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 파이시티 부지/사진=머니위크DB
양재 파이시티 부지/사진=머니위크DB


서울 양재동의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파이시티 사업이 최근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연구개발(R&D) 단지계획에 의해서다.


29일 부동산 및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파이시티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공매가 유찰된 후 매수 가능기업을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진행 중이다.

시행사 파이시티는 2006년 연면적 75만8606㎡에 지하 6층·지상 35층 높이를 목표로 2조4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유통센터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파산에 이르렀고 2012년에는 이명박 정부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도 휘말렸다.

대주단인 우리은행과 무궁화신탁은 파이시티 부지의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총 9차례 공매에서 신청자가 없어 유찰됐다. 최저 입찰가는 PF 대출 규모와 비슷한 9864억원에서 시작해 절반 수준인 4525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17일 대통령 주재의 무역투자 진흥회의를 통해 서울 양재동과 우면동 일대를 'R&D 특구'로 지정하면서 파이시티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 대상 지역은 파이시티 부지를 포함해 하나로클럽 양재점, 양재동 화훼공판장, 농협양곡유통센터 등이다. 특구로 지정되면 건폐율과 용적률이 완화되고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통해 인허가가 빠르게 처리될 예정이다.

파이시티 부지가 경부고속도로와 맞닿아 있고 제1·2 판교테크노밸리와 인접해 있으면서 가격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 대기업 입장에서 볼 때 투자 메리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KT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280여곳은 이 일대에 R&D시설을 두고 있다.


하지만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히 남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R&D 개발계획에 의해 채권단의 매각 기대치가 올라간 건 사실이나 반대로 기존에 물류단지 개발에 관심을 보인 매수자들이 참여를 꺼릴 수 있다"며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