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잃었는데 수수료도 내라니요?” 금융당국의 나몰라라식 태도에 한숨이 깊다. 공모펀드에 ‘성과보수 수수료체계’ 도입이 절실하지만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최근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글로벌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소위 ‘박살나는’ 펀드가 줄을 잇는다.


매일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잔고를 보는 것도 가슴 아픈데 투자자들은 수수료를 또 내야 하니 분통이 터진다. 심지어 현행 펀드수수료체계가 펀드회사만 배불린다는 비난이 쏟아지는데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방관하는 듯하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공모펀드에 성과보수 수수료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친다. 성과보수 수수료체계는 투자자의 자산을 불려주면 그에 합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반면 손실이 날 경우 수수료를 내지 않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현재로선 공모펀드수수료가 선취(A클래스)의 경우 판매수수료와 운용수수료를 포함해 1.6% 내외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예컨대 1000만원을 펀드에 넣으면 16만원은 판매사와 운용사가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실제 투자되는 돈은 984만원이다. 펀드에서 1.63% 이상의 수익이 나야 투자원금이 되는 셈이다.

수익률이 그 이상이 되면 좋겠지만 문제는 반대의 상황이다. 가령 펀드가 1년 동안 5% 손실을 기록했다면 투자금은 934만8000원으로 줄어든다. 그런데 고정수수료를 부과하는 현행법상 손실이 나더라도 여기서 또 15만원의 수수료를 뗀다.


운용사를 믿고 돈을 맡긴 투자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노릇이다. 현재 공모펀드는 수수료를 운용성과에 따라 부과할 수 없다. 운용사들이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물론 금융당국이 처음부터 공모펀드의 성과보수 수수료체계 도입에 느슨했던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2013년 사모펀드부터 성과보수 수수료체계를 도입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에서 성과보수 수수료체계가 안착하면 공모펀드에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성과보수 수수료체계가 사모펀드시장에서 무난히 자리 잡는 동안에도 당국은 적극적인 제도 확대를 모색하지 않았다.
[기자수첩] 돈 잃었는데 수수료 내라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이제야 부랴부랴 업무계획에 끼워 넣는 모양새다. 그러나 아직도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말할 뿐, 구체적인 법 개정안이나 업계와의 소통은 전무하다. 이대로라면 듣기 좋은 립서비스로 성과보수체계 도입이 그냥 흘러갈 공산이 크다.

이제 머뭇거릴 틈이 없다. 펀드투자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해진 이때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급선무다. 꼭 필요한 제도지만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당국이 시간을 끄는 동안 실망한 투자자들은 더 빠르게 등을 돌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