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위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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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분야가 국제 저유가의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지만 일부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은 불황 속에서 활짝 웃었다.

◆해외투자 '쪽박'난 기업들

저유가로 인해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가 났다. SK종합화학, SK건설, SK가스는 2011년 싱가포르에 투자해 석유화학업체 JAC를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가동에 들어가자마자 4개월 만에 채산성 악화로 운영을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채권단 빚을 갚지 못해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JAC 관련 매출채권 부실이 1600억원 발생해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 카자흐스탄 광구에서도 500억원 가까운 적자가 나 4분기 석유개발사업은 25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한 GS에너지는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광구 지분을 7400억원 가량에 매입했는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당시 60달러대에서 20~30달러로 떨어지며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좋아졌지만 해외사업의 손실 때문에 웃을 수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유가 급락과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부진으로 인해 상당수 수출 품목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화학제품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와 함께 중국 수출의 반을 차지하는데 관련 품목의 단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년 사이 석유제품의 수출품목은 저유가 충격으로 인해 35.6% 줄었다. 섬유제품도 14.7% 감소했다. 중동과 중남미 수출은 31.1%, 35.8% 급락했고 미국과 일본 수출은 9.2%, 18.2% 줄었다.


◆섬유 수출 불황에도 '활짝'

반면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낸 기업들이 적지 않다.


효성은 지난해 매출 12조4584억원, 영업이익 9502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1조611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 대비 359% 증가했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20조2066억원에서 영업이익 1조8236억원이 차지하는 영업이익률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9%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을 상대로 B2B 거래를 주력으로 한다는 점이다. 조준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일반 소비재는 경쟁이 치열해 마진이 적고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만 부품·소재 등 B2B 산업은 수요가 꾸준하고 영업이익이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효성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부품·소재 분야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스판덱스는 기능성 섬유로 속옷과 스타킹뿐 아니라 최근에는 고가의 양복과 아웃도어에 쓰인다. LG화학은 LC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편광필름이 수요가 늘어 실적에 보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