. 금품수수, 열차위규운전, 성희롱 등 기업의 기강해이가 빚은 각종 추문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주어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 코레일 직원의 공직기강 해이로 인한 징계가 1년 새 36.2%나 급증했다.

코레일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경기 고양 덕양을)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징계받은 직원은 331명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3년 88명, 2014년 138명으로 1년 새 36.2%나 증가했고 올해 7월 말까지 105명이 적발돼 2년 전 징계받은 인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징계유형별로는 직무태만이 1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열차위규운전 52명, 품위유지의무 위반 22명, 도박 17명, 근무 전·근무 중 음주 각각 12건씩이었다. 직무태만은 2013년에 비해 두배 늘었고 향응 또는 금품을 받아 적발된 직원도 1년 7개월 동안 8명에 달했다.

이런 상황을 빗대 코레일의 한 직원은 농담인 듯 진담처럼 이렇게 말했다. “사실 코레일에 다니는 직원 입장에서는 최고의 직장 아닌가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