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핀테크 바람이 불면서 은행들이 핀테크기술 활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객이 외부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전자문서서비스를 도입했고 태블릿PC에서 예·적금 신규신청, 대출상담신청, 전자금융 신규업무 등을 처리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핀테크기술로 생체인증기술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2월 신한은행이 선보인 디지털 키오스크를 시작으로 우리·기업은행이 전략점포에서 홍채인증 자동화기기를 시범 운영 중이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지문인증방식을 모바일뱅킹에 접목했고 KB국민은행도 조만간 생체인증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은행들의 핀테크 활용속도는 광속이다. 고객의 시장반응 속도도 그럴까. 기자가 전자문서시스템을 도입한 한 은행의 영업점을 방문한 결과 그렇지 않았다. 태블릿PC에 신청서를 작성하는 시스템으로 빠른 업무처리를 기대했지만 ‘어느 칸에 써야 하는지’ 질문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걸핏하면 지연(버퍼링)되는 상황도 지루했다. 은행을 나설 때는 ‘상품내용을 제대로 읽고 사인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홍채·정맥으로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은행 ATM을 이용해봤다. ATM 위에 설치된 거울형 카메라를 들여다봤지만 몇번이나 인식이 안된다는 문구가 떴고 손가락 정맥인증도 사용이 어려워 창구 직원의 안내를 추가로 받았다.

너무 빠른 금융의 핀테크화, 은행의 신기술 활용은 고객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매번 업그레이드되는 핀테크상품과 서비스 안내는 고객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 핀테크는 빠르고 편리한 금융서비스 제공이 목적이다. 빨라진 기술만큼 만족도 함께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은행들의 모습은 최첨단상품·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홍보·판매하는 기업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고객들은 세일상품을 사는 데 늦을까봐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1995년 미국의 IT회사 가트너가 발표한 하이퍼사이클 가설에 따르면 신기술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총 5단계를 거친다. 초기혁신기로 시작해 과잉홍보기, 좌절회의기, 계
[기자수첩] 핀테크 열풍에 은행이 놓친 한 가지
몽부흥기, 마지막으로 고도생산기에 도달한다. 고도생산기는 기술이 시장적응에 성공함으로써 폭넓은 보급과 안정성을 갖는 시기다. 가설은 외부여건을 파악해 신기술을 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대표적인 보수 금융사인 은행들은 핀테크 활용을 중장기적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안전제일주의 고객이 가장 먼저 찾는 곳도 은행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수익을 얻고 환매하는 증권사처럼 고객에게 서비스 가입을 독려해서도 안된다. 은행들이 핀테크에 꽂혀 잊어버린 한가지. 그들이 보수적으로 지켜온 고객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