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는 투자-상] 위기의 증시, 틈새는 있다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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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오후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
다만 시장에서는 주가가 과도한 낙폭을 보인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본다. 연초 각 증권사의 시장 전망은 ‘상저하고’로 압축된다. 대내외 악재에 위축된 증시가 각국의 부양 의지와 투자심리 개선에 힘입어 하반기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인다는 견해다.
◆ 글로벌 악재에 위축된 ‘투심’
올해 첫 개장일인 지난 1월4일 코스피시장은 2%대 낙폭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변수는 중국이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며 투자자의 매도 행렬이 이어진 것. 여기에 올해부터 도입한 서킷브레이커(주가가 급등락할 경우 일시적 주식매매금지 제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며 중국증시의 낙폭을 키웠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은 중국이 폭락하자 상관관계가 높은 국내증시도 흔들렸다.
국제유가의 급락도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렸다. 국제유가가 30달러선 밑으로 추락하며 재정수입의 90%가량을 원유수출에 의존하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의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중동 산유국은 위험자산인 신흥국 증시에서 돈을 빼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단 이틀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를 보인 원인이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은 약 7조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증시가 출렁이면서 투자자들의 공포를 지수로 나타낸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도 급등했다. 이 지수는 코스피200이 앞으로 30일간 어느정도의 변동성을 가질지 나타낸다. 지난달 27일 기준 코스피 변동성지수는 20.41을 기록했다. 앞으로 한달간 코스피200지수가 20%(연환산) 내외의 등락을 보일 것이라는 뜻이다. 변동성이 20을 넘어선 날은 지난해 전체 거래일의 6.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20거래일 동안 코스피 변동성지수의 저점 대비 상승률을 보면 지난달 21일 81.2% 급등해 2003년 이후 6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과거 저점대비 변동성 상승률이 60% 이상을 기록한 시점부터 60거래일 간 코스피200지수는 최대 6.7%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변동성이 고점 이후 차츰 줄어드는 추세에 접어들며 적절한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증시 위축상황을 대변하듯 투자자들의 자금은 아직 갈 곳을 못찾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머니마켓펀드(MMF)에 16조3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들어왔다. 짧은 기간에도 연 2%대의 이자를 챙길 수 있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MMF는 언제든지 주식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대기자금 성격을 띈다.
◆ 빠른 대응으로 기회 ‘포착’
글로벌 변수에 휘청이는 증시는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럽이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글로벌 경기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제유가 추락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오는 3월 추가 부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유동성 장세를 이끌었던 유럽이 돈을 더 풀면 유럽계 자금이 신흥국 증시 중 견고한 펀더멘털을 보유한 국내증시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증시가 1800선을 지지대로 삼아 반등에 나설 것으로 본다. 최근까지 발생한 이슈는 모두 증시에 반영됐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특히 투자심리의 급격한 위축에 따른 과매도 구간을 지나며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됐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이후 글로벌증시 동반 급락으로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7배까지 떨어지기도 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저 PBR이 0.79배였고 2011년 유럽재정위기 때는 1.01배였다는 점에서 최근 하락은 과민반응”이라고 분석했다. PBR 0.87배는 1000원짜리 자산이 시장에서 870원에 거래된다는 의미로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낮게 형성됐다는 뜻이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과거 유로존 재정위기, 버냉키 쇼크, 중국증시 급락, 대북 리스크 고조 등 대내외 리스크가 동시 다발적으로 고조됐을 때도 코스피의 저점은 200일 이동평균선의 10%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이번 조정도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간 리스크만 감내할 수 있다면 코스피 1900선 이하 구간에서는 분할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의 증시 침체를 오히려 투자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국의 위안화 약세 의지와 유로존·일본의 맞대응에 따라 수혜 업종을 빠르게 포착해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은택 SK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서로간의 환율전쟁과 대응전략 속에서 시장의 등락에 따라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주와 방어주의 상승세가 교차되고 원화 강세·약세 수혜주의 손바뀜이 비교적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며 “이 경우 채권과 주식을 2~3개월 정도의 짧은 주기로 교체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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