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탄생한 지 어느덧 2020년이 돼 간다. A.D. 2016년을 앞둔 시점에 2020년이라고 한 이유는 마태오복음서에 예수가 태어난 때가 헤롯대왕이 재임하던 시기로 나와 있는데 헤롯은 B.C. 4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수는 최소한 B.C. 4년이나 그 이전에 태어났을 것으로 여겨지며 학자들은 대략 B.C. 7~4년 사이로 추측한다.


예수가 태어난 날도 원래는 명확하지 않다. 복음서는 예수가 탄생한 달과 계절을 기록하지 않았다. 초기 기독교에선 동방교회가 1월6일을 예수의 탄생과 세례를 기념하는 날로 기렸고 예루살렘에서도 같은 날 예수의 탄생을 경축했다(한국컴퓨터선교회 자료).

이후 4세기 로마에서 12월25일을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결정하고 1월6일은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방문한 현현일(Epiphany)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원래 로마는 하루해가 가장 짧았다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12월25일을 ‘태양의 탄생일’로 삼아 축제를 열고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12월25일의 성탄축일이 서방교회에서 점차 동방교회로 퍼졌고 5세기 말부터 점차 예수탄생일로 기념했다. 아르메니아교회는 오늘날도 1월6일을 성탄일로 기념한다.


B.C.와 A.D.의 구분은 예수보다 약 500년 후 태어난 로마의 역사학자이자 사제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가 부활절 날짜를 계산하면서 사용한 것이 그레고리력과 율리우스력에 반영된 것이며 예수 탄생 연대의 기준으로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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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만년 전 영장류 출현

인류의 탄생시기는 언제일까. 이는 화석을 통해 밝힐 수밖에 없다.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의 연대가 밝혀진다면 최소한 그 이전에 인류가 탄생한 것이 된다.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사람’(homo)이라는 이름이 처음 붙여진, ‘도구 만드는 인간’인 호모 하빌리스의 두개골을 복원해 이것이 280만년 전 초기 인류 화석임을 밝혀냈다. 이는 인류의 직계조상인 호모의 화석 중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진 것보다 40만년 더 앞선 것이다.


화석으로 확인된 가장 오래된 생명체는 태양에너지를 사용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박테리아로 35억년 전에 살았다고 추정된다.

이후 다양한 진화과정을 거쳐 15억년 전 세포핵을 갖는 진핵생물의 출현, 6억년 전 다세포생물의 출현, 그리고 어류의 출현을 거쳐 중생대 초기인 약 1억8500만년 전에 포유류, 6000만년 전에 영장류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과학계에선 생화학·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800만년 전쯤 영장류 내에서 인류와 오랑우탄의 계통 분리가 일어났고 500만년 전에는 인류와 침팬지 사이에서 분리가 일어났음을 밝혔다.

구석기시대의 인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 하빌리스’(손을 사용한 사람)→ ‘호모 에렉투스’(곧게 선 사람)→‘호모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사람)로 진화한다. 그러나 일대일식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고 한 종에서 다양한 종으로 분리되면서 일부 종이 살아남으며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에서 많이 발견된 고인류 화석은 300만~350만년 전 화석임이 드러났으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는 새로운 종으로 분류됐다.

◆인간다움의 시작 '직립보행'

구체적인 연대는 방사선동위원소를 이용해 알아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탄자니아의 래톨리 유적에 남아있는 두발로 걸었던 발자국 화석을 통해 직립보행했음이 확인됐다.
이는 고인류학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이다. 인류의 특징이 두뇌가 크다는 점인데 큰 두뇌보다도 직립보행이 인류 진화역사에 더 먼저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최초의 인류를 찾아내는 노력은 이때부터 직립보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인류의 먼 조상이라 할 수 있지만 인류보다는 침팬지의 조상에 더 가까우며 두뇌도 침팬지 정도 크기에 불과하고 도구를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에티오피아에서 1974년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은 인류학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화석이다. 화석을 발굴하던 순간 현장에 있던 라디오에서는 비틀즈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흘러나왔고 이런 연유로 화석 이름에 ‘루시’라는 애칭이 붙었다.

이 유골은 107㎝ 키에 20세 전후 여성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화석은 일부분만 발견되는데 루시는 상당히 많은 40% 정도의 화석으로 발견, 루시의 인체 형상과 그 당시 생활모습을 추측할 수 있었다.

루시의 뼈 52점이 복원돼 여러 정보가 얻어졌다. 루시는 두개골의 용량이 작고 머리와 목 사이에 굴곡 부위가 없어 다른 선인류들처럼 외침과 억양 및 소리의 변화, 여러 몸동작 등을 통해 의사소통한 것으로 보인다. 치아구조는 두꺼운 에나멜질로 덮인 앞니가 발달해 근육조직이 강한 튼튼한 턱을 지녔음을 추측케 한다.

약 330만년 전 살았던 것으로 분석된 루시의 화석은 특히 중요한 사실을 규명한 계기가 됐다. 네발로 걷는 동물은 체중이 네 다리에 분산된다. 그러나 루시의 어깨 관절과 엉덩관절을 비교하면 상체의 어깨뼈는 크기가 작지만 하체의 엉덩관절과 무릎관절은 크기가 커 모든 체중이 두 다리에 분산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의 엄지발가락, 크고 튼튼

인간의 발가락 중 엄지발가락이 가장 크고 튼튼한데 인간이 두발로 걸어가는 과정을 보면 한쪽 다리에 가해진 체중이 최종적으로 엄지발가락까지 전해진 후 다른 쪽 다리로 체중이 옮겨지기 때문이다.

루시가 두발로 걸었다는 사실을 발표한 고인류학자 오웬 러브조이 미국 켄트주립대 교수의 1981년 사이언스 논문은 학계를 흥분시켰다. 인류의 탄생에서 머리가 먼저인지 다리가 먼저인지 오랫동안 결론 내리지 못하다가 머리가 아닌 다리에서 ‘인간다움’이 시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필자는 이런 인류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사람이 나이 들어 죽기 전까지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면 두뇌능력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병석에 누워있지 않고 두다리로 걸어 다니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했을 때 궁전에 전시된 루시 화석을 직접 보고 만지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평소 루시 화석은 에티오피아 자연사박물관에 보존돼 있고 복제품만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국빈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이기 위해 루시를 궁전으로 옮겼는데 여러 대의 차를 함께 이동시켜 어느 차에 루시가 실려 있는지 드러나지 않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찬에서 “방금 루시를 만났다. 에티오피아인, 미국인, 전세계 모든 사람이 같은 인류의 가족이고 같은 사슬에서 왔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건배사를 했다.

최근 이슬람국가(IS) 사태를 비롯해 테러, 전쟁, 무력적인 협박과 약육강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가와 종교, 정치적인 신념, 철학 및 사상과 관계없이 모든 인류의 뿌리는 하나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 무한경쟁시대라 하더라도 ‘두뇌가 얼마나 좋은지’를 따지는 것보다 두다리로 걸어 다니는 모든 이가 똑같이 축복받아야 할 인간임을 생각하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