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삼성은 강화된 순환출자고리를 풀기 위해 내년 3월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지분율 2.6%)를 처분해야 한다. 24일 종가기준으로 약 7275억원 어치다.

27일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기존 10개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는 새로운 형태의 7개 순환출자 고리로 바뀌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3가지 고리가 신규순환출자 금지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제공=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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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지난 9월2일 합병 후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고리 중 ‘통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SDI→통합삼성물산’ 고리, ‘통합삼성물산→생명보험→화재보험→삼성전자→SDI→통합삼성물산’ 고리, ‘통합삼성물산→삼성전자→SDI→통합삼성물산’ 고리가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서 계열출자가 추가됐다며 공정위 신규순환출자 금지 위반행위로 판단했다.

첫번째, 두번째 고리는 기존 고리에서 삼성물산이 고리 밖에서 제일모직과 합병된 형태로 기존 ‘삼성생명→삼성전자→SDI→제일모직→삼성생명’ 고리와 ‘삼성화재→삼성전자→SDI→제일모직→생명보험→삼성화재’ 고리에서 통합삼성물산이 고리 안에 끼어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합병비율에 따라 SDI는 통합삼성물산의 주식 400만주(2.1%)를 추가로 확보한 형태가 된다.

마지막 고리는 ‘삼성물산→삼성전자→SDI→삼성물산’ 고리에서 제일모직이 고리밖에서 합병된 형태로, SDI가 통합삼성물산의 500만주(2.6%)를 추가로 얻는 형태가 됐다.

공정거래법은 총수가 적은 지분만 가지고도 계열사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의 경영확산을 막기위해 자산이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경우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고리를 강화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합병으로 새로 생기거나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선 6개월 내에 해소토록 하고 있다.

삼성은 이 세 가지 고리를 모두 해소하거나, 가장 많은 출자분인 ‘SDI→통합삼성물산’ 500만주를 처분하는 것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내년 2월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 삼성그룹 측은 공정위의 판단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를 이행하는 데 시한이 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점을 들어 처분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에 대한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7월 시행된 이후 처음 적용되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