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중국발 쇼크, 떨고 있는 유화업계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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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의 LG화학 여수 공장 /사진=LG화학 |
무엇보다 중국 기업들이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것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모으면 큰 회사일수록, 중국 의존도가 높을수록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설비 늘리고 수요 줄이고… '이중고'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 특수를 누려 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화학 수입국으로서 국내 기업의 경우 지리적 근접성을 이용해 중국 내 시장점유율 1위(14~16%)를 확보했다.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 중 홍콩을 포함해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30%에서 지난 2009년 55%로 크게 올랐다. 그러나 이후 중국의 자체 생산과 경기 둔화로 인해 이 비중은 서서히 하락, 지난해 1~10월에는 48%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중국이 설비를 증설하며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황. 한국수출입은행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에틸렌 수요는 오는 2019년까지 연평균 2.6% 성장하고 이중 미국과 중국은 3.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반대로 제품 수요를 떠받치고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경제정책도 과잉 생산과 설비를 해소키로 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3분기 목표치 7%를 밑도는 6.9%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6.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의존도 높은 대기업들, 인수합병 중
외국의 사례를 살펴봐도 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독일의 바스프(BASF)는 중국 내 판매 부진을 겪으며 지난해 3분기 매출이 1년 사이 4.8% 감소했다.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로 쓰이는 고순도 테레프탈산(TPA)의 경우 SK유화는 생산라인 가동을 아예 중단한 상태다. 롯데케미칼도 생산라인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과 효성 역시 생산라인을 조정하고 있다. TPA의 대중 수출은 2010년 29억달러(309만톤)에서 2014년 6억달러(67만톤)로 줄었다.
여기에 중국 시장에서의 중동과 동남아시아 추격으로 인해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대표적인 합성수지 품목인 폴리에틸렌은 중국 시장 내 시장점유율이 2011년 15%에서 2014년 12%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중동의 점유율은 41%에서 48%로 상승했다.
올해에도 석유화학업계의 마이너스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 AT커니는 오는 2030년 세계 석유화학기업 수가 북미 1~2개, 유럽 2~3개, 아시아 3~4개로 압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삼성은 삼성종합화학을 한화에, 삼성정밀화학·삼성비피화학·삼성SDI의 케미컬 사업부문을 롯데에 매각하기로 했다. 업계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상위 회사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일수록 어렵다. 일부 회사의 경우 인도와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지역까지 수출을 넓혔으나 대부분의 회사들은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터라 앞으로 장기간 내다봐도 희망이 없어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일본이 한국의 원가경쟁력에 시장을 빼앗겼듯이 중동이 합섬원료와 합성고무 시장에 진출하면 한국의 중국 내 위상은 더욱 흔들릴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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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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