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P2P대출로 갈아탔습니다"
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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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급전이 필요했던 A씨. 은행을 찾았지만 추가 신용대출이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한 대부업체를 찾았다. 이곳에서 연 34.9%의 이율로 1400만원을 대출받았다. 한해 이자로 480만원을 지출하던 A씨는 얼마 전 P2P라는 새로운 금융플랫폼을 알게 됐고 L업체에 대출심사를 신청한 결과 현격히 낮은 8.3%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A씨는 일명 갈아타는 방식으로 L업체에서 대환대출을 받아 기존대출금을 즉시 상환하고 약 360만원의 이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P2P(Peer to Peer)는 투자자와 대출자 개개인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대출중개플랫폼이다. 대출자가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대출신청을 하면 그 위험도를 평가해 금리를 산출한 후 대출신청자에게 돈을 빌려줄 투자자를 온라인상에서 모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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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자금에 따라 대출이 먼저 이뤄지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L업체는 11월 한달간 58건(개인 55건, 법인 3건)의 대출 10억원을 집행하고 이후 대출 58건을 포트폴리오로 묶어 248명으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았다.
온라인을 이용하는 P2P플랫폼은 대출금리가 싸고 투자수익률이 높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은행에서 금리 5%대 대출을 거절당하면 20%가 넘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을 이용해야 하는 ‘금리절벽’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낮은 대손율 유지 및 투자자 모집 등 앞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고수익률·중금리대출, 다 잡았다
앞서 A씨가 이용한 L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전체 대출자 262명 중 47%에 해당하는 124명이 대환대출자였다. 이들이 받은 대환대출금액은 총 20억2575만원이고 대환 전·후 평균금리는 각각 21%와 11%였다. 이처럼 대환대출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중금리대출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음을 의미한다. 또 고금리 적용 대상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혜택을 누릴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P2P플랫폼에서 중금리대출이 가능한 것은 모든 사무와 영업이 지점을 통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데다 무엇보다 낮은 대손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출자는 은행보다는 높지만 제2금융권보다는 낮은 9~11%의 중금리대출을 받을 수 있고 투자자 역시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8%가량의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P2P플랫폼이 중금리대출시장 확대를 위한 방식으로 효과적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규모는 아직 미미한 단계다. 이미 1100조원이 넘은 한국 가계부채에 비해 P2P업계의 대출규모는 1000억원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렌딩클럽(P2P업체)을 중심으로 형성된 P2P플랫폼의 규모가 전체 대출시장의 15%에 이른다. 한국 P2P업체들도 미국시장을 롤모델 삼아 고군분투하는 상황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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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기승·고세율, 투자자 ‘불안’
중금리대출시장의 성공은 대손율을 얼마나 낮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예컨대 저축은행과 대부업도 15%에 달하는 대손율 때문에 대출금리가 높게 적용된다. 따라서 P2P업계는 위험요소가 있는 대출신청자를 까다로운 기준으로 심사해 현재 일부 업체는 0%대 대손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손율 0%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직 P2P대출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현재 P2P업체는 대부분 시작단계인데 앞으로 시장이 커졌을 때도 낮은 대손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활용 등의 장치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P2P투자자의 투자수익은 소득세법의 이자수익 중 ‘비영업대금의 이익’으로 분류돼 25%의 높은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금융회사의 상품가입을 통해 얻은 이자수익은 원천징수세율 14%가 적용된다. 비영업대금의 이익은 대부업을 운영하지 않는 자가 일시적·우발적으로 금전을 대여해주고 지급받는 이자로 대부업 등을 등록하지 않은 자의 금전 대여수익을 보다 높은 세율로 과세하기 위한 법이다.
이와 관련 P2P업계 관계자는 “엄연히 성격이 다른 금전거래다. P2P거래가 개인간 거래라는 새로운 금융플랫폼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금전거래가 1대 1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새로운 금융플랫폼과 관련된 법률 역시 일부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높은 세율 때문에 투자를 꺼리면 결국 자금문제로 인해 P2P업체는 도태될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자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또 다른 난관도 있다. 바로 유사수신행위다. 일종의 사기인데 일반인들은 다소이해하기 어려운 P2P, 크라우드펀딩 등을 사칭해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 챙기는 불법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허위담보권 설정, 홈페이지 잠정 폐쇄 등 여러 피해 사례가 소개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에는 항상 손실의 가능성이 따르기 때문에 수신상품이 아닌 이상 ‘원금보장’이라는 말을 절대 믿으면 안된다”며 “원금보장에 과도하게 높은 수익률을 광고하는 상품은 오히려 의심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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