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야기] '준전세'로… 전세의 눈물겨운 생존기
차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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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치솟는다’는 표현에 무덤덤해질 정도다. 전세가율(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월세로 바꿔 전세 공급은 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9세기 말부터 150년 가까이 서민들에게는 대표적인 주거제공 수단이었고, 집주인에게는 효율적인 투자 수단이었던 전세제도가 이제 월세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있는 모습이다.
◆ 전세 자리 넘보는 '월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전국에서 거래된 월세는 전년 동월에 비해 16.1% 증가한 5만1395건을 기록했다. 반면 전세 거래는 같은 기간 7.9% 감소한 6만3743건으로 조사됐다.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됐다. 11월 기준 전월세 거래량에서 월세(보증부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44.6%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월 39%에 비해 5.6%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11월 기준 전국의 전월세 거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증가한 11만5138건을 기록했다.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거래량은 135만4000건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 증가했다.
특히 전세의 월세 전환은 서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10월 주택 거래를 분석한 데 따르면 올해 아파트 월세 거래는 4만8137건으로 작년의 3만5782건에 비해 34.5%나 증가했다. 아파트 월세 거래는 2012년 2만2577건, 2013년 2만9513건으로 매년 늘어나면서 3년 만에 113%나 증가했다.
그 외 주택의 월세 거래 역시 2012년 7만8990건, 2013년 9만3776건, 2014년 10만2827건, 2015년 10만6107건으로 증가세를 이어오며 3년 만에 34.3% 늘었다. 서울 주택 전월세 거래에서 전세 비중은 2012년 68.9%에서 2015년 59.0%로 떨어진 반면 월세 비중은 31.1%에서 41.0%로 높아졌다.
◆ 월세전환 도미노… ‘준월세’ 급증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며 ‘준월세’ 현상까지 급증하고 있다. 준월세는 보증금이 적고 월세가 많은 계약을 의미한다. 이 기준으로 국토교통부는 보증금이 전셋값의 10% 미만이면 월세, 10~60%면 준월세, 60% 초과면 준전세로 구분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월세 거래량 중 준월세가 69.8%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어 순수 월세 12.3%, 준전세 17.9%로 조사됐다. 아파트의 경우 반전세인 준전세가 대세를 이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집주인들이 임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준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준월세가 늘면서 임차인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를 준전세나 준월세로 전환할 때 보통 은행 대출이자의 2배 수준인 6~7%의 전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준월세로 전환하는 물량이 늘면서 전세뿐 아니라 준전세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셋값은 전월 대비 0.34%, 준전세는 0.21% 각각 올랐다.
이마저도 반전세를 포함한 임대차 거래 현황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살던 전·월셋집을 재계약할 경우 대부분 새로 확정일자(정부가 확인한 임대차계약일)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서는 새 부동산 거래 계약서가 필요한데 이 경우 부동산중개업소에 수수료를 내야 해 이를 기피하는 것이다. 특히 반전세의 경우 보증금 변동이 없거나 낮아지기 때문에 확정일자를 새로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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