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 지하철] 환승 때문에 '환장'하겠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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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일 지구 한 바퀴 반을 달리는 서울 지하철. 하루 평균 700만명, 한해 25억명이 이용하는 삶의 터전이다. <머니위크>는 설특집호를 맞아 지하철을 집중 조명했다. 지하철의 탄생과 달라진 풍경,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짚어봤다. 이색 지하철역, 알면 즐거운 지하철 여행까지 알아봤다.
매일 아침 <머니위크> 기자들은 수도권 곳곳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지하철을 타고 청계천변에 위치한 사무실로 향한다. 각자의 집이 어디쯤인지 대충 알지만 매일같이 오가는 그들만의 출근길을 상상해본 적은 없다. 몇몇 동료가 말하는,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그들의 출·퇴근길을 찾아가 봤다.
◆환승 대결, 종로3가 vs 홍대입구
# A기자는 공항선 계양역에서 탑승, 홍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해 시청역에서 내린다.
# B기자는 1호선 신설동역에서 탑승, 종로3가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해 광화문역에서 내린다. (최근에는 비나 눈이 오는 경우가 아니면 환승하지 않고 종각역에서 하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거리상으론 한 정거장을 더 가야 하고 역 출구도 사무실에서 멀지만 환승을 하지 않는 편이 더 빠르다)
# C기자는 4호선 중앙역에서 탑승, 금정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해 시청역에서 내린다.
지하철역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A기자와 서울시 동대문구에 사는 B기자의 ‘환승 부심’이 불붙었다. 서로 환승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주장한 것. 실제로 두 사람이 환승하는 홍대입구역과 종로3가역은 수도권 지하철 중 ‘환승거리’가 긴 곳으로 유명하다. 각각 수도권 전철 중 환승거리가 가장 긴 역 순위 1위와 3위에 해당한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최판술 의원이 최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호선 홍대역에서 공항철도까지의 환승거리가 355m로 가장 길고 그 다음은 고속터미널역 7호선→9호선(314m), 종로3가역 1호선→5호선(312m) 순이었다.
이들 역의 환승거리가 긴 이유는 각각 건설시기가 달라 이어붙이기 식으로 지었기 때문이다. 종로3가역의 경우 최초 1호선에 3호선을 덧붙였고, 3호선에 다시 5호선 승강장을 이어붙였다. 결과적으로 1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3호선 승강장을 온전히 지나야 하는 셈이다.
두 역의 환승구간을 실제로 걸어봤다. 먼저 홍대입구역 공항선 개찰구에서 나와 2호선 승강장에 들어서기까지는 454걸음이 소요됐고, 종로3가역은 1호선 승강장에서 빠져나와 5호선 승강장에 진입하기까지 433걸음이 걸렸다.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는 이용하지 않았다. 공항선 승강장에서 개찰구 거리까지 감안하면 거리상으로는 홍대입구역 환승거리가 확연히 길다.
하지만 소요시간은 종로3가역이 더 걸렸다. 거리는 짧지만 수많은 계단 혹은 에스컬레이터를 거쳐야 하고 중간부 긴 통로의 경우 중앙에 늘어선 상점으로 인해 사람들이 몰려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었다. 혼잡도가 심한 출퇴근 시간에는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심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환승거리가 가장 짧은 역은 어디일까. 복정역이다. 복정역 8호선에서 분당선까지의 환승 거리는 16m다. 하지만 경기도 안산에 사는 C기자는 이의를 제기했다. 금정역에서는 승강장을 벗어날 필요가 없이 환승이 가능하다는 것. 그는 출근길에 4호선 금정역에서 하차한 뒤 바로 맞은편에 오는 1호선 열차에 탑승한다.
수도권 지하철을 타면 평상시에는 신경 쓰지 않던 창밖을 보는 순간이 있다. 바로 한강을 지날 때인데 1호선 노량진-용산, 2호선 당산-합정·잠실나루-강변, 3호선 옥수-압구정, 4호선 이촌-동작, 7호선 뚝섬유원지-청담, 공항선 디지털미디어시티-김포공항 구간에서 한강을 볼 수 있다. 경의중앙선 운길산-양수 구간은 북한강을 가로지른다. 일본의 한국관광 커뮤니티에는 이런 구간을 이용한 ‘지하철 한강 관람코스’가 소개되기도 했다.
여의나루역을 직접 방문해봤다. 환승역이 아닌 5호선만 정거하는 역임에도 불구하고 승강장으로 가려면 지하 5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열차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가려면 237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다행히 대부분 구간에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지상층에서 M1층(지상입구와 연결된 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와 M1층에서 승강장으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보행에 지장이 있는 사람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다른 역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도 있는데 M1층에서 개찰구가 있는 B1층까지 계단난간을 따라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1995년 개통된 5호선 구간은 개발 당시 한강 주변지역의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어서 철교를 설치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부득이 하저터널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역 관계자의 설명이다. 역이 너무 깊다는 이용객이 많았는지 역 곳곳에는 ‘본역은 한강 하저터널과 연결됨에 따라 부득이 승강장이 깊어졌음을 양해 바란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덕분에 여의나루역은 전국에서 해발고도 -27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은 역’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나루역은 해발기준으로 가장 낮은 역이다. 역 자체의 깊이만으론 8호선 산성역(지상기준 -55.4m)이 더 깊은데 이는 해당 지형에 따른 것이고 해발고도 상으론 강 밑을 통과해야 하는 여의나루역이 가장 깊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환승 대결, 종로3가 vs 홍대입구
