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주의 주가가 분칠을 걷어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을 발판삼아 고속성장의 가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주가가 설 연휴를 마친 후 급락세를 연출한 것.


사진=뉴시스 김동민 기자
사진=뉴시스 김동민 기자


시장에서는 실적상승에 비해 주가가 빠르게 오르며 높은 밸류에이션을 보였던 업종인 만큼 급격한 하락은 이미 예견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대북 리스크는 일시적인 경우가 많고 밸류에이션 대비 과도한 낙폭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와 화장품주가 재기의 기회를 노린다.

◆ 시장 약세에 고평가 화장품주 ‘와르르’

설 연휴가 끝나고 불과 이틀 사이 화장품업종은 폭락했다.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40만원을 넘나들던 주가가 8% 이상 빠졌고 LG생활건강도 10%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화장품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의 선두주자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도 각각 11%, 13%의 낙폭을 보였다.


[STOCK] '대륙 거울' 보고 화장 고쳐볼까

먼저 화장품업종의 급락 원인은 국내증시의 폭락에서 찾을 수 있다. 설날 전날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올려 한국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졌고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음에도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닛케이225지수가 12% 넘는 낙폭을 보인 것이 국내증시 하락의 기폭제가 됐다.

설 연휴 후 첫 개장일부터 이틀간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가량 빠지며 약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은 더 암울했다. 지난 2월12일 하루 만에 8% 넘는 낙폭을 보이며 2011년 이후 약 5년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지수도 600선이 무너지며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시장 전체가 흔들리자 내부에서는 고평가됐던 종목부터 순차적으로 붕괴됐다. 눈에 보이는 실적보다 성장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던 측면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셈이다.

현대증권의 마케팅자료에 따르면 홍콩, 싱가포르의 38개 기관투자자들은 한국 화장품산업이 전반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지닌 것으로 분석했다. 화장품업종의 지난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를 넘나들었다. 이에 외국 기관투자자들은 올해 국내 화장품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20~30%의 고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높은 PER을 보이는 종목이 하락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이 오르는 것은 글로벌증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특히 지난해 국내증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던 터라 고평가됐던 종목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우리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응책으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중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며 화장품주의 변동성을 키웠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월17일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훼손하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국 수출로 고성장세를 지속하던 화장품업종의 특성상 사드 배치가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나 중국인관광객 감소로 이어지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

◆ 낙폭 과도… 중국 수입에 ‘주목’


결국 화장품업종이 재기하기 위해서는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가 선행돼야 한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화장품 전체 수입액은 3억3800만달러(약 4145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51.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30억6800만달러(약 3조7600억원) 규모다. 이중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지난해 7억500만달러로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이는 1위인 프랑스(29.7%)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특히 성장성 측면에서는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전년 동기대비 159% 성장했다. 프랑스가 36.4%, 일본과 미국이 각각 51.8%, 19% 늘어난 것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여전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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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 1월 기준 중국으로의 수출금액이 늘었지만 증가율은 전분기에 비해 대폭 줄어든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점이 화장품업종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 트렌드에 편승했던 다수의 중소형 화장품브랜드 제품의 성장 모멘텀 둔화가 수출증가율 감소에 일조했다”며 “업종 전반에 걸친 투자심리가 약화된 상황이지만 주요 업체별 펀더멘털은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현지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의 실적이 차별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올 들어 이들 종목의 PER이 30배 안팎에서 거래돼 실적 증가세가 견고한 데 비하면 단기 낙폭은 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아직 화장품업종의 상승을 점치기에 이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으로 발표될 1월 중국의 화장품 수입통계가 부진한 성적을 기록할 경우 중국 내에서 소비침체가 시작된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화장품 수입증가율의 둔화 폭이 크다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메이저업체들의 실적에도 부정적 변화가 올 수 있다”며 “이는 그동안 중국경기와 무관하게 호실적을 기록했던 한국 화장품업체들이 이제 중국 경기부진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으로 화장품업종 주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