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2016년 현재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40대 중반(2차 베이비붐세대)의 청춘과 추억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연령별 인구분포를 살펴보면 크게 3차례의 베이비붐세대가 존재한다. 특히 1968~1974년 출생한 2차 베이비붐세대가 실질적인 중심축인데 이들 세대는 총 596만명으로 전체인구 중 12.4%를 차지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현재 40대 중반을 넘어섰다. 이들 세대는 1997년 IMF 구제금융, 2001년 주택가격 폭등,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다양한 경제적 이벤트를 경험하며 성장했고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굴곡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 베이비붐세대의 경우 경제화 산업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자산을 형성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수혜가 이들에게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 1차 베이비붐세대 대다수는 부모를 부양하고 자식의 봉양도 받지만 <응답하라 1988>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면서도 자식에게 봉양받지 못하는 마지막 세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한민국의 허리, 2차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설계 출구전략’을 살펴보자.


[고수칼럼] ‘응팔 세대’, 은퇴에 응답하라

◆오른 물가만큼 몸값 높아졌을까

<응답하라 1988>세대는 70대까지 일해야 하는 세대다. 저출산과 고령화 흐름 탓에 다른 세대의 경우 이미 은퇴했어야 할 60대 이후에도 노동현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응답하라 1988>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직장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잔존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2014년 OECD가 발표한 ‘실질은퇴연령과 공식은퇴연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실질 은퇴연령은 71.1세로 나타났다. 여기서 실질적 은퇴연령이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제외돼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나이를 말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퇴직연령은 60세이며 체감 정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직접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오래 일한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결국 고용의 질이 문제가 되는데 일을 선택할 때 과거에는 단순히 ‘임금수준’을 중시했다면 최근에는 ‘일의 양과 시간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용의 질을 고려해야 우리 노후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1988년 당시 라면 한 봉지 가격은 100원이었지만 현재 신라면 한 봉지는 634원으로 6.3배 올랐다. 자장면 한 그릇도 759원에서 4600원으로 6배나 뛰었다. 교통비는 어떨까. 1988년 140원이었던 서울 시내버스 요금은 현재 1300원으로 9.2배 인상됐다. 지하철 기본요금은 200원에서 1250원으로 6.5배, 택시 기본요금은 600원에서 3000원으로 5배나 올랐다.


집값은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난다. 1988년 당시 5000만원이던 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의 시세는 대략 9억~10억원으로 20배 가까이 올랐다. 흐른 세월만큼 생활 속 물가도 껑충 뛰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응답하라 1988>세대의 몸값은 어떨까. 오른 물가만큼 그들의 몸값도 함께 껑충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동산 다이어트 고려하라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90학번으로 현재 45세다. IMF 금융위기 시절 대학을 졸업해 어렵게 취직한 후 지금은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세대지만 전세보증금 인상과 더불어 2008~2009년 집값 상승기를 거치면서 집이 짐이 된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자녀가 초등학교 4~6학년인 35~45세일 때 중소형 주택을 구입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녀가 고등학교 입학할 시점에 평수를 넓혔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응답하라 1988>세대는 상당한 부채를 안고 주택을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40대 가구의 70.1%가 금융부채를 보유 중이며 금융부채 보유액은 7623만원으로 나타났다. 통계자료가 40~49세의 평균적인 수치임을 감안할 때 <응답하라 1988>세대의 부채수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세대는 집이 아닌 짐을 지고 노후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응답하라 1988>세대는 지금이 노후준비의 마지막 시기다. 이 세대의 경우 만약 부채가 부담이 된다면 첫째, 보유부동산의 다이어트를 통해 다가오는 은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자녀교육 목적상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면 동일지역에서 지금의 평수를 고집하지 말고 중소형 주택으로 규모를 줄이는 것도 생각해보자. 또 이사할 형편이 된다면 집값이 싼 곳으로 옮김으로써 지금의 평수를 줄이지 않고 원하는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둘째, 부부가 의논해 맞벌이를 고려해봐야 한다. <응답하라 1988>세대의 경우 기대수명이 90세로 늘어나면서 30년 벌어서 60년(부부 두사람이 각각 30년)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연령별 맞벌이가구 비율이 4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교육비와 가계지출로 인해 노후준비가 절실히 필요한 세대임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퇴직금으로 부채 상환 말라

<응답하라 1988>세대는 IMF 시절 이미 ‘헬조선’(지옥을 의미하는 헬(hell)과 한국을 의미하는 조선의 합성어)을 경험했고 급등하는 부동산시장에 막차를 탄 세대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노후준비자산은 ‘퇴직금’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7월부터 확정급여형(DB)제도와 확정기여형(DC)제도에 가입한 근로자들은 퇴직 시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통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IRP를 통해 퇴직금을 쌓을 수 있지만 제도 취지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근로자가 IRP로 퇴직금을 받고 바로 해지한다.
IRP로 연금을 수령하는 가입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같은 문제는 근로자 대부분이 중간정산이나 잦은 이직으로 긴 노후동안 쓸 퇴직금을 충분히 모아두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또 IRP의 세제혜택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많은 점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고수칼럼] ‘응팔 세대’, 은퇴에 응답하라
이를테면 퇴직연금 가입자인 성동일씨(55세)가 퇴직금 1억2000만원을 IRP로 수령했을 때 과세이연되는 퇴직소득세가 48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성씨가 IRP에서 매년 연금으로 10년간 1200만원을 수령한다면(계산편의상 운용수익 등은 미고려) 일시금 수령과 연금수령 시 세금이 어떻게 부과될까.

IRP는 이직 시 수령한 퇴직급여를 적립해 노후에 활용할 수 있게 한 ‘통산장치’라고 할 수 있다. 잦은 이직으로 인한 퇴직금의 소진을 막기 위해 도입된 IRP제도는 ‘과세이연’을 통해 퇴직소득이 IRP에서 실제 인출될 때까지 퇴직소득세(6.6~41.8%)를 과세하지 않고 퇴직소득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 퇴직소득세를 30% 감면해준다. 따라서 연금으로 나눠 수령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