# A기자는 공항선 계양역에서 탑승, 홍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해 시청역에서 내린다.
# B기자는 1호선 신설동역에서 탑승, 종로3가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해 광화문역에서 내린다. (최근에는 비나 눈이 오는 경우가 아니면 환승하지 않고 종각역에서 하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거리상으론 한 정거장을 더 가야 하고 역 출구도 사무실에서 멀지만 환승을 하지 않는 편이 더 빠르다)
# C기자는 4호선 중앙역에서 탑승, 금정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해 시청역에서 내린다.
지하철역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A기자와 서울시 동대문구에 사는 B기자의 ‘환승 부심’이 불붙었다. 서로 환승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주장한 것. 실제로 두 사람이 환승하는 홍대입구역과 종로3가역은 수도권 지하철 중 ‘환승거리’가 긴 곳으로 유명하다. 각각 수도권 전철 중 환승거리가 가장 긴 역 순위 1위와 3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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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역. /사진=최윤신 기자 |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최판술 의원이 최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호선 홍대역에서 공항철도까지의 환승거리가 355m로 가장 길고 그 다음은 고속터미널역 7호선→9호선(314m), 종로3가역 1호선→5호선(312m) 순이었다.
이들 역의 환승거리가 긴 이유는 각각 건설시기가 달라 이어붙이기 식으로 지었기 때문이다. 종로3가역의 경우 최초 1호선에 3호선을 덧붙였고, 3호선에 다시 5호선 승강장을 이어붙였다. 결과적으로 1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3호선 승강장을 온전히 지나야 하는 셈이다.
두 역의 환승구간을 실제로 걸어봤다. 먼저 홍대입구역 공항선 개찰구에서 나와 2호선 승강장에 들어서기까지는 454걸음이 소요됐고, 종로3가역은 1호선 승강장에서 빠져나와 5호선 승강장에 진입하기까지 433걸음이 걸렸다.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는 이용하지 않았다. 공항선 승강장에서 개찰구 거리까지 감안하면 거리상으로는 홍대입구역 환승거리가 확연히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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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역. /사진=최윤신 기자 |
하지만 소요시간은 종로3가역이 더 걸렸다. 거리는 짧지만 수많은 계단 혹은 에스컬레이터를 거쳐야 하고 중간부 긴 통로의 경우 중앙에 늘어선 상점으로 인해 사람들이 몰려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었다. 혼잡도가 심한 출퇴근 시간에는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심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환승거리가 가장 짧은 역은 어디일까. 복정역이다. 복정역 8호선에서 분당선까지의 환승 거리는 16m다. 하지만 경기도 안산에 사는 C기자는 이의를 제기했다. 금정역에서는 승강장을 벗어날 필요가 없이 환승이 가능하다는 것. 그는 출근길에 4호선 금정역에서 하차한 뒤 바로 맞은편에 오는 1호선 열차에 탑승한다.
그에 따르면 금정역에서는 1호선과 4호선 열차가 들어오는 시점이 거의 비슷할 경우 먼저 도착한 전차가 맞은편 승강장에 들어온 전차의 승객이 환승할 수 있도록 잠시 대기해주는 아름다운(?)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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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지나는데 보이지 않는 이유
최근 여의도로 이사한 D기자는 출퇴근길 5호선을 타고 여의나루역에서 광화문역을 오간다. 며칠 동안 별 생각 없이 지하철을 타고 다니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의문이 들었다. “여의도에서 광화문을 가려면 어떻게든 한강을 지나야 하는데 왜 강이 보이지 않을까.”
수도권 지하철을 타면 평상시에는 신경 쓰지 않던 창밖을 보는 순간이 있다. 바로 한강을 지날 때인데 1호선 노량진-용산, 2호선 당산-합정·잠실나루-강변, 3호선 옥수-압구정, 4호선 이촌-동작, 7호선 뚝섬유원지-청담, 공항선 디지털미디어시티-김포공항 구간에서 한강을 볼 수 있다. 경의중앙선 운길산-양수 구간은 북한강을 가로지른다. 일본의 한국관광 커뮤니티에는 이런 구간을 이용한 ‘지하철 한강 관람코스’가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을 오가는 5호선의 경우 분명히 한강을 지나는 코스인데 창밖을 아무리 봐도 어두운 지하풍경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강물 밑으로 지하철이 지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D기자는 이를 알고서야 여의나루역이 유난히 깊은 이유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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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역을 직접 방문해봤다. 환승역이 아닌 5호선만 정거하는 역임에도 불구하고 승강장으로 가려면 지하 5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열차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가려면 237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다행히 대부분 구간에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지상층에서 M1층(지상입구와 연결된 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와 M1층에서 승강장으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보행에 지장이 있는 사람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다른 역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도 있는데 M1층에서 개찰구가 있는 B1층까지 계단난간을 따라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1995년 개통된 5호선 구간은 개발 당시 한강 주변지역의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어서 철교를 설치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부득이 하저터널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역 관계자의 설명이다. 역이 너무 깊다는 이용객이 많았는지 역 곳곳에는 ‘본역은 한강 하저터널과 연결됨에 따라 부득이 승강장이 깊어졌음을 양해 바란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덕분에 여의나루역은 전국에서 해발고도 -27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은 역’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나루역은 해발기준으로 가장 낮은 역이다. 역 자체의 깊이만으론 8호선 산성역(지상기준 -55.4m)이 더 깊은데 이는 해당 지형에 따른 것이고 해발고도 상으론 강 밑을 통과해야 하는 여의나루역이 가장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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