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처한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들어서만 4번째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논란이다.

최근 연령 제한 없이 국내 사무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을 접수하는 가운데 지난해에 입사한 공채 신입사원과 23세 여직원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이에 박용만 두산 회장은 16일 오전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찬간담회 후 취재진을 만나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과 관련해) 신입사원에 대한 보호조치를 계열사에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1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인력 조정의 일환으로 지난 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국내 사무직 300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신청자 중에는 20대 사무직 직원과 갓 입사한 공채입사원 등이 포함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글로벌 경기침체, 건설기계 시장 축소 등의 여파로 매출 감소와 적자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사업 정상화를 위한 조치로 감원에 돌입한 것인데, 과연 불황의 본질적인 돌파구가 명예퇴직일까.

불황 극복, 명예퇴직·인원감축만이 해법일까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월, 9월, 11월(기술·생산직)에 총 3차례 퇴직프로그램을 실시해 각각 180명, 200명, 450명 가량이 회사를 떠났으며 이번에는 사원·대리급 직원까지 포함됐다.

두산인프라코어 내부에서는 회사가 지난해까지 매년 직원을 정기적으로 공개 채용해 왔는데 경영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해 놓고 최근 들어 대량 감원을 하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비단 두산인프라코어뿐 아니라 불황의 여파로 기업들이 경영난이 악화되면 명예퇴직부터 손대기 시작하는 것은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즉, 대다수의 기업들이 경영난 해결을 위해 인건감축부터 시작한다는 말이다.

불황에도 끄떡없는 기업이란 다소 비현실적인 말로 다가올 수 있지만 기업 자체의 차별화와 내부적인 위기 대응 역량이 갖춰져 있다면 그리 비현실적인 것만도 아니다. 또한, 불황에 따른 책임을 사원들에게 짊어지게 하진 않을 것이다. 사원 및 신입직원에게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것은 임원들의 책임경영 의지 결여라고 볼 수 있다.

명예퇴직 아닌 다른 노력하는 기업은 없나?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비슷한 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이지만 '사원 명예퇴직'이라는 두산인프라코어와 상반되는 행보를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가 걷고 있어 대비가 되고 있다.

지난달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현대중공업이 흑자 전환할 때까지 급여를 전액 반납하기로 한 것이다. 임원과 부서장들도 10~50%를 반납하며 신규시설 투자는 축소 또는 보류하고, 사내외 행사와 각종 연수프로그램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최악의 경영 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내놓고 긴축경영 체제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취임 두 달 만인 2014년 11월부터 급여를 전액 반납하고 있다. 하지만 전 계열사 사장과 임원 모두가 임금을 내놓기로 한 건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21일 긴급 사장단 회의, 23일 전 임원 회의를 잇따라 소집했다. 회의에서 최길선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리고 흑자를 실현할 때까지 긴축경영 체제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오일뱅크, 하이투자증권, 현대종합상사 등 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번 조치로 실적이 양호한 계열사까지도 현대중공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게 됐다. 전 계열사 임원 300여명은 직급에 따라 50% 적은 연봉을 받고, 조선 관련 계열사 부서장 150여명은 총 연봉의 10%를 반납한다. 이에 회사 측은 이번 조치로 급여 반납분 250억원을 포함, 경상비 및 시설투자비를 연간 5000억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급여를 다시 받게 되는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으나 내년 분기별, 혹은 연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분위기가 전환되면 긴축경영 체제를 해지하고 정상 급여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임원들의 책임경영 의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9월 희망퇴직, 임원 감축, 조직 개편 등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최근 8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이다. 이에 더 이상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회사 간부들부터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위기 극복에 전력을 다하자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임원진이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권 사장과 최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급여를 전액 또는 일부 반납해왔고, 현대중공업 임원들은 지난 7월 말부터 '임원 주식갖기 운동'을 벌여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알려왔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건설기계 시장 축소 등으로 불황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는 산업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직원들을 감축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의 무리한 사업 다각화와 사업 확장 때문에 기업 내부 조달 자금 확보가 부족해져서 발생하는 경영난을 사원들의 '명예퇴직'이라는 희생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경영진의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